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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정화 Jun 05. 2019

7세 아이에게 “느그 아빠 뭐하시노" 물었더니


얼마 전 아이의 유치원 친구가 처음으로 저희 집에 놀러 왔습니다.

그 친구의 아버지가 베트남에서 근무를 하셔서

엄마가 두 형제를 독박육아 하고 계시다는 소문을 들었던터라,

저는 아이의 아버지가 어떤 일로 베트남에 가 계시는지 궁금했습니다.




아이들의 저녁을 챙겨주며

저는 “OO이 아빠는 무슨 일을 하시니?” 라고 물었습니다.

“우리 아빠요?”

아이는 눈을 꿈뻑이며 잠시 생각을 하더니

“우리 아빠는 저랑 놀아주는 일을 하세요" 라고 대답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대답에 크게 웃고 말았습니다.

얼마나 천진하고 귀여운 생각인가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아이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습니다.



7살 아이 입장에서 아빠가 어떤 공무로 해외에서 바쁘신지 정확하게 아는 것도 무리이지요.

아빠를 얼마나 자주 볼 수 있든,

아빠는 자신과 함께할 때 신나게 놀아주는 멋진 사람인 것입니다.




일 = 직업 = 생계를 위해 하는 활동




이 생각은 얼핏보면 정답 같지만,

사실은 우리를 가장 크게 구속하는 관념이기도 합니다.



처음 만난 분에게

“어떤 일을 하세요?”라는 질문은, 제가 아이의 친구에게 물었듯

“직업이 뭐예요?”랑 같은 의미로 통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반드시 어떤 ‘직업명'으로 표현되지 않거나,

생계를 위해 하는 일이 아니지만,

사실은 다른 무엇보다 굉장히 중요한 일들이 우리 삶에는 참 많습니다.



사랑하는 아이와 놀아주는 일.

그래서 아이의 마음 속에 행복한 기억을 심어주는 일.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요?



가정을 돌보는 일.

그 안에는 영양사, 간호사, 요리사, 재무설계사,

CEO, 선생님, 디자이너가 하는 일들이 두루 포함되어 있습니다.

‘엄마' 혹은 ‘주부'라는 짧은 단어로 그 일의 가치를 다 설명할 수 있을까요.



누군가를 진심을 다해 사랑하는 일,

그냥 생각나서 연락했다고 문득 누군가를 기억해 주는 일,

재미있는 이야기로 사람들을 웃게 하는 일,

힘들 때 가만히 고민을 들어주는 일,



어떤 직업도 아니지만, 이런 일들을 돈으로 환산한다면

얼마를 주어야 살 수 있을까요.



저는 친구가 돌아간 후 우리집 어린이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지안이는 엄마가 어떤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니?”



“엄마는 코칭하지"



왜 우리집 어린이는 정답을 말하는 걸까요 ㅎㅎ

저도 아이와 좀 더 신나게 놀아주어야겠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일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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