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는 약속이다.
오늘도 나와 하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하루가 아득하고 짧다.
이렇게 올해도 몇 개월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마음은 조급한데
일에 치여 놓치는 것들이 아쉽다.
첫째는 건강.
7월에 잠시 건강을 챙기겠다며 식단과 운동에 신경 썼다.
그렇게 일주일. 새로운 프로젝트가 더해지면서 이것부터 놓게 되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인데
운동에 쓰는 시간을 아까워한다.
오늘도 건강하지 못한 하루를 보낸 듯. 찔린다.
둘째는 초고작업.
오늘은 목요일. 대학 수업이 있는 날이다.
4시간을 그렇게 쏟아붓고 나면 학생들도 힘들겠지만
나는 녹초가 된다.
오늘도 커피 3잔으로 간신히 에너지를 쏟았다.
문제는 그 이후다.
커피 3잔으로 쏟은 4시간 이후.
급격한 피로감에 세상이 혼탁하다.
아찔한 순간도 있다. 운전할 때는 정신 바짝 차려야지.
문제는 초고를 자꾸 미루게 된다는 점이다.
한번 놓은 초고는 벌써 한 달째 방치되어 있다.
속으로는 계속 생각하고 있는데 행동이 문제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아이들을 동시에 챙기면서 다른 내 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미션들을 하나하나 깨 나간다.
글쓰기 클래스에 글을 작성하는 사람들의 글에 피드백을 달다 보면 훌쩍 12시가 넘는다.
그러면 새벽의 초고작업은
어느새 지친 체력에 뒷전으로 밀려난다.
체력이 문제인데 운동을 하지 않고
초고가 우선인데 손을 놓고 있다.
그러니 매우 찜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놓고 또 약속을 한다.
9월부터는 어떻게든 등록을 하든지 해서 하루에 반드시 1시간은 운동 시간을 만들자고.
퇴고까지 마무리한 작가님을 보니 내가 이럴 때가 아닌데.
같이 시작했는데 나는 여전히 결승선에서 멀리 서 있다.
다시 발걸음을 떼야한다.
너무도 긴 마라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