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왔습니다-"
아무도 없는 텅 빈 공간을 따뜻한 말로 채워본다. 그리곤 조용한 방으로 들어가 티비를 켜고 '존재감'을 느껴본다. 아 티비야 너로구나, 네가 나를 반겨주는구나. '위이잉-' 마치 자신도 여기 있다고 말하는 듯, 잠들었던 냉장고도 움직이기 시작한다.
웃옷을 벗어 든다. 그러자 오늘 하루도 고생했다며 싱긋 웃는 옷걸이가 받아준다. 몸이 무거워진 옷걸이를 그의 절친한 친구 행거가 부축한다. 다이소에서 처음 만난 두 친구는, 우리 집에 와 세상 정다운 얼굴로 서로를 위하는 사이가 되었다.
샤워를 하고, 덜 마른 머리를 손으로 털어본다. 멀리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시선, 다이슨이 나를 째려본다. "미안, 그렇지만 나의 그녀 노트북과 함께 하기로 한 저녁식사에 늦어버렸어". 미안한 눈빛을 전한다. 주말이 오면 어서 빨리 청소하라는 그의 잔소리가 나를 괴롭히겠지.
간신히 그의 눈초리를 피해 주방으로 이동한다. 그리곤 멋지게 '노'씨 성을 가진 그녀를 위한 요리를 준비해본다. 하루 종일 약속시간만 기다렸을 텐데, 그녀는 지치지도 않는지 나를 위한 노래를 기꺼이 불러준다. '유튜브'라는 악기와 함께 들려주는 그녀의 노래에 맞춰, 도마도 칼도 함께 춤을 춘다. 두곡 세곡, 어느새 완성된 음식을 앞에 두고 우리는 오붓한 식사를 시작한다.
식사 내내 그녀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율제병원 의사 5인방의 스토리. 나도 '이익준 같은 사람이 되어야지' 다짐한다. 아, 그렇게 똑똑한 사람 말고 주변을 밝게 웃게 하는 그런 사람이 말이다. 1분 1초도 쉬지 않고 이어지는 그녀의 이야기는 오늘도 흥미롭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우리 은하계가 울음을 터트리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의 눈망울 위에 보이는 두 음절의 단어, 언제나 내 마음을 따스하게 만든다.
"아들, 집에 잘 들어갔지? 항상 밥 잘 챙겨 먹고 따뜻하게 입고 다녀라"
"네, 엄마."
오늘도 우리 집은 따뜻하다. 나를 반겨주는 존재의 온정이 곳곳에 그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