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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호 Jan 15. 2017

MSG에 대한 오해


먼저 밝혀두지만 이 글에서 나는 MSG가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안 좋은 증상을 느낀다는 모든 분들의 경험이 다 거짓말이거나 잘못된 믿음에 의한 착각이라고 주장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건 발생 가능한 일이다. 대신 그게 MSG의 탓은 아닐 수 있다는 견해를 제공할 뿐이다. 


그러니 초장부터 제목으로 인해 분통을 터트리지 마시고 천천히 읽어 보시길 권한다. 그게 싫으시면 그냥 안 읽으셔도 된다. 


MSG


MSG는 글루탐산 일 나트륨(Monosodium Glutamate)이라는 물질이다. 먼저 글루탐산은 거의 모든 동물의 신체를 구성하고 있는 단백질에 포함된 물질이다. 대략 20가지의 아미노산이 단백질을 구성하는데 그중 하나라는 얘기다. 전혀 새로운 물질이 아니고 우리 몸에 다량으로 존재하는 물질이다. 그 글루탐산에 나트륨을 붙인 것이 바로 MSG인 것이다. 


이게 특이한 점은 그렇게 전혀 새로운 물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극미량으로도 아주 대단한 맛을 낸다는 점뿐이다. 


말했듯이 화학공법으로 새로 만들어낸 물질이 아니다. 다만 전통적으로 음식 조리에 많이 쓰이던 육수(다시마, 멸치, 고기, 조개 등을 우려낸 국물)가 왜 맛이 있는가를 연구하던 중 요놈이 그렇게 맛을 내는구나, 하고 발견한 물질일 뿐이다. 그 뒤 다시마를 산분해 해서 추출하는 식으로 제조법을 만들었다가 다시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미생물이 생성하는 MSG를 추출해내는 생합성법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생산된 초기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제아무리 허접한 재료로 만들어진 음식에도 이 MSG만 듬뿍 넣으면 그럴싸한 맛을 내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MSG를 남용하기 시작했고 흑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흑역사


대표적인 흑역사라고 하면 역시나 중국음식점 증후군(Chinese Restaurant Syndrome, CRS)을 들 수 있겠다. 다량의 MSG를 섭취한 뒤 시간이 좀 지나면 두통, 메스꺼움 등의 증상이 발현된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이름만 중국집이지 중국음식점에서만 발생한 것도 아니다. 이미 MSG는 거의 모든 종류의 음식에 걷잡을 수 없이 많이 사용되던 중이었으니까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싸구려 김치찌개 등에 MSG를 퍼붓는 식당은 많이 줄긴 했어도 지금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 증상의 원인을 밝히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연구에서 이 증상의 확실한 원인을 밝히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최소한 MSG와는 연관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 결과 MSG는 한 때 일일 섭취 허용량까지 정해지는 등 규제를 받는 듯하다가 다시 모든 규제가 풀려 버린다. 미국도 그랬고, 우리도 이제 MSG에 대한 규제는 없어졌다. 과학적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은 물질을 규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한번 널리 퍼져버린 MSG의 유해성에 대한 믿음은 쉽게 제거되지 않았다. 지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MSG가 유해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음식업계에서는 MSG를 넣지 않은 음식이라는 자랑이 성행하고 있다. 육수 베이스의 음식을 비롯해 거의 대부분의 음식에는 원래의 식재료에 포함된 천연 MSG가 함유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물론 MSG가 원래 없는 음식이 아니라 추가적으로 “넣지 않은” 음식이라는 뜻이라면 말은 된다. 


그리고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MSG가 투입된 음식을 먹으면 좋지 않은 증상이 느껴진다고 경험적으로 믿고 있기도 하다. 그게 기분 탓일 수도 있고, 일종의 위약효과일 수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그런 경험을 한다.


MSG의 죄?


문제는 이게 사람의 몸과 음식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사람의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100% 밝혀진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거의 영원히 그게 100% 밝혀지지는 않을 것이다. 워낙에 복잡한 시스템이니까 말이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어떤 증상을 느낀다면 그건 원인을 밝혀내진 못하더라도 존재하는 사실이다. 그걸 “당신의 착각”이라고 무시해 버리면 안 된다. 


거기다가 음식도 마찬가지다. 쉽게 먹는 한 접시의 음식에는 엄청난 종류의 물질이 섞여 있다. 그 개별적인 음식 중에 어떤 물질에 내 몸에 들어와 안 좋은 증상을 일으키는지 확인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앞서 MSG와 CRS의 관련성은 없다고 확인되었다는 얘기는 MSG와 연관되었다고 믿어졌던 그 증상들의 원인이 최소한 MSG는 아니라고 밝혀졌다는 얘기지 그런 증상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하거나, 다른 원인을 찾아냈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양한 원인이 가능하다. 저질 식재료가 원인일 수도 있고, 과도한 나트륨이 원인일 수도 있다. 나트륨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갈증 나고 어지러운 증상이 나올 수 있다. 그 음식을 먹었을 때 환경이 안 좋았을 수도 있고, 심리적인 원인일 수도 있다. 불쾌하거나 슬플 때 음식 먹고 체해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그런 수없이 많이 존재할 수 있는 원인 들 중에서 최소한 MSG는 빼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 MSG에 과민할 수도 있는 거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 물론 당연히 그럴 확률은 낮지만 있다. 소금에 과민한 사람도 있을 수 있고 단백질에 과민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확률은 지극히 낮다. 소금은 동물의 신체에 꼭 필요한 물질이며 애초에 체내에 다량으로 존재한다. 단백질은 아예 그 동물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이다. 여기에 과민하면 어떻게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까? MSG도 그런 물질이다. 


그래도 MSG는 나쁘다?


일단 정부, 혹은 정부 산하기관의 발표는 못 믿겠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다. 현대 과학이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그렇게 녹녹한 분야는 아니다. 부당한 권력에 대한 반감으로부터 파생된 음모론적 입장은 사회적 관점에서 다룰 일이지, 과학적 관점에서 다루기는 쉽지 않다.


개인차에 관한 이야기도 앞서 언급했다. 이건 다분히 MSG가 과거에는 없던 물질을 새로 합성해서 만들어낸 것 아니냐는 오해와도 연관이 된다. 그거 아니다. MSG는 흔하게 존재하던 물질이고, 그 물질의 “맛”이라는 기능을 새로 발견한 것이지 아예 없던 걸 새로 합성해낸 물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잘 알지도 못할 설명은 됐고, 하여간 난 MSG를 먹으면 몸에 탈이 난다고 믿는 분들에게는, 그 탈의 원인은 아마도 MSG가 아닌 다른 이유에서 온 것일 것이라는 추정을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 탈이 난다는 것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건 상대를 거짓말쟁이 거나 헛된 믿음에 속아서 바보짓하는 사람으로 모는 일이니까. 


그렇다면 MSG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말이냐는 항변에 대해 MSG의 가능한 몇 가지 문제점을 말씀드릴 수는 있다. 


먼저, MSG에도 나트륨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MSG를 왕창 집어넣은 음식은 짠맛은 별로 없더라도 다량의 나트륨이 들어갈 수 있다. 이렇게 나트륨이 왕창 섭취되게 되면 인체에는 문제가 생긴다. 즉, MSG를 들이부은 음식은 몸에 나쁘다. 소금을 왕창 넣거나 고춧가루를 왕창 넣은 음식과 동일하다. 


더 안 좋은 것은, MSG가 맛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저질 식재료의 나쁜 맛을 숨길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저질 식재료를 써서 만들고 MSG왕창으로 맛을 가린 음식을 먹게 되면 MSG 탓이 아니라 저질 식재료로 인해 약한 식중독 증상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전술이 상업적으로 널리 활용되기 시작하면 외식 산업 전반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위험한 일이다. 


또 있다. 보편적으로 음식에 MSG를 자꾸 투입해 버릇하면 사람들의 미각이 거기에 익숙해져서, 식재료 본연의 맛을 잃어버리고, 오로지 MSG가 내는 특유의 “감칠맛” 하나로 입맛이 통일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모든 음식이 전부 MSG 맛으로 도배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 문제는 사실 우리 사회의 요식업계에 이미 꽤 퍼져 있는 걸로 보인다. 미각의 퇴보는 음식문화의 퇴보로 연결된다. 이건 또 다른 측면에서 위험한 문제이긴 하지만 그건 사람의 잘못이지 MSG의 잘못은 아니다. 


즉, 이런 MSG의 문제점들은 다분히 문화적인 문제이지 MSG라는 물질 자체의 죄는 아니라는 얘기다. 사람들이 일제히 소금을 많이 먹게 되어서 보건지수가 악화된다면, 그건 소금의 죄일까? 문화의 문제일까? 이와 유사한 상황이라는 얘기다. 


MSG의 이점


잘만 쓰면 MSG는 대단히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일단 맛이 좋다. 


MSG를 전혀 넣지 않고 정성을 다해 우려낸 냉면 육수의 맛은 참으로 좋다. 이 맛에 사람들은 비싼 냉면을 사 먹게 되고, 거기서 행복감을 찾는다. 그러나 그렇게 어려운 제조과정을 거치면 가격이 상승하기 마련이다.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유사한 맛을 즐길 수 있는데 몸에 나쁘지도 않다고 한다면 인류 전체의 입장에서는 행복한 일이다. 실제로 MSG가 없었다면 요식업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저질이거나 못 먹을 식재료는 아니지만, 간단한 재료로 만든 음식에서도 복잡한 과정을 거친 음식과 동일한 맛을 낼 수 있다는 것, 이 이점은 그리 작은 것은 아니다. 


거기다가 의학적인 관점에서도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 MSG를 잘 이용하면 나트륨의 섭취 양을 줄일 수 있다. 음식을 만들고 소금으로 간을 맞출 때에 비해 소금의 양을 줄이고 MSG를 첨가하게 되면 맛은 더 좋게 유지한 상태에서 전체 나트륨 섭취 양을 꽤 줄일 수 있다. 이것은 MSG의 질량 대비 나트륨 함량이 소금보다 훨씬 적은 것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나트륨을 제외하고 나면 MSG에는 글루탐산,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성분만 남는다는 것도 잊지 말자. 


MSG에 너무 의존해서도 안되지만, MSG를 완전히 배척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아니 표현이 틀렸다. MSG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식재료에 들어있는 물질이며, 우리 음식문화에서 아주 중요한 과정인 “육수”를 만드는 과정이나 간장, 된장, 고추장 등 두장류 문화 자체가 MSG의 비율을 높이는 과정인데 이걸 어떻게 제거한단 말인가. 


과학과 문화


MSG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결론은 다분히 과학적인 결론이다. 당분간 이 결론이 뒤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단순한 물질이라 “유해성을 아직 못 밝혀낸 것이 아닌가” 하는 복잡성에 의존한 질문에도 해당사항이 없다. 이런 결론을 배척하는 것은 무지의 소산이다. 다만 해석을 달리할 수는 있다. 


과하게 첨가한 MSG는 해롭다. 너무 짜거나 너무 단 음식이 해로운 것과 똑같이 해롭다. 얼마나 넣어야 과하게 넣는 것인가에 대해서 혼란이 있을 뿐이다. 소금은 과하게 넣으면 짜서 못 먹고, 설탕은 과하게 넣으면 너무 달아서 못 먹지만, MSG는 과하게 넣어도 약간 느끼하고 아니꼽지만 감칠맛이 강해지는 거라서 잘 못 가릴 수는 있을 것이다. 이것도 문제라면 문제겠다. 


대신 음식의 “맛”이라는 것에 대한 자세가 중요해진다. 이런 부분은 과학을 넘어선 문화에 관한 이야기가 된다. 


감칠맛이 난다고 마구들이붓는 행태는 피해야 한다. 자극적인 맛, 강한 맛을 즐기는 것과 욕망을 자제하지 못하고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행태는 맥이 통하는 부분도 있다. 이런 것은 문화적으로 피해야 하는 일이다. 

대신 그런 문제가 MSG로 인해 발현된다고 해서 MSG를 무슨 오염물질 취급하는 것은 별로 좋은 태도는 아닐 것이다. 앞서 말했지만 MSG는 이미 존재하던 물질이고 우리 몸에 다량으로 들어와도 쉽게 분해되어 배출된다는 점을 상기하자. 


끝으로 한 가지 수치를 알려 드리겠다. 


"반수 치사량"이라는 수치가 있다. 이 정도 먹으면 먹은 사람의 반이 죽는다는 양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비타민C 같은 경우 12g/KG 이니까 체중 50kg 인 사람이 600g을 섭취하면 죽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열명이 그렇게 먹으면 다섯 명 정도는 죽는다는 뜻. 


소금의 반수 치사량은 비타민C보다 더 적어서 187g 정도 된다. 이 정도 먹으면 죽을 확률이 반이다. 


MSG의 반수 치사량은 체중 50kg 의 성인일 경우 1kg 정도 된다. MSG를 1킬로 씩이나 퍼먹을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할 수 있을까? 


이 수치만으로 보자면, MSG는 소금, 비타민C 보다도 훨씬 더 안전한 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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