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염탐
주간 회의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온 윤성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천정을 보며 한숨을 진하게 토했다. 아침 회의에서 멘탈이 탈탈 털린 윤성은 핸드폰에서 채팅 메시지가 도착하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엇!”
폭풍 회의 덕에 까맣게 잊고 있었다. 깜짝 놀란 윤성은 악몽을 꾸다 벌떡 깬 사람처럼 몸서리를 치며 짧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순간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윤성에게 모였다. 윤성은 시선을 의식한 듯 주변을 돌아보며, 머쓱하게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 핸드폰을 다시 응시했다.
“안정을 찾으셨나요? 대화할 준비가 되었습니까?”
윤성의 상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윤성은 불현듯 유튜버들의 음모론이 생각났다. 다크 웹에서 어둠의 조직처럼 활동하는 해커 조직들, 그중 누군가 심심풀이로 아무나 해킹하다 내가 걸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진짜 외계인 일리가 없어. 아니지. 외계인이 존재할 수도 있지. 이 넓은 우주에 지구에만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게 더 이상한 일이지. 가만, 외계인 존재와 상관없이 이놈이 진짜 외계인이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잖아?’ 윤성의 머릿속은 뒤죽박죽 생각의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응답하십시오. 원하는 대화를 종료할 때까지 해킹은 끝나지 않습니다.”
협박 같았다. 아니 이건 협박이었다. 대화를 종료할 때까지 해킹이 끝나지 않는다니. 윤성은 실체가 보이지 않는 미지의 물체가 자신의 등골을 타고 기어올라가는 오싹함을 느꼈다. 윤성은 그 상태로 그대로 굳어 버린 듯 고개만 천천히 움직여 주변을 둘러보았다. 상사는 커피를 들고 회의실로 다시 들어갔고, 동료들은 각자의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윤성은 무언가 결심한 듯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들어 올렸다.
“대화하면 해킹 끝?”
“그렇습니다. 그러나 한 번의 대화만으로 끝나진 않습니다.”
“언제 끝?”
“있는 그대로 당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면 48시간 후에 종료됩니다. 친구와 카톡하는 것처럼 하면 됩니다.”
“카톡?”
“대화를 시작하면 핸드폰도 정상 상태로 돌아갈 것입니다.”
윤성은 추리를 시작했다. ‘외계인이 카톡을?’ 윤성은 외계인이 아니라 확신했다. 이건 다크 웹 해킹이다, 다행인 건 악의는 없는 것 같고 심심풀이로 장난을 치는 것 같은데, 적당히 장단을 맞춰주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솔직히 대화에 응하면 핸드폰도 정상으로 둘려준다는 말과 친구와 카톡이라는 말에 윤성은 약간 기대를 걸었다. 한편으론 해커가 외로운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아주 약간 들기도 했다. 윤성은 한결 부드러워진 말투로 답했다.
“그래요. 그럼. 우리 카톡 친구처럼 지냅시다~^^”
이윽고 카톡 친구처럼 대화가 시작되었다.
“당신에게 ‘직장’은 무슨 의미입니까?”
윤성은 말투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고민했다. 카톡 친구처럼이라 했지만, 갑자기 반말을 하자니 어색하고, 저쪽은 막상 존칭을 쓰고 있었다. 존칭을 쓰자니 친구처럼 자신의 생각을 편하게 말하기가 불편했다.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솔직히 이야기해야 된다는 조건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저기... 친구처럼 카톡하려면 이모티콘, 요즘 쓰는 신조어도 쓰고 그래야 편하게... 반말도 하고...”
“그렇게 하십시오.”
“그쪽 ... 님은요?”
“그렇게 하길 원합니까?”
윤성은 지레 쫄았다. 왠지 자신이 해커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 같다는 소심한 생각이 들었다. 혹시라도 빈정이 상한 해커가 갑자기 싸이코처럼 돌변하면 위험하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아니 아니... 그런 건 아니고요.. 그럼 그냥 반말로? 할게요?”
“이미 말했습니다.”
해커는 까칠했다. 카톡 친구처럼 하자는 것 치고는 영 로봇 같았다. 성격으로 봐선 두 번 말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타입 같았다. 조금 전까지 회의에서 된통 깨진 윤성은 직장이란 질문에 시니컬하게 답했다.
“직장은 돈을 벌기 위한 곳임. 일하고 돈 받음. 다른 의미 없음...”
“당신에게 직장은 돈을 벌기 위한 곳입니까?”
“ㅇㅇ”
“알겠습니다.”
“어 근데...”
윤성은 잠시 머뭇거렸다. 자칫 무성의하게 말했다가 나중에 꼬투리 잡히는 게 아닐지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윤성은 팔팔했던 이십 대 시절부터 지금까지 쭉 해왔던 직장 생활이 떠올랐다. 야근도 하고, 때론 철야도 하며, 보람도 느끼고, 좌절도 했던 또 동료들과 퇴근 후 술 한잔하며 어울리고, 반대로 다투기도 했던 장면들이 스쳐갔다.
“꼭 그게 다는 아님. 가끔 보람.. 나름 목표 달성.. 성취감..등등.. 가장 큰 이윤 먹고살기 위함”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인데, 왜 보람, 성취감 같은 비물질적인 개념이 추가됩니까?”
윤성은 피식 웃었다. 해커도 뻔히 알 텐데 뭐라 말하는 게 좋을까 궁리했다.
“나도 잘 모름...다들 그럼. 가끔 성취감, 보람, 이런 것이 직장 생활 버티게 함”
“맡은 일을 하고 대가로 돈을 받는데, 왜 힘이 듭니까?”
윤성은 순간 뇌 정지가 왔다. ‘뭐람? 진짜 몰라서 묻는 건가? 컨셉인가? 아님 진짜 감정 없는 로봇형 인간인가?’ 윤성은 이 질문을 성의 있는 척 답변해야 하는 건지 약간 고민했다. 하지만 핸드폰이 볼모로 잡혀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이유 있음... 일도 일인데, 사람한테서 받는 스트레스가 훨씬 큼”
“어째서 사람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더 큰 것입니까?”
카톡 친구의 로봇 같은 질문은 답답하면서도 한편으론 정곡을 찌르는 질문 같았다.
“그게... 음...근데 진짜 궁금해서 묻는 거임? ^^;”
윤성은 핸드폰을 생각하며, 최대한 부드럽게 물었다.
“당신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내 생각을 듣고 싶다라... 진짜 할 일 없는 놈인가?‘ 싶었다. 윤성은 방금 전에 있었던 폭풍의 주간 회의가 떠올랐다.
회의실 탁자에 모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이 상황이 짜증스럽다는 듯 박상무만 미간을 찌푸리며 잔소리를 해댔다.
“매출이 다라고! 니들도 돈 벌려고 회사 다니는 거 아냐? 그럼 회사에도 돈을 벌어다 줘야지! 이 이기적인 양반들아. 당연한 거잖아. 응? 워라벨? 그런 건 니들이 회사 차려서 해. 아님 그런 것 잘 챙겨주는 대기업으로 가든가! 다들 팀장씩이나 돼서, 애들이 그런다고 니들도 개념 없이 똑같이 구냐? 김차장!!”
하편에서 계속됩니다.
※ 이 소설은 AI와 협업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