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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의 책방 May 24. 2024

광화문을 지키는 해치獬廌, 사자가 아니라 양이라고?!

https://youtu.be/f7B9Qd1Eqqw

오후 : 안녕하세요. 오후의 책방입니다. 오늘 <문화재에 숨은 신비한 동물사전>의 저자 김용덕 작가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십니까?) 제가 먼저 짧게, 작가님에 대해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울산 대곡박물관, 국립경주박물관 연구원 통도사, 옥천사 성보박물관, 안면도 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로 재직하셨고요. 현재 한국 전통예술연구원 선임연구원과 문화유산 칼럼 작가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미술은 곧 역사를 표방하는 매개체"라는 모토로 문화유산 강의와 집필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신비한 동물 유적과 유물이 있다면 전국 곳곳 어디라도 동해번쩍 서해번쩍 달려가고 계시는 미술사학계 기린아, 김용덕 작가님이십니다.  

     

오후 : 첫 질문이니까요 좀 가벼운 질문으로 표지 디자인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게(바탕이) 검은색이었으면 '나전칠기'였을 것이고, 자개문양 맞죠? 책이 굉장히 격조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용덕 작가 :  표지 보고 사셨던 분들도 가끔 계십니다.

오후 : 디자인할 때 작가님의 바람이 많이 들어갔었나요?

김용덕 작가 : 네 많이 들어갔죠. 그리고 보라색이 좀 신비롭기도 하고, 주변에 테두리가 있는데요. 이게 그냥 넣은게 아니라 통일신라 기와에 있는 여의두문과 당초문, 덩굴문양, 전부 다 그런 걸 다 활용한 겁니다.

     

오후 : 그렇구나, 정말 세심하게 디자인했네요. 여기에 자개문양으로 들어가 있는 환상 동물들이 책 속에 등장하는 거죠? 주제가 '환상동물'입니다. '환상'이라고 하면은 사전적으로는 '헛된 것' 또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제가 '칼 융'을 참 좋아해요. 칼 융은 '환상'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하셨거든요. "환상도 하나의 사실이다. 거기에는 미래의 길을 알려주는 정보가 가득 들어있다." 라는 얘기를 했는데 미술사학에서 환상 또는 상상 동물은 어떤 개념인지? 또 실제 작가님께서 여러 문화재를 만나면서 개인적으로 느끼는 생각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김용덕 작가 : 칼 융을 저도 좋아하는데, 영국의 정신분석가 중에서 '멜라니 클라인'이란 분이 있습니다. 그분이 뭐라고 하셨냐면 "본능의 정신적 표현이 바로 환상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사실 그 본능이란 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거겠죠. 그게 나타난 게 전 미술이라고 생각해요. 그 것을 연구하는 게 바로 미술사학이고, 그 중에서 '환상'은 바로 우리의 욕구를 나타내는 거죠.      

오후 : 미술사학 안에서 '환상'이라고 하면 그런 개념에서 이해하고 연구되고 있다는 거죠? 그러면 미술사학은 거슬러올라 선사시대 때 유물 유적, 벽화까지 다 이렇게 연구가 되겠네요.      

김용덕 작가 : 네 맞습니다. 선사미술부터 지금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아주 긴 역사를 지니고 있죠. 연구의 범위가 굉장히 넓겠습니다.    

  

오후 : 그래서요, 제가 책을 읽다 보니까 뭐 고고학, 심리학, 그 다음 미술, 역사, 정치 등 다방면에 소양이 있어야 하는 '융합학문'처럼 느껴지더라고요. 미술사학은 어떤 학문인가요?      

김용덕 작가 : 미술사학을 잘 모르시는 독자분들도 많을 거에요. 간단히 얘기를 드리면 미술품으로 역사를 톺아보는 학문인데, 사실 이 미술사학이라는 게 18세기 독일에서 먼저 개념(미술의 역사 kunstgeschichte)이 정리가 됐고요. 우리 동양에도 이미 남북조 시대, 중국의 남북조 시대부터 미술을 분석하는 개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한국 내에서는 언제 정립이 됐냐? 그 발단이 뭐였냐면, 3.1 운동 민족대표 33인이면서, 서예가이기도 한, '위창 오세창' 선생님이 계세요 '위창 오세창' 선생님이 『근역서휘(槿域書彙)』, 그리고 『근역서화징(槿域書畫徵)』이란 책을 내셨는데 그게 신라부터 근대 조선에 이르는 예술가들, 서화가들의 목록을 정리한 데이터베이스이에요. 그 뒤로 이제 조금씩 조금씩 연구가 되다가 일본에서 '우현 고유섭' 선생님이라는 분께서, 호가 '우현'입니다.

 '우현又玄 고유섭高裕燮' 선생님이 미술사학을 전공하셔서 특히 탑 분야, 석탑石塔 석탑에서는 아직까지 우현 고유섭 선생님의 이론이 인정받고 있을 정도로 열심히 연구를 하셨죠.

 1960년대까지 흘러가면 옛날에 보화각葆華閣이라는 사립박물관을 운영한 분이 계셨어요. 그분이 어떤 분이냐면 간송澗松 전형필全鎣弼 선생님입니다. 간송 전형필 선생님의 보화각이 <간송 미술관>이 됩니다. 또 워낙 미술, 예술에 조회가 깊으시고 아까 말씀드린 오세창 선생님이 제자이기도 하세요. 그래서 60년대... 이분들의 성함을 다 말씀드려야 될 것 같아요. 간송 전형필 선생님과 김원룡金元龍 선생님, 황수영黃壽永 선생님, 진홍섭秦弘燮 선생님, 최순우崔淳雨 선생님, 홍사준洪思俊 선생님 등이 모이셔서 <고고미술동인회考古美術同人會>라는 걸 만듭니다. 이제 최초의 고고미술을 연구하는 단체가 탄생이 된 거죠.  

    

오후 : 그 시대가 일제시대 때인가요?      

김용덕 작가 : 이건 60년대입니다. 그리고 이 <고고미술동인회>가 뭐가 되냐 하면요, 지금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한국미술사학회>가 됩니다. 유서가 굉장히 깊습니다.

오후 : 일제강점기, 특히 (문화유산이 수탈, 유출되던) 때 우리 문화 유산과 미술, 유물들을 보존하고, 분석하고 또 그걸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만들어진.... 김용덕 작가 : 많은 분들의 노고가 있었습니다.      


오후 : 아! 이게 쉽게 저희들한테 온 게 아니군요.

선생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같이 공통적으로 좋아하시는 분이 한 분 있어요. 강우방 선생님입니다. 강우방 선생님은 예전에 어느 기사에서 '옛 사람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영적이었고, 삼라만상에 가득한 영적 기운들을 실제 느끼고, 보고 이를 조형으로 표현했다.'라고 하셨어요. 반면에 지금 우리 현대인들은 굉장히 이성적이고(각박하고요) 또 과학적이고, 이런 세계관이라든가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분들이란 말이에요.      

김용덕 작가 : 네, 맞습니다.

오후 : 그러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역할을 하고 계시는 건데 보통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현장에서 좀 느끼는 고충이라든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든데도 불구하고 이 일을 하시는 보람이 있다면, 이 일을 지켜나가고 있는 이유가 있다면?      

김용덕 작가 : 사실 이 '미술사학'은 역사를 기반으로 한 학문이죠. 요새는 한국사라는 과목이 대두가 되고 있고, 집중조명 되는데, 사실 그것도 암기 식으로 달달 배우고 연표를 보고... 그런 것도 참 안타깝고요. 그리고 학예사로 박물관에 미술관에 근무하면서 관람객들을 이렇게 보면요. 거기 대부분, 한 전시품에 3초 이상 서있지 않습니다.   

오후 : 하하, 저도 마찬가집니다.

김용덕 작가 :  그래서 (작품을) 놓치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 '아! 이것을 좀 어떻게 개선할 방식이 없을까?' 그래서 생각한 게 '아! 그래, 역사는 문화유산을 보면' '자연스럽게 읽혀질 거야'라는 생각을 했고 그 중에서도 가장 쉽고 친숙한 게 동물문양이고

오후 : 아이들도 정말 좋아해요.

김용덕 작가 : 맞습니다. 이 책을 산 독자분들 중에서  아이들이랑 주말에 박물관, 미술관 놀러 갔는데, 아이들이 '어? 이거 뭐야, 저거 뭐야?' 물었는데, '대답을 못해서, 그래서 너무 부끄러워서 샀다' 네, 부모님들이요 그래서 그 부모님 한 분이, 저를 뭐라고 불러주냐면 '덕큐'라고 불러주셨어요 <덕큐 : 김용덕 큐레이터> 학예사가 영어로 하면 큐레이터니까요. 이제 저도 덕큐라고 하고 있습니다.      


오후 : 이야! 캐릭터가 하나 탄생했습니다. 아! 말 나온 김에 다음 책도 어린이를 위한 책을 준비하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김용덕 작가 : 어린이와 10대를 위한 문화유산 도서를 지금 준비하고 있고요. 얼마 전에 감은사지 파트가 끝났고 이제 분황사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오후 : 아이들이 어렸을 때, 도서관에 가서 빌려준 책들 중에 환상동물, 상상동물 이런 책들을 보여주면 아이들이 굉장히 좋은 하더라고요. "아빠, 백호가 왜 여기 있어?" "주작이 뭐야, 기린이 뭐냐?" 이런 걸 막 묻거든요.  특히나 요즘 아이들 프로그램 또는 드라마나 영화나 컨텐츠를 보면 우리 상상동물, 환상동물들을 많이 녹여내서 만드는 것 같아요. 이런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라도  더더욱이나 학예사님 역할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궁금해서 질문을 드립니다. 지난번에 미스테리 작가님들하고 만났다고 하셨잖아요. 혹시 그게 관련된 이야기인가요?      

김용덕 작가 : 뭐, 그런 것도 있습니다, 사실!  <괴이학회>라고 하는, 미스테리 추리 쪽으로 전문적으로 쓰시는 작가님들의 모임인데요. 아무래도 그런 부분들 중에 이런 환상적 동물들도 많고요 그리고 우리 무속 신화도 많습니다. 그런 걸 주제로 활동하시는 작가분들이 많이 계시기 때문에 요즘 많이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습니다.      

오후 : 혹시 그러면 작가님께서 여러 환상동물 중에, 아, 요건 진짜 드라마로 만들어봤으면 좋겠다! 이건 전세계에 내세워 볼만한 독창적인 상상동물인데, 라고  애정을 갖고 있거나 소개하고 싶은 동물이 있다면?      

김용덕 작가 : 사실 대표적으로 뭔가 있었냐면요. 지금까지 우리나라 고유의 혹은 전설 속 동물을 소개한 콘텐츠로 [디워]가 있었죠. 심형래 감독의 [디워] 이무기를 주제로 한 거고요. 그리고 여수에 거문도라는 섬에 가면요. 인어에 대한 전설이 있습니다. '신지께'라고 하는 방언인데, 옛날 방언인데 '하얗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인어 방언을 소재로 해서 그게 아마 2016년이었나요? 그 웹드라마가 국제상을 받았어요.

오후 : 어, 그래요?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김용덕 작가 : 그러니까 이런 주제들이 많이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저는 굳이 한 가지를 꼽자면 저는 화상어和尙魚 이 책에 있는 화상어를 한번 생각을 하고 싶네요.      

오후 : 인어 종류인 거죠, 화상어면?

김용덕 작가 : 인어 같지만, 인어는 아닙니다. 머리는 민머리한 스님 머리이고, 그리고 몸통은 거북입니다. (아~ 특이하다!) 화상어에 대해서 잠시 설명을 드리면, 사실 우리나라에서 오리지널로 내려온 친구는 아니고요. 17세기 때 중국 명나라에서 『삼재도회(三才圖會)』라는 백과사전이 편찬됩니다.  인간과 자연에 관련된 모든 걸 다 종합한 백과사전인데 근데 그게 좋은 점이 삽도揷圖(삽화)가 있습니다. (그림이?) 네, 그림이 있는 백과사전입니다. 그래서 이제 그걸 따라해서 일본은 《화한삼재도회》(和漢三才圖會)라는 걸 만들기도 하는데 그게 조선까지 너머 옵니다. 그리고 왕실에서 참고될 만큼 엄청난 파급력을 미치죠. 왕실 그 다음에 그때 당시 또 실학자들도 있었죠. 그렇다면 사찰은? 당연히 받았습니다. 그 사찰에 화상어가 표현이 되어 있죠. 그게  팔공산에 있는 사찰입니다.      

오후 : 팔공산(웃는 이유가 있습니다. ^^)

김용덕 작가 : 우리가 알고 있는 영천 은해사, 백흥암 극락전 수미단과 그리고 경산 환성사環城寺 대웅전 수미단에 화상어和尙魚가 새겨져 있습니다. 그런데 다만 모본을 참고했지만,  개성이 넘쳐요. 은해사 화상어 같은 경우는 투구를 쓰고 있어요. 이 투구가 어떤 투구일까 하고 봤더니, 불화 속에 신장들, 사천황 같은 신장들이 쓰는  투구더라구요. 빨간색 반바지를 입고 있는 경우도 있고. 아주 귀엽습니다.  그런데 또 이렇게 머리가 이렇게 뻗쳐 있거든요. 그럼 이제 우리가 불화 속에 '아귀'라고 하는 그런 존재들이 이렇게 막 머리가 뻗쳐 있어요. 그런 요소들이 다 녹아져 있고요. 또 재밌는 것이 여의주如意珠, 여의주를 갖고 있습니다.  보주寶珠, 여의주라고 하는데 하나를 가지고 있는 친구가 있고요. 아예 대접에다가 잔뜩 쌓은 그런 친구도 있는데 결국 그 여의주라는 게 자기 것이 아니라, '부처님께 바친다', '구도, 공양' 이런 뜻을 갖고 있는 거죠.      

오후 : 여의주가 말 그대로 '내 뜻대로 다 이루어진다'는 거잖아요.

김용덕 작가 : 여의봉이 그래서 나온 거죠.

오후 : 그럼 보주, 여의주를 부처님께 바치고 또 부처님은 그걸 다시 모든 중생들에게? (네, 나눠주고요.) 아! 그렇구나

김용덕 작가 : 그래서 이 화상어는 중국 미술에서는 막상 또 그렇게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상동물로 해도 되지 않을까?       

오후 : 말씀하신 팔공산, 은해사 그 다음 책에서 ’가릉빈가‘를 소개한 환성사, 그곳이 제 고향입니다. 제가 정말 중고등학교 때, 거짓말을 조금만 보태서, 매주 찾아갔던 곳들이거든요.

김용덕 작가 : 갓바위 부처님부터 (맞아요. 갓바위 부처님께도)

오후 : 근데 그때는, 작가님의 책을 보기 전까지는 그런 환상동물이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어요. 그러니까 보아도 볼 수 없는 눈이었는데 이제는 사실 찾아가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게 직업병일 수도 있는데, 작가님은 그럼 이제 어느 곳을 가든 어떤 유적을 가든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눈으로 보실 것 같거든요? 유적과 유물을 보는 작가님의 시선은 어떻습니까?      

김용덕 작가 : 동물을 항상 찾아다니죠. 그 동물을 보면서 약간 뭐라고 할까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이런 친구들이 결국은 제 생각에 영감을 주기도 하고 그리고 제 연구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니까 아주 소중한 친구라고 생각을 해요. 그러면서 전국 팔도에 있는 문화재 속에 있는 동물들을 찾아서 다음 달에도 충북으로 한번 갈 예정입니다. (충북 괴산으로)           

오후 : 이야~ 정말 동해번쩍 서해번쩍입니다. 혹시 이렇게 얼굴이 조금 검으신 것도 답사를 워낙 많이 다니셔가지고? (네 맞습니다^^) 한 가지 더 궁금한 게 있는데 얼마 전에 한 스님으로부터 제보를 받으셔서 찾아 가셨잖아요. 진짜 궁금해요. 거기 어떤 동물을 찾으신 건가요?      

김용덕 작가 : 그러려면 일단 그 사찰에 대해 말씀 드릴게요. 경남 남해가 아주 경치가 좋은 곳으로 유명합니다. 거기 해안가에는 '용문사龍門寺'라는 사찰이 있어요. 용문사, 혹시 바닷가에 있나요? (네) 미국마을 아시나요? 남해에 독일마을 있고, 미국 마을이 있어요. 그 미국마을 바로 뒤편에 용문사라는 아주 고즈넉하고 좋은 사찰이 있는데, 이 사찰이 그냥 사찰은 아닙니다. 왕실 사찰입니다. 조선왕실에서 지은...      

오후 : 조선은 유교의 국가인데도 왕실 사찰이 있었네요.

김용덕 작가 : 의외로 조선의 왕실에서  불교를 지원을 해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 그래요? 숙종과 관련된 사찰입니다. 그쪽은. 전화가 와 가지고, '용문사 법당에 이상한 게 있어요.' '이상한 동물이 있어요.'라는 거에요. 뭐지? 제가 사실 '옥천사玉泉寺'라는 사찰의 박물관 학예사라고 제가 근무를 했었는데 옥천사가 하동에 쌍계사雙磎寺라는 절의 말사末寺입니다. 남해 용문사도 쌍계사의 말사입니다.

오후 : 쌍계사가 엄청 큰 절이었네요

김용덕 작가 : 네 엄청 큽니다. 총림總林사찰이라고 해서 우리나라에서 아주 큰 사찰 중에 하나죠. 연관이 있다보니, 그렇게 인연이 돼서 남해에 갔는데 일단 저는 스케일에 놀랐고요. 사실 대웅전이 그렇게 크진 않습니다.  건축기법부터 안에 있는 문양들이 예사롭지가 않더라고요. 보통 해안 사찰의 특징이 뭐냐면 그 해안 생물들을 이렇게 표현을 합니다. 여수 흥국사 같은 데, 미황사 이런 데를 보면 돌에다가 거북이나 게를 이렇게, 물고기라든가 그게 거의 대부분 석조물에 많이 표현을 해요. (용화사는) 나무로 조각해서 천정에 떡 있는 겁니다, 그게. 천정에? 거북이가 새끼를 이렇게 업고 있는 것부터 시작해서 장어처럼 생긴 긴 물고기도 있고요. 그래서 일단 그 부분에 한번 놀랬고, 용이 엄청 많습니다.  용이 엄청 많습니다.

오후 : 용문사라서, 용?

김용덕 작가 : 약간 그런 게 있죠. 그리고 왕실 사찰이잖아요. (아! 그렇구나.) 왕실사찰은 이게 뭐가 달라도 약간 격이 다르다. 용이 왕을 상징하는 거니까? 왕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불교에서는 부처님을 수호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그 용들이 전부 다 왕실의 용과 스타일이 비슷합니다. 아! 이건 아무래도 왕실에 영향이 있었을 거야라는 걸  그래서 알 수 있는 거죠.      

오후 : 혹시 발이 몇 개인가요?

김용덕 작가 : 발이 거긴 다섯 개입니다. 다섯 개? 우와! 오조룡五爪龍      

오후 : 숫자 5자가 음양오행에서 보면 한 가운데 있는 토土(5, 10토)를 뜻하니까 5라는 숫자가 사실은 황제를 뜻한다고 제가 알고 있는데,  그런 의미가 있겠네요.

김용덕 작가 : 그래서 황제나 왕의 옷에는, 곤룡포라고 하죠. 거기에 오조룡五爪龍이 있죠.  경복궁 천장에는 칠조룡(발톱이 7개인 용)이 있어요.  흥선대원군이 고종의 아버지지 않습니까? (재건?) 중건을 한 거죠. 임진왜란 때 계속 타 있었거든요 근데 이게 사실 엄두가 안 나는 大국가 프로젝트죠. 그러다 보니까 계속 놔두고 있다가 흥선대원군이 큰 결심을 합니다. 그래서 이제 경복궁을 다시 짓죠. 그만큼 자기 아들에 대한 애정 혹은 이제 왕권의 확립을 위해서... 그런 스타일의 용들이 남해 용문사에 있었구요. 그리고 뿔이 하나밖에 없길래 저도 처음에 기린인 줄 알았어요.

오후 : 뿔이 하나만 있다구요? 뿔이 본래 2개 있잖아요.  

김용덕 작가 : 기린은 그런데 뿔이 하나기 때문에,  기린이란 동물은 일각수一角獸라는 별명이 있거든요. 동양의 유니콘인데, 뿔이 하나 있길래 이게 혹시 기린인가? 왜냐하면 사찰의 기린이 있어요. 벽화로도 있고 수미단에도 있는데, 예전에 뿔이 하나가 떨어졌었나 봐요. 결국 용이었는데, 근데 그 용 또한 왕실과 관련된 사찰에서만 나타나는 스타일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스님한테 '이 정도 용이면요.' '열 기린 안 부럽습니다.'라고 했습니다. 남해 용문사 진짜 꼭 추천드립니다.      


오후 : 신기합니다. 작가님께서 설명해 주실 때 중간중간마다 유니콘하고 비유하시기도 하고 책에도 보면 서양의 상상동굴과 한국의 상상동물을 많이 비유, 비교하면서 보여주시거든요. 이렇게 하신 의도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요?

김용덕 작가 : 아! 물론 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지금 문화 속을 보면요. 게임, 소설, 판타지 소설 같은 데를 보면 전부 다 서양에 있는 동물(신화, 영웅 등)들이 등장해요. 대표적으로 마블의 토르(천둥의 신)가 있죠. 마블의 토르는 알지만, 우리 한국인들은 대부분 뇌공신을 모릅니다. 이런 식으로 비교를 하면서 사람들한테 친숙하게 다가가기도 하고 '얘네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도 있다.' 또 우리 것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렇게 서양과 그리고 동양이 결국은 다같이 문화가 거의 동일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겸, 그리고 쉽게 다가갈 수 있게 그러려고 이제 많이 비교를 했죠.      

오후 : 동서양의 문화가 고대로 들어가서 도상圖像이라든가 또는 상상동물을 보면 동양과 서양의 문화에 공통점이 있다는 뜻?

김용덕 작가 :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알렉산더 대왕이 있죠?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원정으로 인해서  그 시대를 헬레니즘 시대라고 부르죠. 인도까지 정복을 합니다. 알렉산더 대왕이. 그래서 불상이 탄생하는데 그게 지금 파키스탄, 아프가니탄, 서북 지역의 간다라 지역이에요. 간다라 지역의 부처님 불상을 보면요, 파마 머리를 하고 있습니다. 어 그리스 로마처럼 파마 머리를 한 부처님 그리고 그리스 신들이 입는 법의法衣를 입고 있습니다. (아! 드레스 같은 것) 네, 그런 게 전부다 문화가 이렇게  서로 교류한 거죠.      

오후 : 우리 한국의 본래 문화가 있으면,  불교가 들어오고, 또는 유교가 들어오고 또는 뭐 저기 아랍에 문화가 들어 오면서 원래 고유한 문화가 습합習合이 되기도 하고 또는 격의格義가 되기도 하면서 그게 어떤 양식이라든가 위상이 좀 달라지기도 하잖아요. 대표적으로 그런 예시를 설명해 주신다면?

김용덕 작가 : 그렇기도 하지만 성격이 좀 바뀐 부분도 있죠. (성격도 바뀌고) 아까 말씀드린 뇌공신을 한번 소개를 해드릴께요. 뇌공신이 벼락과 천둥을 관장하는 신입니다. 춘추 전국시대부터 일단 먼저 등장을 했는데, 이제 불교 안으로 들어오죠.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에 보면 이 뇌공신을 어떻게 표현했냐면요, 경전에 보면 '천둥과 우박과 돌멩이를 보리수에 뿌렸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거는 결국 부처님 공격을 한 거죠.  '팔상도八象圖'라는 작품이 가장 대표적인데요. 팔상도란 석가모니 부처의 삶을 8가지로 표현한 불화입니다. 그 불화에 보면, 여러가지 장면 중에 수하항마상樹下降魔相이 있습니다. 나무 아래에서 항마降魔(악마를 물리침) 거기 보면 17세기 초반 대표적으로 하동 쌍계사 팔상도가 있죠. 그 수하항마상을 보면요.  뇌공신과 같이 다니는 전모電母라는 번개의 신이 있어요. 보리수로 번개를 막 던지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팔상도에 등장하는  마왕 파순(波旬.Pâpîyâs)과 같이 석가모니 부처를 공격한다는 뜻이죠. 근데 1775년 정도 18세기 후반에 양산 통도사 영산靈山殿 팔상도에는 뇌공신이 아예 성격이 다르게 변합니다. 아까는 보리수를 향해서 던졌다고 했잖아요? 번개랑 이런 걸.. 사실 그건 ≪불본행집경≫, 불교 경전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표현한 거죠. 근데 통도사 팔상도를 보면요. 그리고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또 비슷한 식의 팔상도를 보면요. 번개를 악마 무리들에게 쏘고 있어요. (반대로요?)  결국 부처님을 보호하는 존재로 바뀌는 거죠. 이게 왜 그럴까? 물론 불화라는 미술 주제는 경전에 의거해서 그리기 때문에 그 모습을 충실해야 되는 부분도 있지만 이걸 그린 분들이 스님이시니까, 이 스님들의 불심佛心에서 나온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후 : 그런 뇌공신마저 부처님의 가호, 가르침에 교화가 되고?

김용덕 작가 : 그렇죠. 교화가 된 거죠.

오후 : 오히려 부처님의 가르침을 보호하는 (역할로 변화)?

김용덕 작가 : 네, 맞습니다.  

오후 : 아, 그렇게 변하기도 하는군요. 시대에 따라서.

김용덕 작가 : 사람들의 취향과 생각에 따라서 변하죠.      

오후 : 그렇게 보면 아까 미술품을 분석한다고 하셨죠? 그러면 이제 그런 분석을 통해서 그 당시에 시대 상황도 좀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그걸 그린 사람의 사고방식이라든가 이런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네요.

김용덕 작가 : 아주 대표적인 예가 있습니다. 왕실에 있습니다. 광화문 익히 아시고, 많이 가보셨을 겁니다. 광화문의 마스코트, 서울특별시의 마스코트가 뭐죠? 해태, 해치獬豸 사자처럼 생겼죠? 사실 해치는 사자가 아니라 양입니다, 양羊.

오후 :  양이요?  

김용덕 작가 : 춘추전국 시대 때 여러 기록들을 보면요. 해치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뿔이 하나 달린 양'이다. 원래 양羊입니다. 근데 이제 미술로 들어오면서 약간 용과 합쳐지는 모습을 보이긴 합니다. 아무래도 그때 상황이 용이 최고의 동물이니까 각 동물들이 용의 요소를 갖추기 시작하기는 하거든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도 해치가 법과 정의를 상징하니까 감찰을 하던 사헌司憲府 그 사헌부에 흉배로 그려지기 시작해요. 실제로 서울역사박물관에 보면 해치흉배가 남아 있고요. 법을 담당하시는 약간 검찰청 같은 느낌이죠.   그렇게 계속 지속이 되는데,  광화문 해치부터 사저처럼 바뀌게 되는 거죠. 왜 그럴까? 사실 그거는 동아시아의 관념이거든요.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동물 중 하나가 사자입니다. 그리고 인도를 대표하는 동물이기도 하고요. 신라 미술에도 사자가 많이 나오죠. 사자가 부처님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지만요. 부처님을 상징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불교가 아니더라도 입구를 지킨다는 뭔가를 지키는 의미로 많이 쓰여요. 근데 이게 왕실에서도 사실 다르진 않거든요. 전주에 가면요. 전주 한옥마을, 아주 이쁜 곳 가시면서 '경기전'을 꼭 가보시죠.  어진 박물관도 있고요. 그런데 경기장과 어진박물관에는 가는데 거기에 있는 '하마비下馬碑'는 또 사람들이 관심이 없어요.  하마비, 경기전, 그 자체는 왕실에서 관리하던 것이잖아요. 태조 이성계 어진이 모셔져 있는 곳이니까. 그럼 그건 분명히 왕실에서 만든 하마비일 겁니다. 근데 보통 하마비가 비석만 딱 있어요. 근데 경기전 하마비는요. 사자가, 두 마리 쌍사자가 이렇게 비석을 받치고 있습니다. 결국은 아까 말씀드렸던 동아시아에서 입구를 지키는 사자의 관념이 왕실에서 결국 있었다는 겁니다. 근데 또 웃기지 않습니까? 그러면 사자라고 하면 되지 않습니까?  구태여, 왜 해치라고! 이게 광화문의 의미가 참 크지 않습니까? 당시에는 광화문이 경복궁이 중건 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가장 큰 매개체죠. 게다가 신하들이 왔다 갔다 하는 출퇴근길의 정문이었어요. 그때 당시에 신하들이 어떤 마음으로 정치에 임해야하는가,라고 생각해서 사자 모양으로 해치는 만들지만 항상 정치에 임할 때는?      

오후 : 법을 지키고 정의롭고...

김용덕 작가 : 그런 걸 위해서 그래서 저는 이 해치를 조선 스타일 해치라고 부릅니다. 이때부터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게 다 의미가 있습니다.      

오후 : 신기합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너무 재밌습니다, 책이!


-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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