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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시대의 노스텔지아, 리스본

by 제이와이

7박 9일의 여행 중 마지막 2박 3일은 리스본에서 보냈다. 리스본에 대해 뭔가를 잘 알고 여행지로 정한 것은 아니었다. 바르셀로나의 여운을 뒤로하고 리스본에 도착했을 때는 밤이었다.

회색빛의 엔틱한 건축물들과 깜깜한 밤하늘 배경 아래 건물만 비추는 조명들은 또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우리가 묶은 곳은 Rossio 기차 플랫폼 2층에 위치한 Lisbon Destination 호스텔이었다.

https://maps.app.goo.gl/e3J5xfSLimTkZ9Z39

이 호스텔의 독특한 위치뿐만 아니라, 내부 공간으로 인해 리스본 여행의 첫인상이 만족스러웠다.

바르셀로나에서 경험한 좁디좁은 호스텔 공간과 달리, 이 호스텔은 침대도 넓고, 층고도 높고, 샤워 공간도 넓고, 모든 공간이 크고 널찍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쾌적했다.

무엇보다 우리는 다음날 오전 바로 Sintra로 당일치기 구경을 할 계획이었는데 숙소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눈앞에 기차 개찰구가 있었다.

(좌) Rossio 기차역 / (우) Lisbon Destination Hostel 로비

아주 늦은 시간은 아니었고 사람들로 북적였기 때문에 사람들을 따라 쭉 걸어 나가 구경해 보기로 했다.

리스본은 밤거리에 가로수 조명이 드물게 깔려 있어서 건물이 없는 곳을 가면 마치 시골 읍내 도로를 걷는 것 마냥 캄캄했지만 건물이 있는 곳은 건물 외관을 밝히는 조명이 있어서 그 대비차가 낯선 공간에 있는 느낌을 주었다.

역 바로 근처 명소인 산타 후스타 엘리베이터를 지나 긴 골목을 쭉 걸어 나오면 아우구스타 스트리트 아치가 나오고, 아치문을 통과하면 유명한 대광장이 나온다. 동생과 나는 이곳을 정말 좋아했는데, 아무것도 막힌것 없는 넓은 사각형의 탁 트인 대광장 끝엔 바로 바다가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광장 높이가 낮아 광장에서 조금 아래로 경사진 돌길을 몇걸음 걸으면 바로 앞에 바닷물이 넘실거렸다. 보통 바닷가를 가면 방파제나, 둑이나, 다리나, 해변이 바닷물과 거리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해주었는데 이곳은 그게 없었다. 그냥 바로 광장 끝까지 걸어 나가면 바로 발에 닿는 바닷물이 있었다. 저녁에는 이 광장이 더욱 매력적이었는데 레스토랑 노천석 앞에는 공연가들이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고, 어두운 밤공기의 차분한 분위기와 깜깜한 바닷가에서 들려오는 파도소리의 조화가 멋졌다.


사진에 보이는 노란 조명은 카메라 셋팅으로 인한 것으로, 실제는 하얀 조명이다.


리스본을 처음 방문하는 여행객들은 꼭 당일치기로 기차를 타고 신트라를 방문한다. 신트라에 있는 '페나 성'은 마치 레고 장난감 팸플릿에서 봤을 법한 성곽의 형태에 알록달록하게 페인트칠된 색감으로 관광지 인증숏을 찍기엔 제격이었다. 다만, 건축물이 예뻐서 간 곳이라 이 성의 역사나 내용은 모른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는 낡고 빛바랜 건축물들과, 트램이 다니는 전선이 하늘에 걸려 있는 옛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과거 어느 시대로 회귀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사람이 다니는 인도는 반질반질한 돌자갈이 깔려 있고, 리스본의 명물인 트램은 어느 순간에 사진으로 포착해도 그 노스텔직한 분위기가 담긴다.


벨렘지구 쪽으로 이동해 보면, 또 새로운 분위기의 풍경이 펼쳐진다. 대항해시대의 흔적이 느껴진다.


포르투갈의 매력을 리스본에 와서야 알게 되었기에 2박 3일의 여행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 여행 다녀온 후기들을 보니 다들 리스본보다 포르투의 정취가 더 매력적이라는 피드백이 많았다.

언젠가 해외에서 한 달 살기를 해볼 수 있다면, 꼭 포르투갈에서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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