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의 일본식 정원에는 청녹색의 다리 아래로
연잎과 진분홍 수련들이 가득했다.
작업 말년에 모네가 직접 꾸민 정원이었다.
직접 뒷뜰에 정원을 조성하고 그것들을 관찰한 기록들을 담아낸 것이 수련 연작이다.
프랑스의 오랑주리 미술관에 가면
아치형의 벽에 대형 수련 작품을 파노라마처럼 걸어둔 작업이 있다.
이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모네가 보았을 정원의 공기가 느껴진다.
새벽의 아스라한 공기와 차갑고 예민한 호수의 파동들.
그리고 새벽공기에 물든 연잎과 수련들
그림으로 남기지 않고는 견디기 힘든, 금방이라도 소멸될 아름다운 순간이었을 것이다.
모네의 작업들을 보면서
그림 속 빛과 빛의 파장, 그림자, 공기, 날씨, 기후를 느껴본다.
눈을 감고 모네의 붓질을 상상해본다.
모네의 그림에는 물이 흐른다.
작은 붓질들이 만들어 낸 호수의 파동에
푸른 연잎들이 겹쳐지고
붉은 수련이 붓질 사이로 작게 스며들자 그림에 공기가 흐른다.
모네가 보았던 새벽의 아득한 푸른 공기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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