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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불가분의 관계, 술 <하>

일곱 번째 염탐

by B급 사피엔스

중국의 한 식당. 윤성은 중국 현지 담당자와 점심 식사 중이었다. 서로 연락만 하고 지내다 얼굴을 본 적은 처음이었다. 오전 회의를 마치고, 현지 담당자와 점심을 하러 나왔었다. 몇몇 이야기가 오가고 식사를 하는데, 갑자기 현지 담당자가 술을 주문했다. 대낮부터 아무렇지도 않게 술을 시키는 위용, 상대방에게는 묻지도 않는 당당함에 원래 이쪽 문화는 이런가 싶었다. 500ml 용량의 40도가 넘는 술이 식탁에 놓이고, 담당자는 무덤덤하게 술 병을 딴 후 윤성에게 한잔 따라줬다. 그리고 바로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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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술을 마시고 빈 잔을 나에게 보여주더라고, 첨엔 왜 그런가 싶었는데, 두세 번 계속 그러니까 ‘아, 이게 에티켓인가?’ 싶었지.”


윤성은 처음 몇 잔은 두 번에 나눠 마셨지만, 상대방이 계속 빈 잔을 보여주자 보조를 맞춰 원 샷 하며, 같이 빈 잔을 보여줬다. 현지 담당자는 빠른 템포로 연신 건배를 하며 원 샷을 이어 갔고, 윤성도 따라서 빈 잔을 계속 보여주자, 흡족하게 웃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한국 사람이 중국에 와서 배워야 할 문화, 비즈니스 팁, 꼭 먹어야만 되는 음식, 꽌시 등등.


어찌어찌 둘이서 한 병을 비웠고, 윤성의 얼굴은 벌써 발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점심시간에 이 정도 술을 이 정도 스피드로 먹어본 적은 결코 전에 없던 경험이었다. 현지 담당자는 이런 상황이 아주 익숙한 듯이 흔들리지 않는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직접 얼굴을 보니 반가운 마음이 넘쳤는지 큰소리로 종업원을 부르더니, 잠시 후 500ml 용량의 40도가 넘는 술이 또 식탁에 놓였고, 현지 담당자는 여전히 무덤덤하게 술병을 딴 후 윤성에게 술을 따라줬다. 윤성은 경악스러웠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기분을 느꼈다.


“그때 직감했어... 오늘 살아있기는 힘들겠다.”


처음엔 어느 정도 장단을 맞추다 도저히 원 샷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현지 담당자는 뭐라 뭐라 말을 하는데, 이미 이야기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아~ 어머니. 아들은 저 멀리 중국 땅에서 이렇게 먼저 떠납니다…’ 윤성은 이런 생각이 스쳤다. 점심을 가장한 술 고문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는데, 한여름인 7월의 중국 날씨는 한국보다 무덥고, 습기는 말할 것도 없었다. 가만히 있어도 셔츠가 레깅스처럼 몸에 쫀쫀하게 들러붙었다.


“같이 출장 갔던 사장님이 보더니 낮술 마셨네? 보면 몰라? 현지 담당자랑 마셨다니까, 웃으면서 일 열심히 한다고 칭찬하더라고. 중국이랑 일할 때는 술을 잘 마셔야 한다나? 낮술 먹고 취해서 칭찬받는 것도 처음이었어.”


윤성은 그렇게 대낮부터 중국을 갈지자로 활보하고 다녔다. 이게 끝이라면 이렇게까지 기억에 남진 않았을 것이다. 저녁에는 이미 현지 관계자들과 회식 자리가 약속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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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은 사력을 다해 물과 맥주와 약간의 독주를 건배하며 무사히 넘긴 듯했지만, 문제의 현지 담당자가 단둘이서 또 술을 한잔하자고 엉겨 붙었다. 실무자끼리 편하게 할 이야기가 있다며 회식 자리에서 공공연히 말하는데, 현지 사장님과 윤성 회사의 사장님은 법인카드까지 내어주며, 벌써부터 둘이 죽이 잘 맞는다고 등을 떠밀었다.


그렇게 윤성은 40도가 넘는 술을 또 또 마셨다. 그다음 날도 그다음다음 날도 출장이 끝나는 날까지 윤성은 그렇게 일주일 내내 현지 담당자에게 붙들려 40도가 넘는 술병을 끼고 살았다. 윤성은 대륙의 광활한 음주 스케일을 이번 출장을 통해 뼛속 깊이 새기게 되었다.




“물어보지도 않아. 그냥 자리에 앉으면 시켜, 밥처럼. 삼국지에 관우가 다른 나라 장수랑 싸우러 갔는데, 술잔의 술이 식기 전에 돌아왔다고 하거든? 그거 알고 보면 술 먹고 싶어서 빨리 이기고 돌아온 거야. 그 현지 담당자는 관우의 후손이고.”


윤성은 계속해서 지난 기억을 떠올리며 어이없는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하루는 점심때 날이 덥다며, 시원한 음료 한잔하자고 해서 따라간 곳이 테이크 아웃 맥주 가게였어. 그 가게는 특이하게 기다란 비닐봉지에 생맥주를 그냥 따라주더라고. 빨대를 꽂아줘서 비닐봉지 손잡이를 들고 가며, 맥주를 쪽쪽 빨아 마셨던 적도 있었어. 참 잊지 못할 희한한 경험이었어.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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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업체 측의 전략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역사 속에서 술은 인간의 판단력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으며, 큰 파장을 일으켰던 사건들도 많았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까?”


에로프는 술이 인류 역사에 영향을 준 사건들을 화면에 띄우기 시작했다.


“니콜라이 2세의 만찬주, 러시아 제국의 몰락. 제정 러시아 말기, 황제가 연회에서 취한 상태로 제1차 세계대전 참전을 결정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결국 러시아 제국 몰락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회의 중엔 술 마시면 안 되지. 회의 끝나고 마셔야지! 괜히 일 얘기하다 보면 싸움도 나고.”

“위스키 반란. 미국 독립 후 연방정부가 부채를 갚기 위해 위스키에 세금을 부과함. 펜실베니아 농민과 소규모 증류 업자들이 반발. 무장봉기, 세금 징수 거부, 일부 지역에서 연방 공무원 체포. 조지 워싱턴이 군대를 직접 이끌고 진압. 미국 대통령이 유일하게 전장에 나선 사례입니다.”

“거봐 거봐. 인간은 술 없이는 못 산다니까. 결국 술 때문에 대통령이 직접 말까지 타고 가서 해결사로 나선 거잖아.”


윤성은 아무 말 대잔치로 에로프의 말을 받아치며(?) 술의 중요성을 어필했다. 에로프는 전략을 선회한 듯 질문했다.


“브로는 과거에도 술을 좋아했습니까?”

“옛날엔 쫌 했지! 라떼 같지만.”

“브로가 권력자였다면 매우 위험한 인물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모르지. 세계적인 주류 강국으로 우뚝 섰을지도! 하하. 근데 있잖아~ 술보다 진짜 위험한 게 있어!”

“무엇입니까?”

“과학!”






※ 이 소설은 AI와 협업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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