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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의 책방 Jun 02. 2024

너를 다듬어 가는 시간

사춘기란 이제 '너를 다듬어 가는 시간'이다. 네가 너 자신을 만들어 가는 시간이란다.

네 감정을 다루기 힘들고, 네 행동을 너 자신도 이해를 못 하는 시간이지만, 그래서 더더욱 너 자신을 살펴봐야 할 시간이야. 네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생각해야 할 시간이야. 잠깐, 이 말은 공부 열심히 하고, 좋은 대학에, 좋은 직장을 다니는 사람을 뜻하는 게 아니야. 너란 사람이 세상에 온갖 일을 겪고, 각양각색의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떤 태도를 가진 사람이냐는 걸 묻는 거야. 좋아하는 일이 아닐 때, 마음에 드는 사람이 아닐 때, 평탄한 일이 아닌 처음부터 개척해야 하는 일과 맞닥뜨렸을 때 어떤 선택을 하는 사람이냐는 걸 물어보는 거야. 너는 삶을 어떤 태도로 대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묻는 거야. 금방 답할 수 없는 질문이니까,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찾아갔으면 해. 

아빠는 네가 우선 책을 읽기를 권한다. 지식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그보다 다양한 삶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야. 누구는 왜 이런 선택을 했고, 누구는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거야. 한 가지 더 아빠가 욕심을 가지고 네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다정한 사람'이 되라는 거야. 다정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아빠가 생각하는 다정한 사람은 세심한 사람이야. 이건 쉬운 일이 아니야. 내 마음대로, 내가 하고 싶은데로 하는 사람이 아니거든. 내가 이렇게 하면 상대는 어떤 기분일까를 나도 모르게 잠깐 스치듯 생각하게 되는 사람이야.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이 말을 듣게 될 사람들 중에 한 사람에게라도 불쾌하거나 상처받게 되지 않을까를 짧게라도 생각해 보는 사람이야. 그러니 '다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 

아빠는 마음도 다듬어야 한다고 생각해. 제가 생겨난 대로 사는 게 자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 그걸 용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 삶은 태어난 대로 살아가도 되는 시기와 자신을 돌아보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시기가 있고, 스스로 만든 자신의 모습에 책임을 지고 살아가야 하는 시기가 있어. 넌 이제 너를 가다듬어 가는 시기야. 사춘기란, 네 마음이 방탕하게 흩어질 때 네 마음을 잘 부여잡는 방법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워나가야 하는 시기야. 언제까지 그래야 하냐고? 18살? 혹은 스무 살...

 아빠는 서른 살 너머까지 그런 시행착오를 거치더라. 그 이후에도 자신 있게 내 마음을 내가 잘 간수하고 있다고 말하기엔 부끄럽지만, 그런대로 잘 참고, 잘 다루고, 실수를 하면 얼른 바로 잡으려고 하는 것 같아. 나도 나 자신에 대해 확신할 순 없지만, 내겐 '다정하기'가 어려운 일이 아니라 습관이 된 것 같아. 난 다정한 게 마음이 편해. 생각보다 사춘기 시간이 길지? 몸이 자라는 것보다 마음이 자라는 것이 더딘 것 같아. 


그러니 조급히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너를 다듬어 갔으면 좋겠다. 이제 사춘기가 시작되었으니 아빠도 좀 더 너를 바라보고, 네가 어떤 사람이 될지 느긋이 기다릴게. 사랑한다. 아들.


박일화 Yil-hwa Park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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