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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귤씨 Aug 15. 2018

2. 낯선 땅에서 낯선 듯 익숙한 사랑을 만나다

그들의 LGBT 문화와 사랑의 힘

LOVE WINS ALL


파워워킹이 아주 멋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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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도착한 지 3일째 되는 날. 정신없이 짐을 정리하고 도심으로 나왔을 때 처음 본 이 강력한 문구 하나가 나에게 다가왔다. 사랑이 결국 모든 것을 이긴다니. 정말 멋지지 않은가. 굳이 위인전에서 간디를 찾을게 아니라 이렇게 거리에서 사랑을 외치는 사람들이 이 시대의 간디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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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게도 리즈라는 도시에 오자마자 'LEEDS PRIDE'라는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 퀴어축제인데 우리나라와 큰 차이점을 하나 말하자면 광장 같은 곳에 국한된 게 아니라 도심 전체가 이 축제를 즐기고, 지지하고, 시민들이 무지개 빛깔의 옷을 입고 웃음을 짓는다는 것이었다. 더 놀라운것은 우리가 아는 외국기업들 ( 맥도널드, 바디샵, 러쉬 등등 )의 상점 내에도 이들을 지지한다는 의미의 문구가 걸려있거나 하물며 무지개 빛깔로 이쁘게 도배된 굿즈들도 판다는 것이었다. 나와 ‘그들’이라는 다른 세상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닌 '결국 우리가 사는 세상은 하나이고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야.'라는 걸 너무 깔끔하게 이해한다는 표정의 시민들이 도심으로 몰려나와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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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영국에있어서 이렇게 낙관적으로 보는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영국 사람인들 모두 LGBT 커뮤니티를 응원하는걸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아직도 이 커뮤니티의 사람들은 혐오에 맞서야 하고 계속해서 존재를 부정당해버리는 부당함에 울고 또 울 것이다. 나는 이 곳의 모두가 이 문화를 지지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이곳은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하는 '경청의 자세'가 어느 정도는 준비되어있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가 이렇게 도심에서 이 문화를 '다양성'과 '사랑'으로 연결지여졌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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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나는 정처 없이 이리저리 떠돌다 시티 뮤지엄 계단에 앉아 시민들의 대화를 엿들을수 있었다. 7살쯤으로 보이는 아이가 부모님에게 '아빠, 이런 거는 왜 열려야 하는 거예요? 열려야 하는 이유가 있는 거예요?'라고 묻자 부모님은 아이의 등을 한 번 쓸더니 말했다.

너와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게 아닌 걸 보여주기 위해서지. 너도 누군가에게는 특이하고 다양한 사람 중 하나이고 이 페스티벌의 주인공들도 그 사람들 중에 하나이니깐.


그 후로도 진지하게 이어져가는 7살 아이와 부모님이 이어가는 계단 토론의 현장이란...! 짧은 영어실력에 그들의 대화를 엿듣느라 나의 시간은 그렇게 빠르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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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모두 야채만을 먹는 나라가 있다.

고기를 먹는 사람들은 야만인이며 동물의 생명윤리를 헤치는 '위험한 존재들'이다.

고기를 먹는 사람들에 의해 학살되는 동물의 통계와 고기를 먹었을 때의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들을 들이밀며 이들을 몰아붙이는 채식주의자들.

육식을 즐기는 사람들은 그들이 전체적으로 지구에 위험한 존재들이라며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며 아무리 육식이 단백질을 채우는데 중요한 요소라 해도 채식주의의 나라에서는 먹히지 않는 개소리가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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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봤을 때 기사에 쏟아지는 통계들과 수치는 한마디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생각이다. 에이즈와 같은 성병에 연관된 통계들은 누군가에게 포커스에 맞추느냐에 따라 그 숫자가 압도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위에서 채식주의자들의 나라에서 부정당하는 육식주의자들이 아무리 좋은 논거와 의견을 가져도 무시당하는 상황을 연출해서 써놓은 것처럼, 나의 존재는 다수에 의해 부정당할 수가 없다. 당신이 어느 순간 자연스러웠던 자신의 선호에 의해서 사형을 당하는 날이 온다면 혐오에 편승해 이유없는 분노를 재생산할 수 있을까? (실제 영국의 경우 1861년 전까지는 동성애자의 사형이 허용되었었음). 다른 견해를 가졌다 해도 아무런 말도 진지하게 듣지 않는 태도마저 없다면 우리는 이런 성숙한 토론 문화조차도 없는 암울한 미래밖에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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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도 걸려있던 무지개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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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근처를 둘러보는 중에도 자연스럽게 걸려있는 무지개깃발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이 나라에서 더 사랑의 의미를 고찰하고 갈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열심히 무심하고 생각 없이 만들어지는 상처들과 혐오에 맞서는 멋진 사람들에게 관찰되었던 익숙한 사랑을 보았듯이, 나는 이 낯선 곳에서 익숙한 전우주적인 사랑을 찾아 나설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 사랑은 어느 시간과 나라에서건 영원하고 강력하게 남아있는 사람의 고귀한 유산으로 남아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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