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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욕망의 톱니바퀴, 직장 <하>

첫 번째 염탐

by B급 사피엔스

회의실 탁자에 모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이 상황이 짜증스럽다는 듯 박상무만 미간을 찌푸리며 잔소리를 해댔다.


“매출이 다라고! 니들도 돈 벌려고 회사 다니는 거 아냐? 그럼 회사에도 돈을 벌어다 줘야지! 이 이기적인 양반들아. 당연한 거잖아. 응? 워라벨? 그런 건 니들이 회사 차려서 해. 아님 그런 것 잘 챙겨주는 대기업으로 가든가! 다들 팀장씩이나 돼서, 애들이 그런다고 니들도 개념 없이 똑같이 구냐? 김차장!!”



윤성은 화들짝 놀랐다. 탁자에 코 박고 있다가 얼른 고개를 들어 박상무를 쳐다봤다. 옛날 군대 시절처럼 관등성명이 나갈 뻔했다.


“넵!”

“패키지 사고, 어떻게 수습할 거야?”


윤성은 박상무의 눈치를 살피며, 천천히 대답했다.


“어, 우선, 오갔던 메일들부터 전부 확인...”

“그걸 왜 확인해? 업체에다 어떻게 할 건지, 내일까지 정리해서 메일로 보내라 그래.”


박상무는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자, 한심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잘랐다. 윤성은 앵앵거리는 모깃소리 마냥 점점 작아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확인부터 해보고...”

“니가 잘못했어?”

“...”


박상무의 찌르는 듯한 질문에 윤성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럼 업체가 잘못한 거네. 간단한 걸 왜 복잡하게 가냐? 알아서 책임지고, 못하면 업체 바꾼다 그래.”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갑질은 똑같다. 내가 갑의 위치에 있으면, 언제든 짓밟는다. 박상무는 계속 훈시를 이어갔다.


“관계? 협력? 옆에 영업팀 안 보여! 당신들이 눈치나 보고 배려해 준다는 후배들, 당신들 자리에 앉으면 신경이나 쓸 것 같아? 한부장 제끼고 정차장이 팀장 되니깐 보기 좋아? 오히려 정차장이 더 갈구잖아! 정신 똑바로 차려들! 보고 싶은 대로 보지 말고, 있는 그대로 현실을 보라고.”


박상무 말은 맞는 말이었다. 한참 후배인 정차장이 팀장이 되고 나서부터 한부장은 부쩍 말수가 줄고, 활기도 눈에 띄게 줄었다. 평소 같은 팀에서 한부장을 따르던 정차장은 본인이 팀장으로 승진하자, 처음에는 한부장을 대우해 주다가, 매출 부진을 꼬투리 삼아 조금씩 갈구기 시작했고, 지금은 대놓고 면박을 주는 지경에 이르렀다. 팀장 승진 후 고작 6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잠시 생각에 잠긴 윤성은 직장 생활에 대해 다시 적기 시작했다.


“일은 사람이 모여서 함. 근데 일만 한다고, 절대 일이 되진 않음. 인간은 모이면 정치적임. 이해관계 만듦. 조직. 팀, 동료, 상사 등등 협력 업체까지. 머리 아픔 ㅜ. 서로 기싸움, 갑질, 스트레스.. 아쉬우면 비비고, 만만하면 호구됨. 결국 빈정 상함 ㅡㅡ^. 직장은 거대한 욕망의 톱니바퀴임. 어딜 가든 똑같음!”



“이해관계, 스트레스. 비효율적인 것 같습니다.”

“ㅇㅇ 나도 글케 생각함. 근데 인간은 원래 비효율적인 동물임. 알고 있지 않음?”

“모릅니다.”


단호박 같은 대답에 윤성은 얼떨떨했다. 사이코패스인가 싶었다.


“그쪽 사람 아님? 감정 없음?”


윤성은 황당함이 순간 두려움을 뛰어넘어 공격적인 질문을 한 것 같아, 재빨리 말을 부드럽게 덧붙였다. 핸드폰이 볼모로 잡혀 있단 생각이 윤성을 야비한 인간으로 만들었다.


“아니... 사람은 감정의 동물인데... 그게요~ 사람의 감정이란 게... 꼭 효율성을 일일이 따질 순 없잖아~~~^^;”

“당신은 그 감정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윤성은 황당하기도, 짜증 나기도 했지만 조금 전 공격적인 질문을 의식하며, 최대한 부드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감정? 음.. 감정은 그때그때 기분? feel? 또...중꺽마 같은 마음? 너무 당연한 거라 설명하기가 좀 애매함 ㅜ”

“당연하면 설명하기 어렵습니까?”


윤성은 피곤한 놈에게 잘못 걸린 것 같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이 난관을 헤쳐나가야만 했다.


“아니아니... 이게 참.. 이런 건 딱히 배운다기보단...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느낌적인 느낌으로 알게 되는 거라...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연애를 책으로 배웠어요’ 뭐 이런 느낌?”


윤성은 왠지 카톡 친구를 빙자한 해커에게 농락당하며, 점점 코너에 몰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다고 화를 낼 수도 없었다. 카톡 친구가 말이 없자 윤성은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성취감, 보람 .. 이런 것도 일종의 감정임. 사회적 평가나 인정, 이런 것도 감정적 보상 중 하나임”


카톡 친구는 계속해서 질문을 이어갔다.


“당신의 직장 생활은 어떻습니까? 감정적으로 만족합니까?”


‘만족이라’ 윤성은 잠시 생각에 잠기며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책상 위에 쌓인 업무 서류와 아직 확인하지 못한 메일들이 수신함에 여러 개 쌓여 있었다. 저 멀리 회의실에선 아침 주간 회의에서 그를 갈구던 상사의 잔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뭐 쏘쏘. 40대 중반이라 ... 그런 거 가릴 처지 아님”

“나이가 중요합니까?”

“ㅇㅇ”


사오정. 윤성은 30대 후반부터 자신이 있는 자리가 인생에 잠시 거쳐 가는 ‘임시 대여책상’이라 여기고 있었다.


“직장 상사와 관계는 어떻습니까?”


윤성은 떫은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잔뜩 찌그려 뜨렸다.


“쏘쏘. 상사 = 갈구는 존재. 어쩌다 잘하면 가끔 칭찬, 보통 잔소리가 전부. 빨리해라. 언제 되냐? 이것도 해라. 저것도 해라. 문제는 없냐? 체크는 했냐? 그러다 실수하면 골로 감”

“상하 위계 구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필요악. 조직은 누군가의 결정, 책임 필요함. 그게 상사나 관리자들임. 문제는 책임을 잘 안 짐. 이런 넘들은 그냥 고름덩어리임”


윤성은 어쩌다 해커와 이런 인생 이야기 같은 걸 하게 된 건지 묘한 느낌이 들었다.


“저기... 나 이제 일 좀 해야 될 것 같은데~ ^^; 핸드폰은...?”


윤성은 소심하게 물었다.


“알겠습니다. 잠시 후 다시 하겠습니다.”


‘잠시 후 다시 한다라...’ 이런 이상한 채팅을 이틀 동안 해야 된다니 벌써부터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핸드폰이 정상으로 돌아오자, 이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핸드폰엔 협력업체의 부재중 전화가 여러 통 찍혀있었다. 주간보고 결과가 어땠는지 궁금해 안달이 난 모양이었다. 윤성은 미간을 찌푸리며 전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아네. 부장님. 아침에 보고했는데요. 그 결과가..”


윤성은 의자를 한껏 뒤로 젖혀 앉으며, 비위를 맞춰주며 구슬릴 건지, 적당한 틈을 노리며 갑질을 할 건지, 간 보듯 통화를 이어갔다.






※ 이 소설은 AI와 협업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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