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나는 터널을 좀 벗어나야겠습니다만
인생에서 여러 번의 터널을 만난 적이 있다. 만나는 터널마다 어둡기와 길이 등은 저마다 다 달랐다. 아니, 어쩌면 내 나이에서 감당할 수 있는 터널을 각각 만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어떤 터널이든 그저 멀리서나마 밝게 비추는 빛 한 줄기가 가장 목마른 것이 현실이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 그 터널은 빠져나가야 하니 그 빛만큼 달디 단 것은 없는 듯하다.
살면서 터널을 만나지 않을 일을 기대하기 어렵다. 꿈이 있는 누군가는 반드시 거쳐야 할 길이고 사소한 고민에도 터널은 내 눈앞에 이따금 꼭 나타나고는 한다. 그렇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도 모르게 터널 앞에 서 있다. 그리고 그 터널을 지나지 않으면 다음 차례로 넘어갈 수 없다. 터널에 발을 내딛는 용기도 필요하지만 어두운 그 길을 빛 한 줄기 없이 걸어갈 용기 역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버틸 재간이 없다. 터널을 감히 지나갈 용기가 없다면 그 터널에 진입하지 않아도 되지만 아마도 개인적인 소견상 인생은 그 시점에 머무는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도무지 끝은 보이지 않는 길고 긴 터널에 갇힌 듯한 사람도 분명히 있을 거로 생각한다. 이런 고민에 주변에 털어놔도 "좀만 참아", "서두르지마", "성급한 거 아냐?" 라는 조언 등을 듣고는 이내 곧 실망감에 휘쌉일 수 있다. 나 역시 그랬다. 누군가에게는 섣부른 시도 몇 번 후 터널에 갇혔다며 징징 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나 스스로는 정말 허우덕 대며 살려달라 부르짖는 것인데 말이다. 그런데 남의 조언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내게는 길기만 한 터널이 타인에게는 짧은 터널일 수 있다. 반대로 남에게 긴 터널이 내게는 정말 한순간에 건널 수 있는 터널일 수 있다. 따라서 본인이 지나는 그 터널이 좀처럼 언제 끝날 것인지에 대한 답변은 오롯이 스스로에게만 들을 수 있는 셈이다.
한 번 터널에 들어가게 된다면 예외없이 누구나 그 터널에서 나와야 한다. 그래야 다음 터널에 진입을 하든지, 목적지에 도착하든지 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터널에서 나올 방법은 사실 없다. 아니, 있어도 말 못한다. 그건 본인이 그간 얼마나 노력했는지 등에 따라 천차만별 달라진다. 노력이 부족했다면 터널에서 나올 방법은 더 어려울 거고 노력이 충분했다면 알맞게 거기서 빠져나올 수 있다.
개인적으로 현재 인생에서 가장 길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것 같다. 작은 등불 정도 나오려나 싶을 찰나 다시 희미한 불빛마저 꺼진 듯 고요하고 적막한 터널이 내 앞에 펼쳐져 있다. 하염없이 언젠가 이 어둠도 끝날 것이라 믿고 있지만 믿음만으로는 내 불안감을 잠재울 순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너무 부지런히 그 터널을 지나지 말자는 거다. 물론 내 힘이 닿는 데까지 노력을 하며 터널을 건너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그 노력 끝에 아주 잠시, 내 숨을 돌릴 수 있는 순간의 휴식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비록 앞이 캄캄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휴식이라도 한두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휴식을 취한다면 터널의 끝이 언제 나오든 힘을 비축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