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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정화 Jan 23. 2017

엄마의 일

깨우고

굿모닝으로 시작해서 버스 놓친다고 을러서 깨우고,

챙기고

하나라도 빠진 것 없나 또 챙기고,

차리고

있는 것 없는 것 다 뒤져서 차리고,

먹이고

한 입이라도 더 먹이고,

입히고

싫다는 거 오늘 많이 춥다고 달래서 입히고,

보내고

오늘도 신나고 재밌게 다녀오라고 보내고,

생각하고

요즘 필요한 것, 부족한 것 없나 계속 생각하고,

기다리고

오늘은 어떤 표정으로 돌아올까 기다리고,

들어주고

모든 감각을 동원해서 숨은 이야기를 들어주고,

놀아주고

5분마다 바뀌는 역할놀이를 재밌는 척 놀아주고,

놀라고

한 번도 안썼던 말, 민첩해진 손놀림에 놀라고,

나가고

씽씽이 타든 놀이터 가든 덥든 춥든 어디든 나가고,

말리고

저번에도 샀으니 이번엔 안된다고 말리고,

참고

뭐든지 내 박자 보다 느린 모든 순간을 참고,

헤아리고

엄마미워 엄마랑 안놀거야에 담긴 마음을 헤아리고,

알려주고

아이가 만나는 세상의 새로움을 하나하나 알려주고,

살피고

하루종일 입 속에 들어간 음식이 뭐였나 살피고,

만들고

혼자 서는 절대 안 차려먹을 음식을 만들고,

고르고

말 끝마다 "똥꼬엉덩이"라고 대꾸하는 말에 웃어줄지 정색할지 반응을 고르고,

닦이고

입가를 코 밑을 손바닥을 똥꼬를 구석구석 닦이고,

치우고

또 어지를 걸 알면서 일단 치우고,

씻기고

물놀이하는 애를 앉혔다 일으켰다 구석구석 씻기고,

재우고

최후의 순간까지 뒹굴고 놀려는 애를 결국 도깨비 온다 얼러서 재우고,

깨고

그게 새벽 몇 시든 '엄마' 소리가 들리면 일단 깨고,

잠든다

하루 중 엄마의 일이 1도 섞이지 않은 유일한 시간 드디어 잠든다.



그리고 다시 깨운다 또 깨운다.

더러는 깨인다 일어날때까지 깨인다.

챙긴다 다시 또 챙긴다.

차리고 먹이고 입히고 보내고 기다린다.

이 모든 것을 스스로 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린다.



계속하고

끝나지 않고 끝낼 수도 없어 이 모든 것을 계속하고,

되어간다

멈춘 적이 없어서 계속 되어간다.



그 노동을 하고 있는 사람만이

돌봄이 노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아무도 일이라 생각지 않는 일.

아이가 높게 빛날수록 보이지 않는 그림자 같은 일.

세상에선 그냥 비경제활동인구에 속하는 일.

그러면서 밑도 끝도 없이 남에게, 세상에게 쉽게

판단받고 종용당하는 일.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이는 그 누군가가 자신에게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일.

그래서 아무나 할 수 없는 일.



어디서부터 흘러와서

어디까지 흘러갈지 알 수 없는

영원한 시간 같은 일.



엄마의 일.






다분히 5세 남아 기준 엄마의 일

하는 사람이 여자인지 남자인지는 중하지 않은 일

그냥 애가 태어나면 고구마줄기처럼 따라오는 일

이 작은 일상이 한 사람의 인생이 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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