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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명 른 Jun 30. 2024

너와 다른 한강

익숙함이 만든 타성인가 

일요일.

사진 클래스가 있다. 

운전을 해서 가면 15분, 버스로 가면 50분.


차를 가져가는 게 당연한 시간 차지만 버스를 택한다.

주차도 자신 없고 버스에서 나태하고 한가하게 움직이고 싶었다.

일찍 가서 앞자리에 앉을 생각은 안하고 

천천히 꿈틀꿈틀 움직이며 길을 찾는다.


두 번째 버스를 탄다.

이 버스를 타면 한강을 건넌다. 

한강을 보며 생각한다. 


바다는 속이 후련한데

왜 한강은 봐도 아무런 감흥이 없을까

익숙해서?


그러다 문득 고등학교 2학년 때 친구가 떠올랐다. 

이름은 천진희. 유독 웃는 모습이 해맑았던 친구였다.

어떻게 그 친구와 같이 지하철을 탔는지는 기억 나지 않는다.

다만 지하철을 탈 때 그리고 한강이 보일 때 친구가 내뱉은 탄성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와!! 한강이데이!! 내가 탄 지하철이 한강을 건넌데이!! 봐라 봐라!! 한강 보라니까!!"

친구는 흥분한 듯 나를 건드리며 한강을 보라고 강요했다.


"그래. 한강이야. 근데 왜"

"한강이잖아!!"

친구는 아예 몸을 틀어 한강 구경에 정신이 팔린다.

그런 친구가 신기해서 물어본다.


"한강 처음 봐?"

"어!!!!"


아.... 처음이어서 그랬구나. 

친구의 그 눈망울이 잊혀지지 않는다.


바다가 그립다.

나도 한강을 보고 감탄을 하던 시절이 있었겠지.

바다가 그립다.

앞이 막힌 강 말고 끝없이 볼 수 있어서 마음껏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는

바다가 그립다.


사진 클래스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

오늘 찍은 사진들을 확인하다가 

언제 한강을 건넜는지 모르게 목적지에 도착해 버렸다.


그런 하루였다. 

조만간 바다 근처에라도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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