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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왕 Mar 26. 2017

2017년 대한민국 그리고, <디스 이즈 잉글랜드>

셰인 메도우스 1.

[그저 영화를 좋아하고 많이 보는 보통 사람의 시각으로 이야기합니다. 주관적이고 개인적입니다.]


영화는 198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합니다. 안으론 마가렛 대처 수상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탄력을 받고 밖으론 포클랜드 전쟁이 한창이죠. 


주인공 '숀'은 12살입니다. 그는 불안정한 영국과 마찬가지로 불안정한 청소년기를 맞이합니다. 그는 아버지를 포클랜드 전쟁으로 잃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죠. 그런 숀을 품어준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우디'입니다.



우디는 '스킨헤드'입니다. 스킨헤드인 그가 저항하는 것은 '평범함'입니다. 평범한 일상과 획일적인 기성세대의 교육에 반항하죠. 그는 인종이나 계급 등 다른 무엇을 차별의 대상으로 삼지 않습니다. 그의 패거리에는 흑인인 '밀키'가 섞여있고, 여자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놀림을 받던 숀과도 쉽게 어울리죠. 어느 날 숀의 어머니가 찾아왔을 때 깍듯하게 대하는 장면도 우디의 그룹엔 무조건적인 저항과 차별, 혐오가 있지 않다는 증거입니다. 

그들은 평범하진 않지만 즐거운 시간을 함께 공유합니다.


 

그러나 우디의 옛 동료였던 '콤보'가 돌아오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합니다. 콤보 역시 우디와 같은 스킨헤드입니다. 하지만 그는 어딘가 우디 패거리와는 다릅니다. 그는 강한 영국을 이야기합니다. 자신들을 경쟁으로만 몰고 있는 마가렛 대처를 비난하고,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이민자 그룹(파키스탄)을 적으로 몰아세웁니다. 그리고 자신과 뜻을 같이 하지 않는 사람과도 벽을 쌓죠. 그가 주장하는 것은 '영국인'들끼리만 뭉쳐서 강한 '영국'을 다시 한번 만들어보자는 것이죠. 그렇습니다. 콤보는 강한 민족주의자입니다. 



숀은 이 둘 사이에서 갈등하죠. 자신의 아버지를 희생시키고 제대로 된 보상조차 해주지 않는 '영국'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콤보의 말에 숀은 흔들리죠. 그리고 숀은 우디를 떠나 콤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더 많아지게 되죠. 


얼핏 한 아이의 성장을 다룬 성장영화로 보였지만 영화는 당시 영국이 가지고 있었던 사회문제를 고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시 영국 사회가 가지고 있던 문제는 오늘날 대한민국이 겪게 될 문제와 무관해 보이지 않습니다. 


경쟁으로 내몰고 있는 상황과, 늘어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의해 일자리를 잃게 되는 노동자들, 점점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세대 간의 갈등, 그리고 다른 이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갈등은 비단 1980년대 영국의 이야기로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영화 말미에 콤보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동료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이 나옵니다. 자신보다 행복한 환경에서 자란 동료의 이야기를 듣고 콤보는 이성을 잃고 화를 냅니다. 어찌 보면 콤보가 차별과 혐오에 앞장서는 '스킨헤드'가 된 것은 과연 개인의 잘못인가라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경쟁으로 내몰지만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없고, 세대 간의 갈등이나 이념의 갈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들이 계속된다면 우리 사회에도 '콤보'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영화는 이런 문제의 책임의 소지가 개인에게 있느냐 혹은 사회에게 있느냐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죠. 

혐오와 차별은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죠.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오늘날 대한민국이 결코 가볍게 들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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