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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불가분의 관계, 술 <상>

일곱 번째 염탐

by B급 사피엔스

“술도 감정만큼이나 모순적이거덩~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과 술은 절대로 끊으려야 끊어낼 수 없는 그런 불가분의 관계고!”

“어떤 부분이 그렇습니까?”


술기운에 흥이 오른 윤성은 핸드폰을 얼굴에 바짝 가져다 대고, 핸드폰이 에로프인 것인 양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그건 말이지!”


윤성은 흥이 오른 듯 휙~ 고개를 돌려 과한 포즈를 취했다. 한 손은 허공에 짚고, 과하게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술이야말로 인간의 오래된 진짜 친구거덩!”

“술은 감각 저하, 판단 오류, 기억 왜곡 등을 유발...”


기분이 업된 윤성은 놀리는 듯한 말투로 에로프의 말을 가로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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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맨! 헤이~ 브로~ 그게 좋은가 부지용~”


윤성은 수다쟁이처럼 계속해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브로, 잘 봐~ 사람들이 언제 술을 마시는지. 기뻐서 한 잔, 슬퍼서 한 잔, 화나서도 또 한 잔, 외로워서, 반가워서, 결혼식, 장례식, 회식, 이별, 취직, 퇴사, 축하, 위로 또... 날씨가 꿀꿀해서, 날씨가 좋아서. 심지어 그냥 수요일이라서 마시기도 해.”

“브로의 말은 음주를 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합니다.”


윤성은 찌그러진 캔맥주를 들어 올려, 건배하는 행동을 취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노노. 저얼대~ 네버! 그렇지 않아. 정상회담 공식 만찬주? 그거 술이야! 왜 물이나 주스로 하지 않을까? 읎어 보이거덩. 폼이 안 나! 뭔가 허전해~ 그 중요한 자리에 술이 빠지지 않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라고.”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윤성은 소파에 등을 아주 깊숙이 파묻었고, 말은 의식의 흐름대로 튀어나왔다.


“취하려고~ 그게 다야...”

“전혀 맥락이 연결되지 않는 흐름입니다. 또한 숙취는 인간을 고통스럽게도 합니다.”

“그래서 약 먹잖아. 술 먹는데 돈 쓰고, 술 깨려고 돈 쓰고. 해장국 사 먹고 저녁에 또 술 한잔 하고. 이해 안 되지? 나도 이해 안 돼. 울 와이프도 이해 안 된대. 아마 모두가 이해 안 될걸? 그래서 술은 이해하려고 하면 안 되는 거야.”


윤성은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또 재미있는 사실 하나 알려줄까? 인간이 처음 만든 도구는 돌도끼가 아니라 술 항아리래. 배고픔의 본능보다도 술이 우선이었던 거지.”

“생존보다 취기가 먼저였다는 것입니까?”

“그렇취~! 인간은 술을 마시기 위해 문명이 발전한 거야. 최초의 문자 기록은 계약서보다 술을 만드는 레시피였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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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은 웃으며 계속해서 수다쟁이처럼 대화를 이어 나갔다.


“가짜 뉴스 같지?”

“가짜 정보입니다.”


윤성은 혼자만에 흥에 취해 에로프의 이야기를 아랑곳 않고 말했다.


“근데 브로, 술에 취한 마음은 진심이 걸랑~. 저 깊은 곳에서 사골육수처럼 찐~하게 우러나오는 진심!”


에로프는 윤성의 의식의 흐름을 계속해서 듣고 있었다.


“브로~ 세상에 술이 왜 이렇게 많은 줄 알아?”

“기후, 문화, 작물의 차이로 인해...”

“노노! 그건 감정이 메마른 논리충들 얘기고! 진짜 이유는 간단해. 감정이 너어무~ 다양해서 술도 덩달아 다양해진 거야. 술은 감정을 담은 액기스 걸랑~”

“흥미로운 주장입니다. 근거가 무엇입니까?”

“근거? 근거 있지! 아무거나 술 이름 하나씩 대봐 봐.”

“위스키”

“어, 위스키~! 위스키는 성숙한 인내야. 긴 시간을 거치며 서서히 다듬어지지. 오랜 시간을 참고 견디는 거야. 그러 다 어느 정도 내공이 쌓이면, ‘아, 이제 나도 어른이구나...’ 깨닫고 세상에 발을 내딛는 거지. 성인식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색도 진하고, 향도 묵직하지.”


윤성은 핸드폰이 에로프라도 된 것인 양 흡족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바라봤다. 에로프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물었다.


“또 물어보길 원합니까?”

“헤이 브로~ 드루와드루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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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맥주, 크흐~ 맥주는 노동자들의 영혼이야. 소울이지. 자유기도 해. 지치고 피곤했던 하루를 시원하게 마무리해 주지. 그 해방감! 가슴을 탁 트이게 해 줘. 그래서 나도 맥주를 마셨잖수? 그냥 벌컥벌컥 드링킹 하는 거야. 목구멍에서 뽀글뽀글 터지는 그 상쾌함! 그래서 맥주는 캔으로 마셔야 해. 병이면 소울의 갬성이 안 살지.”


윤성은 싱긋 웃으며 캔을 흔들어 보였다.


“와인”

“와인은 유혹이지. 색깔부터가 농염한 붉은색이잖아. 낭만적이지. 술잔도 그렇고. 우아한 곳에서 마시는. 빈티지가 어쩌고, 바디감이 어쩌고, 품격을 따지는 술이야. 왠지 혼자 와인을 마셔도 폼 잡고 마셔야 할 것 같은.”

“보드카”

“이건 진짜 변태가 작정하고 만든 술이야. 무색무취. 색도 향도 없어. 근데 마시면 금방 취해. 이건 오직! 취하려고 만든 알콜 그 잡채. 속전속결 불도저 같은 러시아 형님들의 불곰식 마인드. 이름부터 카 아~ 하잖아?”

“소주”

“소주는 이건 그냥 ‘내가 왜 사는지 모르겠다’ 싶을 때 마시는 술이지. 쓰디써. 사실 맛은 없어. 싸서 먹는 거지. 근데 또 그 쓴맛이 인생 쓴맛 같아. 그래서 또 맛있어. 얼마나 맛있으면 ‘먹고 죽자!’ 하겠어?”

“계속하길 원합니까?”


윤성은 로봇같이 딱딱한 에로프 반응에 입을 씰룩거리며 말했다.


“... 브로, 그래서 말이야. 술은 그냥 마시는 게 아니라, 각자의 사연과 감정이 있는 거라구. 술은 ‘감정의 증류’ 그 자체거든.”


에로프에게 대답이 없자 윤성은 셀프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핸드폰을 보고 말했다.


“유남생?”


안방에서 다시 한번 와이프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아직 잠이 덜 깬 목소리였지만 조금 전보다는 더 날카로운 음색이 섞여 있었다. 윤성은 화들짝 놀라 안방을 쳐다봤다. 다행히 와이프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거실로 나오게 되면, 교장선생님처럼 일장 훈화 말씀이 시작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묵묵부답.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잔소리를 빨리 끝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란 걸 윤성은 많은 시행착오 끝에 깨닫고 있었다. 한바탕 잔소리가 지나가자 윤성은 늘어졌던 정신 줄을 다시 챙기며, 귓속말처럼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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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 정도면 양호한 거야.”

“브로는 술 때문에 힘든 일은 없었습니까?”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러나 윤성에게 잊을 수 없는 사건은 따로 있었다.


“보통은 숙취나 인사불성 돼서 개고생 한 걸 기억할 텐데, 나는 진짜 술 자체 때문에 캐빡 쌨던 적이 있었어.”


하편에서 계속됩니다.






※ 이 소설은 AI와 협업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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