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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정화 Jul 19. 2017

엄마의 꿈을 대물림 하라

최고의 유산에 대하여

어린 시절 저희 집은 그리 부족하지도 그렇다고 넉넉하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어머니로부터 ‘물가 비싸서 못 살겠다’, ‘너희들 키우느라 등골 빠진다’ 이런 푸념은 종종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상황에서 ‘과외 받게 해달라’, ‘메이커 옷 사달라’ 제가 원하는 것을 맘껏 조르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였을까요, 어머니가 “아이고 돈 없다. 우리는 물려줄 거라곤 신앙 밖에 없데이” 혼잣말처럼 하시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 때 저는 ‘헉, 정말 그거 밖에 없는거 아니야?' 절망을 느끼면서도 그 말씀이 싫지않았습니다. 돈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어떤 것을 부모님께서 마음에 품고 계신 것으로 들렸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의 성실하고 겸손한 삶의 태도,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시지 않는 모습을 풍경처럼 경험하면서 자매는 조금씩 그 유산을 물려받았습니다. 



좋은 부모가되기 위하여 우리는 참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합니다. 물질적으로 부족함 없이 자라게 해주고 싶어서 열심히 일하고 저축합니다. 자녀들의 다양한 체험을 위해 주말마다 피로를 불사하고 집을 나섭니다. 정서적인 안정 또한 간과할 수 없습니다. 행여 아이가 외롭거나 상처받지 않을까 살피고, 틈틈이 육아서를 읽고 강의도 들으며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애씁니다.

 


이런 우리들에게 부모의 어린 시절 상처와 그로 인한 자존감이 아이에게 그대로 대물림 된다는 정보는 매우 공포스런 소식입니다. 몇년 전 한 방송국에서 <마더쇼크>라는 제목으로 모성의 대물림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방송하면서 이런 사실이 널리 퍼졌습니다. 이 방송 이후로, 아이의 문제 행동 때문에 고민했던 분들이 혹시 엄마 자신의 자존감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닌가 싶어 상담이나 부모코칭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 



가난, 상처, 낮은 자존감, 소심한성격…부모가 스스로 거부하는 어떤 것들을 아이가 그대로 닮는다는 것은 거대한 두려움입니다. 아이는 사랑으로 태어났고 사랑을 먹고 자라나는데, 부모는 가난이 두려워서 일하고, 상처 받을까 두려워서 미지의 영역으로 아이를 내놓지 못합니다. 권위를 가지고 아이를 가르치고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아 주어야 할 때도 행여나 자존감이 상할까 두려워서 그것을 어쩌지 못합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출발되었던 많은 행동과 선택들이 사실은 두려움이 이끈 것이었음을 모르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대물림을 두려워하는 사이 ‘두려움’이 대물림 되고 있지는 않을까요? 매일 아침 출근하고, 아이의 교육을 위해 무언가를 선택하는 모든 행동 기저에 내게 있는 가장 강한 감정이 무엇입니까. 사랑입니까 두려움입니까. 만일 자신에게 두려움이 1도 없다면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최고의 유산은 무엇일까요? 완벽한 외모일까요, 화수분 같은 재산일까요? 한 인간이 무언가를 물려받아 100년 가까이 사는 내내 온전하게 오래도록 써먹는 유산이 과연 있을까요? 저는 그것이 ‘부모자신의 꿈’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와는 별개로 부모 스스로 원하고 갈망하는 어떤 삶이 있는 것. 그것을 향해 노력하고 배우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장해가는 것. 그게 다가올 시대의 최고의 유산 아닐까요.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해야 돼’와 ‘엄마처럼 하면 나도 되겠지’. 이 차이는 너무나 극명합니다. 아이는 자신의 꿈을 사는 부모의 모습에서 두려움이 아니라 사랑과 용기로 나아가는 삶의 태도를 배우고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는 가장 든든한 준비를 하게 될 것입니다. 자녀의 독립 이후에도 부모 자신의 삶과 꿈이 있다는 것은 자식 입장에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일까요. 엄마인 우리가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지금 무엇을 물려주고 있습니까 





* 이 칼럼은 워킹맘 커뮤니티 '워킹맘 정보창고'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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