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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drawing Dec 18. 2020

꽃이 알려준 것


<꽃이 알려준 것>


온몸으로 계절을 버텨 낸 꽃봉오리가 한껏 웅크리다가

한장 한장 꽃잎들이 하늘로 쭈욱 기지개를 펴면 

모든 시간을 보상받듯 아주 근사한 꽃이 된다. 


꽃 뒤로 숨겨진 작은 생채기들과 가시들을 나는 본다. 

계절을 보낸 시간의 기록들이다. 

꽃 한송이 피우는데도 이렇게 많은 생채기가 나는지 나는 도통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꽃은 가장 아름답고 황홀한 모습으로 핀다. 

많은 것을 용납하고 많은 것을 사랑한 모습으로 핀다. 

그래서 꽃에는 사랑과 용서와 용기와 따뜻함이 있다. 


나는 얼마나 많이 용납하고 사랑했나. 

혹시 아주 작은 생채기에도 주저않지 않았었나. 

꽃의 사랑과 용서와 용기와 따뜻함을 배운다. 

가장 아름답고 숭고한 일을 하는 데에는 그것을 품을 만한 넓은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나는 꽃을 보며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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