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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論客] 시비걸기- 시네마테크는 죽었다, 없다

발견! <영화세상 대전 시네마테크 컬트>

by 황규석 Mar 04. 2025

 영화세상, 대전 시네마떼끄 컬트는 12월의 테마를 "시비걸기- 시네마떼끄는 죽었다, 없다"로 정했습니다. 프랑스에서 시작한 시네마떼끄의 역사는 60년이 넘었습니다. 한국에서 외국 문화원을 통한 초기 시네마테크의 활동도 20여 년이 되어갑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의 시네마테크 운동은 그 명칭의 불단일성(씨네마떽, 시네마텍, 시네마떼끄 등)과 함께 한국에서의 한국의 상황에 맞는 프랑스의 시네마떼끄의 정신을 살린 진정한 영상 문화운동으로서 가치를 지니고 활동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거기에 물음표를 던지게 됩니다.

대전 시네마테크 컬트 사무실 벽면 5층 (2022년)


 대다수의 일반대중에게는 여전히 알려져 있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소수 마니아들의 공간이었습니다. 대안적인 영화운동이라는 기치 아래 우리 시네마떼끄 당사자들의 시네마떼끄가 가지는 의미와 영상문화 발전에 대한 노력 또한 효과적이지 못했습니다. 전략적이지 못했다고 솔직히 반성을 합니다. 지금도 시네마떼끄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열악해지고 있습니다. 영화를 포함한 영상문화를 둘러싼 환경은 점점 변화하고 있습니다. 아니 우리들이 변화해 가는 영상문화의 상황에 적절한 대비를 못했고 아직도 목표와 비전 없이 원록적인 시네마떼끄라는 화두와 활동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제 관객은 더 이상 시네마떼끄로 발길을 돌리지 않습니다. 더 이상 시네마떼끄로 오지 않아도 얼마든지 관객들은 그들이 원하는 영화를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 자유롭게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한국에서 시네마떼끄를 한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요? 한국에서 시네마떼끄를 이끄는 재야 영화인(?)들은 영화를 만드는 주체인 충무로나 대안적인 작품을 만드는 독립영화계로부터도 소외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네마떼끄는 이제 솔직히 소수의 마니아들이 모이는 작고 협소한 공간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다양하고 많은 영상자료라는 것도 편중되어 있을뿐더러 시네마떼끄에서 그래도 자랑으로 삼았던 영화 자체에 대한 연구와 토론 등도 미약해져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미디어의 발달로 등장한 PC 통신이나 인터넷보다 어쩌면 자료나 정보도 미약한 실정입니다. 이제 시네마떼끄가 우월하다는 것은 별로 남아있지 않습니다. 공유해야 하고 연대해야 할 정보와 가치가 폐쇄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어려움을 간직해야 할 숙명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우리가 껴안을 대상을 향해 발짝 앞으로 나가아가는 과정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1997년이 가기 전에 우리 대전 시네마떼끄 컬트는 지난날을 돌아보려 합니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어쩌면 끝까지 해결되지 않을 어려운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계획을 짜고 비전을 제시하려 합니다. 그래서 시네마떼끄의 정체성과 비전을 한국적인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땅과 공기와 사람과 영화의 기초 위에서 모두 다시 세우고 싶습니다. 이제 영화에 대한 가치 기준은 모두 누구나 세울 수 있기에 보편적이고 우열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문제에 접근하기 위한 첫 번째 마음가짐이 그렇습니다. 다시 "시네마떼끄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로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사실 우리들의 마음속에 가진 이야기들도 별반 새로울 게 없었고 기똥찬 내용도 아닙니다. 이제는 살아가기 어렵다는 말이나 힘들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거나 문제를 통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소간 사회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보편적으로 받기 위해 우리의 방법을 새롭게 모색해야겠습니다. '가볍다' 또는 '모르겠다' 또는 '의례히'라는 말 또한 사라지게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차근차근 하나를 보여주더라도 확실하게 꼼꼼히 지적해서 나가기로 했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백지상태입니다. 그리고 시네마떼끄, 우리의 희망 없음을 되돌려 놔야겠습니다. 단번에는 힘들지만 서서히...


- 글 / 황규석 (대전 시네마떼크 컬트 대표)

월간 CINEMA FOREVER 1997.12 (12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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