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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액션핏 박인후 Oct 07. 2023

카페, 나라는 프라이팬을 예열하는 공간

연휴 동안 식어진 나라는 프라이팬을 돌아보며 느낀 단상들 

1. 프라이팬 이론 


'프라이팬 이론'은 웹툰작가 '루나'가 그린 만화 '루나파크'에 나오는 이론이다. 프라이팬을 뜨겁게 달구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달궈진 프라이팬은 계란이든 팬케이크든 빠르게 요리를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루나의 만화 '루나파크'>


'프라이팬'이라는 이해가 쉽게 되는 사물로 이야기를 풀어서 그렇지, 이건 결국 '지수함수, S곡선'에 대한 얘기이고 '기술수명주기, 개인의 성장 속도와 커브'등에도 모두 적용되는 얘기다. 예를 들어 학습과 배움의 속도는 보통 S자를 그리면서 성장하는데 처음에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다가 어느 정도 이해와 경험이 쌓이면 비약적인 성장이 온다. 


<세상의 많은 곳에 적용되는 S자 성장 곡선>


2. 연휴가 깨닫게 해 준 내가 서 있던 나약한 업무 루틴의 지지기반

저번주에 있던 연휴는 역대급 연휴였다. 자세하게 찾아보진 않았는데 6일 연휴는 5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것 같다. '회사가 나가는 평'일과 주로 '집과 카페에서 일하는 주말'이라는 루틴이 잡혀 있던 나는 연휴 동안 이 루틴이 많이 깨졌다. 조금 더 쉬었고 많이 누워 있었고 쓸데없는(저출생과 지구온난화, 삶의 의미 같은 보통 부정적인) 생각이 많아졌다. 연휴 동안 평균 4시간 정도 일을 하긴 했지만 내가 만족할 만큼은 아니게 업무시간이 부족했고 쉰만큼 더 피곤해졌다. 


달궈진 프라이팬이 6일간 적정온도에서 60% 내려갔기 때문이다. 


연휴동안 크게 2가지를 루틴 하게 했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늦어도 1시에는 카페에 가서 일을 시작하거나 책을 보기

-매일 운동하기


내가 그동안 주 75시간 정도 일을 하면서 만들어왔던 안정적인 루틴이 얼마나 취약한 건지를 단 6일의 연휴로 알게 되었다. 수년간 연습하고 정비해 온 전열이 한 번의 기습공격에 무너진 것 같았다. 내가 지키고 있던 '일상'이라는 지지기반은 얼마나 취약한지를 알게 되었다. 


3. 카페, 나라는 프라이팬을 예열하는 공간

다시 루나의 프라이팬으로 돌아보면 주말이나 연휴처럼 내가 온전히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 속에서 중요한 것은 빠르게 뭔가를 시작하는 것이다. 침대에 누워있다면 바로 벌떡 일어나서 스트레칭읗 하는 것이고 책상에 앉아서 노트북을 열거나 밖에 나가서 운동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나는 너무도 게을러서 그걸 하기 전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내가 쓰는 몇 가지 방법은 밖으로 바로 나가는 것이다. 밥을 먹고 나갈 때도 있고 밖에서 밥까지 먹을 때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카페에 가서 커피를 주문하는 것'이다. 커피는 각성제이고 음료이면서 나에겐 '일의 시작'이라는 상징이고 내적 선전포고다. 


재밌는 건 카페에서 커피를 시키고 커피에 한 모금을 데진 않았도 각성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일종의 플라세보 효과인가.. 모르겠다.  그래서 가끔은 주문한 커피를 포장해서 집에 가지고 가서 냉장고에 넣어둔다. 하지만 이미 달구어진 프라이팬 상태인 나는 집에서도 바로 일을 시작한다.  


결국 커피는 가스에 불을 붙이는 불제공역할 같은 것이고 카페란 공간은 가스가 나오는 가스 레인지 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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