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엔 먹구름이 뭉게뭉게
오늘 아침엔 찬 공기가 목과 코를 타고 넘어왔다. 눈만 껌뻑거리며 이불 밖을 나가지 못하고 있는 걸 보니 가을이 성큼 다가온 모양이다. 블라인드 너머로 햇볕이 들지 않고 어둑했다. 아. 시애틀의 가을이 시작되는구나.
미국에서의 가을은 꽤 신나는 일이다. 한국에선 추석 연휴를 기다리듯이 미국에선 할로윈, 추수 감사절을 거치며 크리스마스까지 연휴 분위기가 계속 이어진다. 회사에서도 사람들이 장기 휴가를 가거나 전반적으로 천천히 일하는 분위기라 개인적인 시간이 좀 더 생긴달까.
곧 펌킨 스파이스 음료가 넘쳐나고 단풍도 보러 가고 이래저래 꽤 신나는 일이다. 내가 시애틀에 산다는 사실만 빼고!
이미 시애틀의 우중충한 날씨에 대해 다뤘던 적이 있었는데 보통 9월 중순부터 우중충한 날씨가 계속된다. 해도 급격히 짧아져 오후 네시면 하루를 마무리해야 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올해로 세 번째 가을/겨울을 겪고 있는데 어째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아침 회의가 있어서 부랴부랴 일어나 따뜻한 물을 한잔 끓였다. 긴팔 옷을 꺼내서 걸치고 정신을 차리니 찬 공기가 온몸을 사악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뭐랄까, 긴 터널을 지나기 전에 마음을 굳게 다잡는 그런 결기가 필요했다. 이깟 날씨에 지지 않겠다!라는 단단한 마음으로 오늘을 맞이했다.
조만간 집청소를 구석구석하고 겨울 옷을 꺼내 정리를 해야겠다. 카디건, 니트, 후리스까지 나를 따숩게 감싸 안아줄 친구들. 올해는 어떤 가을을 보내게 될지 기다려보자. 일단 스벅 펌킨 스파이스 음료 한잔 마시고 시작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