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힘들다고 하는데 엄마는 끌고 갑니다
서현역에서 마을버스 타는 정류장으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분당선 타고 가다가 서현역
에서 내려 이제 환승버스 타려고 가려면
아파트 단지 통과해야 되거든요.
천천히 걸어가면서
이런저런 도시 풍경과 사람도 지나칩니다.
서현역 환승 정류장 앞으로 커다란 대형 프랜차이즈 학원 버스가
연신 아이들을 실어 나르고 있었습니다.
분당에 사는 아이들입니다. 하늘 아래 분당이라고 잘 사는 동네라 그런지
아이들도 대부분 늘씬하고 옷도 잘 입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한마디로 부티가 촬촬흐릅니다.
모처럼 일이 일찍 끝나서 기분이 좋았어요.
버스에서 집에 들어가는 길에 시원한 캔맥주와 뿌셔뿌셔를 사갈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6월도 아직 한창인데 날씨가 왜 이리 더운지 모르겠습니다.
올해도 역대급 더위, 열대야와 싸워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진우! 너 이리 와!!"
어떻게요..ㅠㅠ
서현역 AK플라자 나와서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는데
키 큰 엄마와 작은 초등학생 아들이 싸움이 벌어질 것 같아요...
어쩌죠? 다들 엄마와 아들 진우를 바라보고 긴장하고 있습니다.
제 앞으로 빠른 걸음으로
키가 큰 진우 엄마가 가방을 메고
부채로 바람을 일으키며 앞서 걸어가네요.
아, 검은 선글라스를 썼어요.
제 조금 뒤에서는 3, 4학년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고개를 푹 숙이고 마지못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떼고 있었네요.
"야 빨리 안 와?"
뒤를 보고 신경질적으로 말했어요.
'뭐라고? 저요....?'
두 사람이 떨어져서 걷는 걸 보다가 그분이랑 순간 눈이 마주쳤어요.
아이고 깜짝이야. 저보고 말하는 줄 알았어요.
제 뒤를 보니 한 꼬맹이가
입이 툭 튀어나와
저를 앞질러 가더라고요.
엄마 옆에 소년이 붙자 엄마가 다시 쏘아붙입니다.
"너 아까 뭐라고 했어?"
"....."
"말해 빨리! 뭐라고?"
"힘들다고....."
기어가는 소리로 꼬맹이가 말했어요.
"다시 뭐라고"
"학원 힘들다고!!!..."
"뭐라고?"
아이가 악을 쓰면서
고함치듯 토해내듯
스타카토처럼 고함칩니다.
주위가 놀라게 소리칩니다.
"아, 진짜.... 힘. 들. 다. 고 오오오오오!!! 가기 싫어!"
나도 깜짝 놀라 당황했어요.
엄마가 가던 길을 멈추고
부채로 얼굴을 지는 태양을 가리며
레이저를 아이에게 쏩니다.
남자아이도 그런 엄마를 째려보다가 이내 울상이 돼어버렸네요.
엄마와 아이는 그렇게
자리에 얼음처럼 굳어서 서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공부가 뭔지... 성적이 뭔지....
6월의 여름이 그렇게 지쳐갑니다.
나는 뭐 그냥 지나쳐 내 갈길을 갑니다.
참 안쓰럽네요.
다음 달은 여름 방학이죠?
방학도 아닌데 왜 저렇게 아이를 쪼으는 지 말입니다.
우리나라 아이들 왜 이렇게 힘들게 살죠?
아이가 없어서 키우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한국에서 아이 노릇 하기도 참 힘든 것 같아요.
누가 이렇게 힘들게 만들죠??...
한참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을 영어학원으로 수학학원으로
코딩학원 이제 AI학원으로 막 돌립니다....
아이가 부모의 소유물인가요?
아이가 지금 하고 싶은 게 과연 공부일까요...
라는 생각이 드니까 참 씁쓸해집니다.
나는 대학 때려치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들아, 제발 공부 좀 해라"라는 말을 전 사실 한마디도 듣지 않았습니다.
그런 부모님이 감사하게 생각됩니다.
고향 집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엄마! 잘 계시죠?"
"응, 그래, 퇴근했냐? 그렇지 뭐 밥은 먹었냐?"
"아직요.. 근데 엄니, 고마워요"
"갑자기 무슨 말이야?"
"아니 그냥..."
"니 식구한테 맛있는 거 해달라고 해 굶지 말고"
"넵!! 엄니도요"
편의점에서 캔맨주 2캔 사고 간장 치킨을 전화 주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