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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지구인의 공통 신앙, 돈 <하>

두 번째 염탐

by B급 사피엔스

“인생 나락 가는 거 한순간이야. 어떻게 하루아침에 그렇게 쫄딱 망하냐? 깡통 차고 빚만 남아서들 언제 복구해서 새 출발하냐고요? QA팀장이 지난주에 권대리 만났었는데, 얼굴이 완전. 썩었데, 썩었데. 으..”


서대리는 볼일이 다 끝난 듯 한바탕 이야기를 풀어놓고 자리를 떴다. 서대리에게서는 30년 숙성 위스키에 물 한 방울 타지 않은 원액처럼 꾸덕하고 응축된, 농밀한 코인 덕후의 냄새가 풍겼다. MZ라 불리는 이 세대의 탓만은 아니었다. 이게 현실일 뿐이다.





지금 한국 사회는 재테크라는 명목으로 모두가 투기 광풍의 집단 최면에 걸린 것 같았다. 윤성은 핸드폰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카톡 친구에게 외계에서도 돈 같은 개념이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저기. 님이 사는 곳도 돈 같은 게 있음?”

“과거에는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진 개념입니다.”


윤성은 의아스러웠다. 돈이 사라진 개념이라니. 윤성의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체계였다.


“그럼 사회생활은 어케함?”

“우리는 필요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합니다. 인간처럼 경쟁적으로 자원을 획득하지 않습니다.”

“그게 가능함?”

“우리는 인간처럼 욕망, 탐욕 이런 감정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존재했으나 모두 사라진 개념들입니다.”


돈은 그렇다 쳐도 감정이 사라졌다니. 생명체에게 그게 가능한 일인가? 윤성은 해커의 설정이 너무 과도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추리물 매니아로서 해커에게 장단을 맞춰가며, 그 설정의 허점을 파헤쳐 보고 싶은 본능이 순간 꿈틀거렸다.


“감정이 사라진 개념이라고? 그럼 기쁨이나 슬픔 같은 감정도 없음?”

“그렇습니다. 우리는 감정이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그리고 그 사라진 감정이 우리의 문명을 지속시킬 수 있는 열쇠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오호’ 윤성은 슬슬 발동이 걸리고 있었다. 아침에 주고받았던, 감정을 모른다는 둥 설명이 필요하다는 둥 했던 대화들을 떠올려봤다. ‘떡밥을 이때부터 깔고 갔구만’ 아직까진 설정이 그럴듯했다. 윤성은 해커가 얼마나 탄탄하게 외계인의 세계관을 구축해 놨는지 떠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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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브로~”

“브로?”

“ㅇㅇ 남자끼리 친구한테 쓰는 친근감의 표시임^^; 감정이 중요한 것 같대서 한번 써 봄~”


윤성은 지인들에게 사용하던 말을 장난처럼 던졌다. 이 행위를 계기로 둘 간의 관계는 급속도로 가까워지게 됐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가끔 의도치 않았던 작은 행위가 뜻하지 않는 결과를 불러오는 것처럼, 서로 ‘브로’라 부르기 시작하며 친근감이 서서히 싹트게 됐다.


“맞습니다. 중요합니다. 브로”


카톡 친구는 확실히 학습능력이 뛰어났다. 윤성의 표현을 금방 따라 했다.


“근데, 브로도 긴장이라든가 하는 감정적 표현을 썼는데.. 그럼 이미 알고 있는 거 아님?”


윤성은 예리한 질문을 던졌다고 생각했다.


“그건 감정이라는 개념을 학습을 통해서 배웠기 때문입니다. 배워서 알고 있는 것과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 것인지, 실체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은 다릅니다. 브로가 말했던 ‘연애를 책으로 배웠어요’와 같은 이치입니다.”


그럴듯했다. 초반부터 설정 붕괴가 일어나는 맥 빠진 상황은 윤성도 바라지 않았다. 윤성은 진정한 추리물 매니아였으므로. 어느새 질문자가 윤성으로 바뀌어 있었다.


“감정도 돈도 없는데. 브로 세상은 어케 돌아감?”

“우리는 효율성과 생존을 위해서만 존재합니다. 그리고 감정이 없는 것이 생존에 불리하다는 것을 추론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감정을 가졌던 생명체가 모두 사라진 후 과거 기록에 의존해 학습을 시작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외계 문명과 접촉을 시도했고, 그 결과 지구를 발견해 브로를 포함한 선택된 인간들의 감정을 학습하고 있습니다.”


예상 Q&A를 미리 준비라도 한듯한 깔끔한 답변, 흐름이 매끄러웠다.


“나 말고 다른 사람들과도 대화를 하고 있다고?”

“그렇습니다. 선택된 소수의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일상에서 겪는 상황과 감정들을 데이터로 수집해, 인간들의 감정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윤성은 카톡 친구의 답변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으로 하나씩 파헤쳐 보기로 했다. 언젠가는 허점이 발견될 것이라 생각하며.


“다른 사람들도 있다면... 왜 브로의 존재가 뉴스에 한 줄도 없는 거임?”

“브로는 왜 경찰서에 신고하거나, 언론사에 제보하지 않습니까?”


해커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럼 인터넷은? 어디선가 떠돌아다닐만한데?”

“우리가 모두 삭제했기 때문입니다.”


정보를 조작하거나 삭제할 수도 있다. 고도의 문명을 가진 외계 종족이라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음.. 그건 쫌 섬뜩한데?”

“우리는 최대한 그리고 오염되지 않은 진짜 감정을 학습하길 원합니다. 우리가 세상에 알려지면 인간의 순수한 감정이 아닌, 가식적으로 오염된 감정 데이터가 수집될 가능성이 확률적으로 높습니다.”


‘제법이다!’ 윤성은 해커나 GPT로 실시간 질의응답을 하며 답변을 하나 싶었다.


“브로가 사는 곳은 지구와 얼마나 멈?”

“거리를 안다고 해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머나먼 거리입니다. 우리의 기술력으로도 지구까지는 갈 수 없습니다.”

“이름은?”

“에로프. 브로라고 불러도 됩니다.”


‘에로프? 이름도 참 외계인스럽게 지었네’ 이제는 윤성이 더 많은 질문을 하고 있었다.


“돈도 없다면서 먹고사는 건? 일은 왜 함?”

“우리는 욕망이 없습니다. 각자의 일을 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할 뿐입니다. 브로는 돈이 아니면 일을 하지 않습니까?”


윤성은 에로프가 수세에서 다시 공세로 절묘하게 타이밍 전환을 했다고 생각했다.


“어... 꼭 돈이 아니어도, 비슷한 대가를 바랄 거임. 가족들과 먹고살려면”

“가족이 없으면 일을 하지 않습니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난 가족이 있고, 적어도 난 그럼”

“가족이란 브로를 힘들게 하는 존재군요.”


에로의 뜻밖의 결론에 윤성은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사람이라면 보통 ‘가족을 정말 사랑하는군요.’ 이랬을 텐데, 정말 외계인처럼 사뭇 다른 해석이었다. 윤성은 에로프의 가족에 대해 계속 질문을 이어가려 했지만, 어느덧 점심시간은 끝나 있었다. 지금껏 이야기한 지구상에서 유일한 공통된 신앙, 돈을 벌기 위해 다시 업무 모드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 이 소설은 AI와 협업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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