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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계산된 비즈니스, 전쟁 <상>

여섯 번째 염탐

by B급 사피엔스

윤성은 두 번째 캔맥주를 손에 들고 흥미로운 표정으로 소파에 앉았다. 거실이 고요해 캔맥주를 오픈할 때 나는 소리를 줄이려, 최대한 조심스럽게 천천히 캔맥주를 열었다. 잠귀 밝은 와이프에게 걸리면 일장 훈계를 받아야 했고, 잠자리로 강제 연행되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었다.


“브로~ 얘기해 보셩~”

“전쟁은 감정을 이용한 자들에 의해 기획된 시스템입니다.”


에로프는 초반부터 묵직한 한마디를 던졌다. 윤성은 흥미로웠다. 음모론 같은 시나리오를 떠올렸다.


“기획된 시스템이라고?”

“전쟁은 분노나 증오 같은 감정만으로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전쟁을 일으키는 숨은 원인은 손익을 계산하는 자들의 투자이익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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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이 그럴싸했다. 윤성은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켜고,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핸드폰에는 에로프가 만든 자료들이 띄워졌다. 각종 그래프와 도표가 떠올랐고, 각기 다른 색상의 선들이 오르내리며 특정 시점마다 급상승하는 지점이 보였다. 그 지점 아래에는 연도별 전쟁과 관련 기업, 유가, 금 시세, 방위산업체 이름이 함께 적혀 있었다.


“2003년 이라크 전쟁 개시 이후 48시간 내 미국 5대 방산기업 주가 상승률은 평균 17.3%입니다. 2008년 러시아-조지아 충돌 당시 국제 유가상승폭은 34%입니다. 시리아 내전이 격화되면서 난민 위기로 유럽의 주요 은행 주가가 하락했으며, 그 틈을 타 헤지펀드 3곳이 단기 차익을 실현했습니다.”


윤성은 핸드폰 자료를 눈 여겨봤다. 그래프는 말해주고 있었다. 전쟁의 결과는 폐허가 된 도시가 아닌, 그래프의 숫자들이었다. 그리고 그 숫자는 위로만 향하고 있었다.


“브로. 이거 진짜야?”

“그렇습니다. 전쟁의 본질은 구조화된 수익 모델입니다. 정치권력은 전쟁을 기획하고, 군산복합체는 수익 모델을 설계하며, 금융 자본은 배당을 거둬들입니다. 대중 들은 자신도 모르게 그 전쟁에 휘말리는 피해자들입니다.”


에로프가 바라본 전쟁은 섬뜩하기만 했다. 정의나 명분은 전쟁을 위한 껍데기에 불과했다. 통계와 숫자들이 그 말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나도 피해자였네?”

“무슨 피해를 입었습니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쳐들어가던 날, 주식이 반 토막 났거든. 서대리는 그때 진짜 대차게 쪽박 찼지...?”




윤성은 몇 년 전 일을 떠올렸다. 흥분과 체념을 오가며, 세상 잃은 표정의 서대리는 뭉크의 절규를 보는 듯했다. 윤성 자신도 주식이 반 토막 났지만, 서대리에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영끌 투자의 무서운 민 낯을 실제로 목격한 날이었다.


서대리는 결혼할 사람이 있었다. 코로나 시국으로 결혼을 잠시 미룬 것이 화근이었을까? 아니면 자신만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과신했던 게 문제였을까? 서대리는 그동안 투자로 쏠쏠히 재미를 봤던 돈까지 탈탈 털어 선물 옵션에 몰빵 했고, 하루아침에 빈털터리 신세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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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의 안보 문제를 명분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던 어느 날 아침. 뉴스 속보에는 러시아 탱크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침략하고 있었고, 사무실에선 서대리가 무너지고 있었다. 등은 잔뜩 웅크리고 있었고, 초점 잃은 눈빛과 반쯤 벌어진 입은, 하루 이틀 새 바닥으로 고꾸라진 차트 때문에 차마 다물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얼굴은 창백했고, 짙은 다크 서클은 지하 5층 깊이로 깊숙하게 박혀 있었다. 낌새를 눈치챈 윤성이 조심스레 물었다. 이미 본인 주식도 반 토막이 난 터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얼마 물렸는데?”


서대리는 얼굴도 쳐다보지 않고, 그 자세 그대로 들릴 듯 말 듯 입만 오물거렸다.


“... 결혼 자금...”


넋 놓은 듯 한동안 말이 없다가, 별안간 술 취한 사람처럼 횡설수설하다가, 자신의 뒤통수를 박박 문지르며 실소를 터트렸다.


“아 진짜! 러시아가 쏜 미사일이! 왜?!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내 계좌를 폭격하냐고? 우크라이나는 쥐뿔 아는 사람도 없는데!!”


서대리는 금세 좌절감에 고개를 파묻으며,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고개를 흔들다가, 다시 의자를 한껏 뒤로 젖힌 채 천장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지난주엔 냉장고 고른다고 같이 쇼핑했는데... 지금은 그 냉장고 값이 내 계좌에 없어요... 니미럴. 남의 나라 전쟁 때문에 내 인생이 나락 가는 게 말이 되냐?”


윤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커피를 두 잔을 타 들고 와, 서대리 책상 위에 한 잔을 말없이 내려놓았다. 서대리는 오전 내내 말없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모니터와 핸드폰 차트만 멍하니 번갈아 봤다. 점심때도 망부석이 되어 자리에 앉아 있는 서대리에게 윤성은 차마 점심을 하러 가자고 말을 붙이지 못했다.


며칠 후 회식에서 서대리는 가게에 있는 술병들을 모두 비워낼 기세로 연신 원샷을 하며, 술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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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한번 뒤집어졌으면 좋겠어요.”


TV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연일 속보로 중계되었다.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서대리는 여전히 술잔을 든 채 냉소적으로 말했다.


“전쟁? 차트에 초록색 안 뜨는 게 바로 전쟁이야! 핸드폰 속이 전쟁터라구!”




원래 투자 기질이 강했던 서대리는 그 일을 계기로 더 위험한 코인의 길로 뛰어들게 되었고, 지금은 인생 한방을 노래 부르고 사는 지경이 되었다. 어차피 그간 모았던 전 재산을 날리고, 그 덕분에(?) 파혼까지 하게 되니, 남은 건 ‘인생 한방!’ 그것밖에 없다는 식이었다.


“모를 일이지. 누가 또 얼마나 손해를 봤을지?”

“전쟁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자본의 재분배는 필연적입니다.”

“누구에게 분배되었는데?”


하편에서 계속됩니다.






※ 이 소설은 AI와 협업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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