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웃음 지었던 시간보다 이별에 눈물겨웠던 시간이 조금 더 길어지던 5월의 어느 날, W가 내게 말했다. 이제는 누군가를 사랑할 때 정을 많이 주면 안 될 거 같다고. 돌아오는 것이 이별뿐이라 남는 것은 그리움과 상처뿐이라고 말이다. 그런 그의 말에 담긴 감정을, 그 마음의 깊이를 다 알 수 없었으나 W보다 조금 더 일찍 태어났다는 이유로, 밥 몇 끼 더 먹었다는 것을 빌미로 나는 어른인 척 말했다.
"처음부터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결국 더 잘할 걸, 더 노력해볼걸 하는 후회만 있을 뿐이야. 최선을 다하고 그러지 말 걸, 후회하는 일도. 최선을 다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볼걸 하고 후회하는 일도 다를 게 없을 거야. 마음이 아픈 것은 마찬가지겠지. 그렇지만, 둘 중 하나를 굳이 선택해야만 한다면 최선을 다하고 힘든 것이 낫지 않을까?"
하지만, 그게 어렵다는 걸 나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나 역시 삶 속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상처와 후회의 갈림길 앞에서 수도 없이 주저했으니까. 나도 그저 주어진 운명 앞에서, 언제나 선택지를 강요받는 입장일 뿐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스물여덟 번째 여름 앞에서 내가 그에게 전한 결론은 '한발 더 내디뎌 보는 것'이었다. 주어진 운명에 그저 순응하며 뒤늦은 후회를 하는 것보다, 떠나가는 그녀의 뒷모습만 바라보며 눈물 흘리는 것보다는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 다시 사랑한다면, 그때도 주저 없이 자신의 마음을 상대에게 모두 보여주는 것 말이다.
아마도 그건 내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
언제나 뒤돌아 보며 후회하는 내 자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