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일상 묵상 07화

인간관계의 불안감

by 제이와이



타인에게 좀처럼 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나의 경우도 학창시절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매년 같이 일하게 되는 사람들로부터 듣는 표현이 '찔러도 피 한방울 안나올 것 같은 냉정함', '인간AI'라는 말들이다.

직장에서는 대체로 '무던하고, 차분하고 감정에 동요하지 않는 이미지'이고, 가족 안에서도 '든든하다'라는 표현을 듣는다. 하지만 많은 부분들은 상대방의 인지 범위 내에 '보여지는 이미지'에 불과하다.

사실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온갖 감정의 소용돌이를 바깥으로 표출하고 싶지 않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고 애쓰며 살아간다.

회사 생활에서 상대방이 무례한 말과 행동을 하거나(특히 고객사와 일할 때), 억지를 부리며 논쟁을 일으킬 때, 종종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터트리는 사람들을 본다. 같은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지만 딱히 비위를 맞춰주지도 않고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는 대응을 하는 내 모습에 대해 '인간미'가 부족하다는 피드백도 종종 듣는다. 오, 물론 그런 상황에서 내 속에서도 천불이 일어나고 있고, 욕은 목구멍 끝까지 차있다. 하지만 화를 표출했을 때 그 이후에 일어날 뒷처리와 불편한 관계로 계속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해야 하는게 싫어서 참고 사고회로를 '문제해결' 쪽으로 집중하는 것 뿐이다. 아마 참아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가끔은 그렇게 화를 터뜨려서 상대방을 물러서게 만드는 사람들이 부러울 때도 있다.

대학생때부터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한 많은 사람들은 거리상 자주 왕래가 쉽지 않기에 '각자 인생은 각자 알아서 잘 살자'라는 가족관계를 가지고 있다. 나 또한 20살때부터 오랜 기간 독립한 개인의 삶을 살아 왔기에 '외로움'보다는 고단한 하루를 나홀로 조용히 쉬고 싶은 마음의 크기가 항상 컸다. 에너지가 떨어질 때 가장 먼저 멀리 하게 되는 것이 사람과의 만남이다. 왜냐하면 직장인들은 바쁜 가운데 시간내서 지인이나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에너지가 많이 떨어졌을 땐 겨우 일정을 잡아도 온전히 상대방과 함께 하는 시간에 집중하기가 어렵다보니 적극적으로 응하기가 쉽지 않다. 반대로 내 마음을 상대방에게 내어주는 것도 나에게는 '에너지가 남아있어야' 가능한 일이라 정서적으로는 누군가와 교류하지 않거나 혼자 있는 것이 '쓸쓸하다'는 감정적인 상태를 느낄 틈이 없어 '나는 외로움을 타지 않는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해왔다. 감정적으로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스스로에 대해 그 동안 인정하지 못했던 한 가지를 인정하게 되었다.

바로 '외로움'에 관한 정의이다.

'외로움'이 그저 감정의 느낌을 따라 정의내려지는 것이 아니라, 실존적으로도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라는 사람은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도달하기 전에 이미 인간관계에서 자신의 감정을 보여주는데 '불안감'이 큰 사람이라는 것을 좀 더 알아차리게 되었다. 감정을 오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내가 받을 타격감이 크다는 것에 대한 무의식적인 경계심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상대방이 편하게 다가올 수 있는 여지를 잘 주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제스처도 보여주지 않다보니 위에서 언급한 표현들을 듣게 되는 것이다. 사람을 만나는 중에는 나도 모르게 온종일 내 안에 방패를 들고 있으려는 힘이 들어가 있다보니, 사람을 만나고 나면 너무 쉽게 지치게 된다.

또 다른 단면은, 나는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것인데(물론 잘 케어하고 싶은 관계에 한해서), 그냥 주는 것의 행위 자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그게 일이 되었든, 사물이 되었든, 감정적 교류가 되었든 나로부터 무언가를 상대방에게 흘려보낼 때 '만족'을 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늘 기저에 깔려 있다. 칭찬받고 싶은게 아니라 상대방의 '만족'이 결국 내가 흘려보낸 것을 '수용'한다는 것이고 그것이 곧 나를 '받아들여주었다'는 신호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모든 에너지를 쏟고, 그렇게 하지 못하면 차라리 하질 말지 라는 생각이 디폴트로 탑재되어 있다. 사람들과 교류하는 일에 에너지가 소진될까 지레 단도리를 치는 것이다.

계속 이렇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사람은 실존적으로 외로운 사람인 것이 맞다.


일상 습관 뿐만 아니라 행동 양식 또한 내가 살아온 관성에 갇혀 있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삶의 시련이나 역경 뿐만이 아니라, 감정이나 정서도 회복 탄력성을 기르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자신의 감정에 대해 취약한 부분을 잘 알고, 그것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내려면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시도하는 노력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keyword
이전 06화유익했던 오죽헌 방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