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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지구인의 공통 신앙, 돈 <상>

두 번째 염탐

by B급 사피엔스

점심시간. 윤성은 정신없는 오전을 보내고 커피를 마시며 쉬고 있었다. 핸드폰은 조용했지만, 윤성은 이 침묵이 불안했다. 풍전등화와 같은 고요함 같았다. 해커가 원하는 대로 채팅을 시작해 핸드폰이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언제 또 먹통이 될지 모른 일이다. 아니 그보다 진짜 목적이 보이스피싱이 아닌지 의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경찰에 신고하는 게 좋을지 고민스러웠다. 대화를 유도해, 경계를 느슨하게 한 후 돈을 갈취하려는 게 아닌지 불안하기만 했다. 게다가 외계인이라니. 이런 터무니없는 상황이 믿기지도, 일어날 수도 없다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머릿속을 훤히 들여다보기라도 하듯 핸드폰에서 다시 메시지가 도착했다.


“당신에게 돈은 무엇입니까?”


‘또 시작이구나...’ 윤성은 점심시간에 맞춰 채팅을 시작한 카톡 친구의 배려심(?)에 고맙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유일한 휴식 시간을 이렇게 빼앗긴다는 생각에 괘씸하기도 했다. 이런 복잡한 심경과 달리 윤성은 카톡 친구의 질문에 응답할 수밖에 없었다. 돈이 무엇이냐니. 이런 질문은 경제학이나 철학에서나 다룰법한 질문 아닌가 싶었다.


“돈. 음..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 원하는 건 대부분 살 수 있음. 모양은 숫자가 인쇄된 종이. 근데 모두가 돈에 지배를 받음”

“숫자가 인쇄된 종이가 어떻게 사람들을 지배한다고 생각합니까?”



단순한 질문 같았지만 단순하지만은 않은 질문이었다. 오전처럼 점점 카톡 친구에게 말려들어가는 느낌. 복잡하게 고민하지 않고, 원시인에게 돈을 설명하듯 쉽게 이야기하기로 마음먹었다.


“종이가 가치가 있다고 믿으니까. 집단으로 그 믿음을 공유하고”

“공유된 믿음은 돈을 공평하게 소유하지 못합니까?”

“부익부 빈익빈. 부자들은 계속 더 많이 벌고, 없는 사람들은 계속 가난해지니까 그럼”

“그건 현상에 대한 결과론적인 이야기입니다.”


‘우쒸’ 카톡 친구는 깐깐했다. 생각 없이 말하니 바로 지적이 들어왔다. 윤성은 등골이 싸해짐을 느끼며, 48시간에서 시곗바늘이 째깍째깍 뒤로 돌아가고 있는 장면이 어른거렸다. 방심하면 안 된다. 집중해야 한다. 카톡 친구가 원시인이 아닌 외계인이라는 설정을 다시금 환기했다. 윤성은 자신이 모르는 부분은 솔직히 인정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어. 그게. 솔직히... 잘 모름 -_-; 언제부터 돈이 생겼고, 왜 그렇게 됐는지...”

“당신은 모든 사람을 지배하는 돈에 관심이 없습니까?”


왠지 카톡 친구가 비꼬는 것 같았다. 뭔가 혼나는 느낌과 굴욕감도 느낀 윤성은 더욱 비 굴하게 자세를 낮추며, 최대한 친절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비위를 맞추며 답했다.


“사실.. 내가 좀 아는 게 별루라서 ^^; 가방끈도 짧고 하거덩. ㅎ 카톡 친구도 ... 친군데 말이야~ 좋은 대답을 잘 못 해주는 것 같네. 쏘리~^.^*”


카톡 친구에게 굽신 굽신이 느껴지도록 최대한 머리를 조아렸다. 이 정도 굽신거림이야, 20년 가까이 쌓은 직장 생활 내공으로 거뜬했다. 이 전략이 어느 정도 먹혔는지 카톡 친구는 질문을 바꿨다.


“모두가 돈을 공평하게 소유하는 건 어렵습니까?”


돈을 균등하게 소유한다는 것. 그 자체로도 불가능했지만, 세계 평화협정처럼 전 세계인이 ‘오늘부터 모두 똑같이 돈을 나눕시다!’하고, 땅땅땅! 망치를 세 번 치고 돈을 나눠도, 시간이 지나면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 뻔했다.


“그게.. 똑같이 나눈다 쳐도… 결국… 지금처럼 돌아갈걸?”

“왜 그렇게 생각합니까?”

“인간의 욕망, 남들보다 앞서가려는 경쟁심.. 똑같이 시작해도… 경쟁해서 더 많이 벌려고 함. 꼭 나쁘다고만 볼 수도.. 세상이 그렇게 발전해 옴... 인간 탐욕, 욕심은 끝 없음. 돈은 지구상에서 유일한 공통된 신앙 같은 거임”

“욕망, 경쟁, 탐욕. 인간의 감정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 같습니다.”


‘감정이 문제의 원인?’ 윤성은 카톡 친구의 말을 되뇌었다.



지나가던 서대리가 핸드폰을 만지고 있는 윤성을 보고 불쑥 말을 건넸다.


“차장님. 핸드폰 다시 돼요? AS 안 가도 돼요?”


당황한 윤성은 황급히 핸드폰을 두 손으로 감추며, 무언가 몰래 하다가 들킨 눈으로 말했다.


“어?.. 가야... 되나?”


윤성은 눈을 꿈벅꿈벅 뜨고 있었고, 서대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윤성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거야 차장님 맘이죠. 차장님, 얘기 들었어요?”

“뭐를?”


서대리는 가십거리를 하나 물고 온 표정으로 윤성 쪽으로 몸을 바짝 숙이며 속삭이듯 말했다.


“얼마 전 퇴사한 QA팀 권대리, 다시 재입사 신청했데요.”

“그래? 이직한 회사랑 잘 안 맞았나?”

“그게 아니라, 권대리 코인 떡상해서 회사 그만둔 거예요. 대박나서! 근데, 그게 지금 똥값 됐잖아요. 스테이블 코인. 그래서 쫄딱 망하고 다시 복귀하는 거예요.”

“어. 뉴스에 나오는 그거?”

“네에~! 리딩방, 유튜브 이런대서 정보 얻어서 영끌 몰빵 했는데, 떡상하자마자 바로 사표 쓰고, 유럽 여행 한 달 가고, 스포츠카, 강남 아파트도 계약했었데요. 영앤리치처럼 폼나게 산다고. 근데 코인이 똥값 되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개털 되고, 다시 재입사하는 거래요.”



서대리는 이런 쪽으로 소식이 빨랐다. 동시에 서대리 귀에 들어가면 곧 회사 사람 모두가 아는 공지사항이 되었다.


“또 연구소 최차장이요.”

“응, 최차장은 왜?”

“몇 년 전에 부동산 재미 좀 봤다고 갭 투자했었잖아요. 지방에 4채, 경기도에 3채. 그거 대출금 감당이 안 돼서, 본전도 못 찾고 헐값에 겨우겨우 팔았데요”

“진짜?”

“네에~! 대출금 연체 때문에 압류 직전까지 갔데요. 원래 살던 집도 팔고, 퇴직금까지 다 땡겨서 털어 넣데요.”

“아이고... 불장이다 뭐다 난리를 치더만... 근데 서 대리는 그런 것까지 어떻게 알어?”

“저번에 경영관리팀 팀장이랑 최차장이랑 면담하는 거 봤는데, 최차장이 죽상이드라고요. 그래서 경영관리팀 한번 파봤죠. 최차장이 눈물까지 훔치면서 퇴직금 미리 땡겨갔데요.”

“아휴... 서대리, 너도 조심해. 코인 좀 적당히 하시고.”


서대리는 윤성의 말을 듣는 채 만 체 아랑곳 않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인생 나락 가는 거 한순간이야. 어떻게 하루아침에 그렇게 쫄딱 망하냐? 깡통 차고 빚만 남아서들 언제 복구해서 새 출발하냐고요? QA팀장이 지난주에 권대리 만났었는데, 얼굴이 완전. 썩었데, 썩었데. 으..”


서대리는 볼일이 다 끝난 듯 한바탕 이야기를 풀어놓고 자리를 떴다.


하편에서 계속됩니다.






※ 이 소설은 AI와 협업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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