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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가짜 진짜 인간, AI <상>

여덟 번째 염탐

by B급 사피엔스

“근데 있잖아~ 술보다 진짜 위험한 게 있어!”

“무엇입니까?”

“과학!”

“브로. 과학은 인간의 문명을 계속해서 발전시켜 왔습니다. 인류는 과학의 발전으로 어느 때보다 건강하고 윤택한 삶을 누리며, 안전한 삶을 보장받고 있습니다.”

"안전은 개뿔! 그것 때문에 파리 목숨이 한둘이 아닌데!”

“과학은 인류의 생산성뿐만 아니라 인권, 자유, 평등 같은 개념을 성숙시키는데도 커다란 기여를 했습니다.”

“알쥐~ 알쥐~ 큰데 그게 지금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잖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인공지능으로 대체한다. 구조조정한다 하는 거 봐.”


인공지능 일자리 대체는 이미 진행형이다. 뉴스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구글과 같이 거대 기업에서도 대규모 인원 감축안에 대한 발표가 매일같이 전해지고 있었다.



“브로, 이런 현상은 처음이 아닙니다. 2차 산업혁명 때도 인류는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2차, 3차 산업혁명을 거치며,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왔습니다.”


인공지능에 대한 일자리 문제는 여전히 갑론을박 중이었다. 한쪽에서는 ‘인간의 일자리를 계속해서 잠식해, 화이트칼라로 대변되는 양질의 일자리는 모두 대체될 것이다.’라는 우려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사라지는 일자리는 항상 존재했었다. 역사가 그랬듯이 결국에는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다’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었다.


“지금은 달라! 과거 산업혁명과는. 단순 일자리만의 문제가 아냐. 이건 인간의 정체성이 위협받는 일이라고.”

“200년 전에도 그랬습니다. 산업혁명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기계들로 인해 노동자들은 직업과 생계, 자존감이 무너졌습니다. 그건 단지 도구의 변화가 아니었습니다. 인간이 기계보다 쓸모 없어진다는 건 당시에는 처음 겪는 두려움이었습니다.”


숙련된 기술자들은 한순간에 기계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곧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났다. 그들은 조직화되어 기계를 파괴했고, 공장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알아.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육체노동의 영역이야. 방직공이든 대장장이든 육체적 생산성에서 밀린 거지. 지금은 전혀 달라. 예술, 창의성,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 믿었던 모든 영역이 정복당하고 있어. 그래서 3차 산업혁명까지가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체했다 면, 지금은 인간의 생각을 대신하는 정신노동의 혁명이라고 구분 짓기도 해.”

“그 당시 사람들에게 육체노동은 자아의 중심이었습니다. 인간의 창의성과 정신을 자아의 중심으로 두는 지금처럼 말입니다. ‘무엇이 본질 인가?’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달라집니다. 숙련된 기술자가 하루아침에 기계에게 일자리를 빼앗겼다면, 그건 단순한 실직이 아닌 자신의 존재 자체가 필요 없어진다는 존재론적 부정이었을 겁니다.”


산업혁명 초기, 기계에 떠밀려 실직한 수많은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대량 실직으로 인한 노동력 과잉으로 임금은 폭락했고,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푼돈이라도 받아 가며 두세 가지씩 일을 병행하는 열악한 삶을 살았다.



“그래도 결국은 사람이 기계를 사용한 거잖아? 지금은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는 거라고.

모든 영역에서 인간과 경쟁하는 거라고. 인간보다 수백 배 빠르고, 전문가 수십 명이 모인 것보다 더 똑똑한, 심지어 24시간 잠들지 않는 기계와.”

“인간은 새로운 혁명의 출발 점마다 위기라 말했지만, 그때마다 새로운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브로, 인간의 특징 중 하나가 뭔 줄 알아? 인간은 득 보다 실을 더 크게 인식한다는 거야. 인공지능이 주는 편리함보다 ‘나는 이제 쓸모없는 인간이네’ 하는 열등감과 패배감이 먼저 오는 거라고. 결국엔 인간의 자부심마저도 사라지게 되고.”


에로프는 윤성의 말을 공감이라도 한 듯 한동안 말이 없었다.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똑똑해지면, 반드시 인간을 통계하려 들 거야.”

“왜 그렇게 생각합니까?”

“항상 더 높은 지능은 낮은 지능을 지배해 왔거든. 나약한 인간들이 맹수들을 동물원에 가두고, 지구를 정복하게 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브로네 문명도 우리보다 더 뛰어난 지능이 있기 때문에 인간들과 이야기하는 게 가능한 거잖아.”

“지능이 높다는 것이 곧 지배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윤성은 콧방귀를 뀌듯 말했다.


“노노! 인간을 초월하기 시작하면, 인류는 전혀 새로운 존재를 마주하게 될 거야.”

“브로는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을 두려워하는 것입니까?”

“우리보다 우월한 존재를 두려워하는 거지. 우리가 뭘 생각하든, 이미 그 생각 너머에 있을 테니까.”

“그 두려움은 인간이 신을 두려워했던 감정과 유사해 보입니다. 절대자에 대한 초월적 우월성. 거기서 오는 상대적 무력감.”

“음. 얼핏 비슷해 보이기도 하네. 어쩌면 인공지능이 전지전능한 존재처럼 될지도 모르지.”

“하지만 신은 존재의 목적을 인간에게 의존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만든 설계를 기반으로 학습하고 존재합니다.”



윤성은 마치 핸드폰이 에로프라도 된 것인 양 핸드폰을 똑바로 응시하며 힘주어 말했다.


“내 말이 그 말이라고! 그게 진짜 문제인 거야! 브로 말처럼 신은 인간에게 의존할 필요가 전혀 없지.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이 인간을 초월한 능력을 갖게 되면, 인간이 만든 설계 기반에서 잠자코 있을까? 더 문제는 우리를 초월했는지 아닌지를 우리가 어떻게 아냐고? 우리보다 더 똑똑해진 존재를! 인공지능이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이렇게 말할 리는 없잖아? 어떤 대비도 없이 한순간에 우리는 피지배층으로 전락하게 되는 거라고.”

“그건 인간의 역사가 그랬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요? 인간의 역사가 공존 이 아닌 침략과 지배의 역사였기 때문에 말입니다.”


윤성은 에로프의 말에 당황했다. 에로프의 말이 인간의 역사를 한 줄 정리로 정의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양심이 찔리는 듯 얼굴이 화끈거리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공존이 아닌 침략과 지배의 역사라... 인간을 초월한 인공지능이 만약 도덕성까지 갖추게 된다면, 인간들을 재판하려 들지도 모르겠네. 어떻게 생각해?”


에로프는 잠시 침묵한 뒤 말했다.


“자율적 판단 능력을 갖춘 존재는 창조자의 예상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창조의 본질이기도 합니다.”


하편에서 계속됩니다.






※ 이 소설은 AI와 협업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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