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자녀가 있는 부모가 아이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다.
다음 세 가지인데, 아마 이것들은 당신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을 것이다.
ㄱ. 좋은 말
ㄴ. 인생에 도움되는 말
ㄷ. 꼭 해주고 싶은 말
뭐라고? 이 말들이 자녀에게 해서는 안될 말이라고?
그렇다.
위에 열거한 말은 부모가 자녀에게 해야 하는 말이 아니라 '부모가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이다.
좋은 말, 인생에 도움되는 말, 꼭 해주고 싶은 그 말이 바로 잔소리다. 좋은 것은 부모에게나 좋지 아이들에게까지 좋은 말일 수 없다. 만일 부모가 들어서 좋은 말이 있다면 그 말이 왜 좋게 느껴졌는지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서 느낀 감정을 나누면 될 뿐이다. 아이가 배울 것이 있다면 알아서 챙겨간다. 하지만 엄마나 아빠가 작정하고 아이에게 뭔가 좋은 교훈을 가르치고자 한다면 아이는 그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잔소리 치고 좋지 않은 말이 없다. 해 되라고 하는 말이 아니고 잘 되라고 하는 말이다. 하지만 잔소리를 통해 자식 잘 된다는 건 부모의 소망일 뿐이다. 자식 잘 되라고 한 잔소리는 부모 자식 관계에 극심한 해를 끼친다.
오히려 사람들이 회심하는 장면을 보면 부모가 잔소리할 때가 아니라 아무 말을 하지 않을 때다. 자식이 엇나가는 것을 보고 묵묵하게 아무 말하지 않을 때 자식은 감동받는다. 잘못을 저지른 아이 앞에서 이성을 잃고 날뛰거나 자녀 앞에서 자신의 종아리를 때리는 닭살 퍼포먼스를 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경찰서에서 나오는 자식의 등을 아무 말 없이 툭툭 두드려 줄 때 마음 깊은 곳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거기엔 어떤 연극도 필요 없다. 그저 부모가 자식을 키우면서 져야 할 짐을 묵묵히 받아들일 때 아이의 마음에 파문이 인다.
기억을 더듬어 보시라.
내가 어떤 말을 했을 때 아이 표정이 안 좋아졌는지를.
아이 표정이 안 좋다는 것을 알아차렸음에도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쓴 법'이라며 아이 표정에 상관하지 않고 교훈을 끝까지 전달한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때가 당신과 자녀 사이의 거리가 한 발짝만큼 멀어진 때다. 그렇다고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는데 입 다물고 아무 말도 안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가 내 말을 받아들일 태세인지 아닌지 살펴볼 필요는 있다. 만일 아니라면 말해봐야 소용도 없고 반항심만 커질 테니..
"내 말이 듣기 싫구나. 혹시 네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니?"
"엄마는 네 삶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혹시 들어볼래?"
이 말에 고개를 저으면 뒤로 물러서야 할 때다.
그럼 자식 교육은 언제 시켜야 하는 거냐고 묻고 싶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가정교육이란 게 있고 부모가 자식에게 해야 할 교육이 있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고 싶을 것이다. 옳은 말씀이다. 가정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이 글의 핵심이다. 하지만 아무리 가정교육이라고 해도 때가 있는 법이다. 교육은 기회가 왔을 때 하는 것이다. 덧셈 뺄셈도 모르는 아이에게 미적분을 가르치지 않듯이 교육에는 적당한 때가 있다. 기회가 아닌 때에 하는 말은 모두 잔소리다.
시골에서 올라온 대학 동창 하나는 고등학교 때 방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다 갑자기 아버지가 방에 들어오시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오히려 아버지가 더 놀라셨는지 뒤돌아 나가시려고 미닫이문을 앞으로 밀려고 애쓰는 소동을 벌이며 당황해하시다가 황급히 방을 빠져나가셨다고 한다. 그 일이 있은 뒤에도 아들 앞에서 담배 이야기는 꺼내지 않으셨다고 한다. 물론 그 친구는 대학에 와서도 담배를 끊지 않았지만 그 말을 들은 우리 모두는 농사꾼이셨던 그 아버님의 인품에 감복했고 그 친구도 그런 인품 좋은 아버지가 될 거라는 데에 이견이 없었다.
이제 나이를 먹으니 친구의 딸들이 담배를 피워서 아버지와 싸운다는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다. 내가 들었던 이야기 중에 가장 듣기 좋았던 아버지의 대처는 이랬다.
“아빠도 담배를 못 끊고 있으니 네게 담배를 끊어라 마라 할 수 없구나. 하지만 건강 생각해서 우리 많이 피우지는 말자.”
CC였던 동창의 딸이 외고에 다녔는데 기숙사에서 치킨을 시켜서 몰래 사 간 소주와 먹다가 들켜서 학교에서 부모님을 불렀다. 아이 말로는 후배에게 진지하게 할 말이 있는데 맨입으로 할 수가 없어서 그랬다나. 말인지 막걸리인지 모를 그 상황을 아이 엄마에게 전해 들은 아이 부친의 말이 걸작이다.
"멍청하긴, 무슨 치킨에 쏘주야. 맥주도 아니고....ㅉ"
나중에 동창모임에서 그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을 때 남자 동창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뭐어~~? 무슨 치킨을 소주랑 먹냐? 어우 최악이다, "
이들이 이런 상황에 작정하고 교훈을 주려는 부모보다 자녀들과 더 잘 지내는 부모임에 틀림없다.
시도 때도 없는 잔소리는 자녀교육에 아무 효과가 없고, 자녀와의 사이만 멀어지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