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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정수 Oct 13. 2021

MZ라는 가장 게으른 세대론

누가 이렇게 대충 만들었을까. MZ라는 해괴한 세대론을.


새로운 세대는 원래 두렵고도 신기한 연구 대상들이다. 하지만 'M+Z'로 퉁친 것은 좀 너무하지 않나, 나는 자주 생각한다.

"야 너 엠제트(혹은 '엠지') 세대지? 이것 좀 물어보자"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MZ, 그게 뭔데요"라고 혀끝에서 맴도는 말을 돌려보내야 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이미 충분히 혼란스러웠다. 2000년대에 유소년기를 겪은 사람들이라는 애매모호한 테두리가 전부였다. 필요에 따라 80년에서 95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이었다가, 90년대생이 되기도 한다. 애당초에 거대한 전쟁이나 위기를 함께 겪어 통째로 동기화된 세대가 아니어서일까? 밀레니얼 세대는 머릿수가 적잖음에도 불구하고 세대 담론에선 상대적으로 힘을 쓰지 못했다.


그리고 Z세대가 등장했다. 이 2000년대(근처) 생들은 제2의 X세대라고 해도 좋을 만큼 개성적이고 개인적이다. 바로 윗세대들에게도 '세대 차이'를 느끼게 할 정도로 차이가 선명하다. 놀랍게도 한국의 '어른들'은 이들을 밀레니얼 세대와 뭉뚱그려서 MZ세대라고 부르며 모든 사회 현상의 'MZ'화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벌어진 모든 일들은 MZ세대들이 이끌었다는 식이다. 마치 아직 주류에서 물러서기 싫은 기성세대들이 그저 자기네 아랫세대를 한 덩어리로 퉁쳐버린 것 아닐까, 싶을 만큼.


마흔을 앞둔 80년대생부터 아직 청소년인 2010년대생까지 아울러버리는, 외국에서는 찾아보기도 힘든 이 기적의 대통합 세대론을 대체 무엇이라 해야 할까?


"알파벳 세대론을 이어가고 싶은 어른들의 욕심" 이영지가 얘기해줘서 고마울 따름. @MBC 라디오스타 캡처


M들도 Z들도 동의하지 못하는데 오로지 윗분들께서만 노래를 부르는 '요새 MZ세대들'

그리고 우리를 그렇게 한 데 납작하게 눌러버림으로써 감춰지고 흐려지는 것들.

'요즘 것들'을 주어 삼아 말하는 사람들이, 진짜로 말하고 있는 생각들.


별로 다정한 성격이 못 되는 91년생은

'MZ세대론'의 파도 한가운데서 "아 진짜, 그거 아니라고!"를 조금 외쳐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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