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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웅 Sep 13. 2022

그래서 잘 나가려는 사업엔 콘텐츠와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당장 돈 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

“플랫폼 비즈니스에는 공식이 있다. 우선 콘텐츠(Content)→커뮤니티(Community)→커머스(Commerce)의 순서로 성장하는 것이 안전하다.”


지난달 31일 전 직원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한 스타트업 ‘오늘식탁’과 관련해, 리더십·조직문화 분야 비즈니스 코치인 최효석 서울비즈니스스쿨 대표가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중 일부입니다. 


오늘식탁은 신선 수산물 당일 배송 커머스 플랫폼인 '오늘회'를 운영해 상당한 인지도와 명성을 얻었던 기업입니다. 론칭 후 누적 매출은 500억원을 훌쩍 넘어섰으며, 오늘회를 이용하는 회원 수는 총 75만명에 달합니다. 그럼에도 적자가 거듭된 끝에 망가진 자금 유동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서비스를 중단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오늘식탁


최 대표는 서두에 언급한 공식과 관련해 “오늘회는 팬덤 커뮤니티를 만드는데 실패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비교 대상으로 든 기업은 야놀자, 오늘의집, 무신사였습니다. 이들은 정보성 콘텐츠로 유저를 모으고 커뮤니티를 통해 잠재 고객의 충성도와 마켓을 확보한 뒤 비로소 제품을 본격 판매했던 반면, 오늘식탁은 커머스부터 손을 대는 조급함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최 대표는 “(오늘식탁은) 이러한 과정을 건너뛰고 바로 커머스로 시작한 만큼 지지기반이 약할 수밖에 없다”고 평했습니다.




물론 성공한 서비스 전부가 콘텐츠 유포에 이은 커뮤니티 구축 시나리오를 전제로 했던 것은 아닙니다. 유저들이 모이는 커뮤니티부터 짜 두었다가 한참 후에야 그곳을 향해 회사 차원에서 만든 오피셜 콘텐츠를 살포했던 경우도 있고요. 콘텐츠고 커뮤니티고 모조리 제쳐 두고선 장사만 주구장창 밀어붙였는데도 흥행한 사업 또한 아주 드물진 않죠.


하지만 타고난 기량만으로 세계 최상급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이는 천재가 있다 해서, 프로 선수 전부가 자기 관리와 훈련에 매진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듯, 성장을 도모하는 플랫폼 비즈니스 사업자라면 콘텐츠 공급이나 커뮤니티 형성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설령 누군가가 그러한 요소 없이 성공했다 한들 나 또한 같은 행운을 누릴 보장 따윈 결코 없으니까요. 밑거름 없이 융성한 비즈니스도 존재는 하지만, 어지간한 나무라면 콘텐츠나 커뮤니티 같은 비료가 넉넉할 때 보다 활발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엄밀히는 ‘우리는 오해하는 사이’ 줄거리 곳곳엔 각종 금융 이야기가 스며 있긴 합니다. 금융권 티가 나긴 난다는 것이죠./KB국민은행


금융권이 최근 대중을 매료하는 콘텐츠 확보에 적극 나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KB국민은행이 얼마 전 금융 플랫폼 '리브넥스트'에 로맨스 웹소설 '우리는 오해하는 사이'를 연재하기 시작한 것이나, 하나은행이 지난달 지니뮤직과 손잡고 선보인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하나뮤직박스' 등을 그 사례로 들 수 있죠.


제공하는 콘텐츠 상당수가 금융과는 무관해 보이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인데요. 이는 금융권에선 대체로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데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굉장히 중요하다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든 눈길만 끌어오면 자사 서비스에 랜딩시킬 자신은 충만하니, 업종과 콘텐츠의 결을 굳이 맞추기보다는, 은행과 상관이 있건 없건 콘텐츠 자체의 매력이 높은 쪽을 훨씬 선호한다는 것이죠. 만병통치약 장사꾼과 동행하는 광대는 군중이 몰리기 전까진 약 이야기를 구태여 꺼내지 않는 것과 흡사한 이치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콘텐츠나 커뮤니티에 지갑을 열길 꺼리는 기업이 적잖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나마 뭔가를 해보려는 업체마저도 돈을 추가로 들이기보다는 막내 언저리 사원의 가욋일로 얹어 주는 경우가 허다하고요. ‘MZ’ 모두는 콘텐츠나 커뮤니티가 취미고 일상이니 그중 누구에게 맡긴들 잘 해낼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아무 한국인이나 붙들고서 재료를 쥐여 준다 해서 김치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듯, MZ 전부가 자기 세대에 호소력을 발휘하는 작품을 제작해 주리라 기대하기엔 아무래도 무리가 있죠.


건물 하단 석축 작업엔 전문가를 골라 모시면서도, 커머스의 토대를 다지려는 업무엔 사람을 마구잡이로 투입하는 것도 어찌 보면 어불성설이지 않겠습니까. 사업의 펀더멘탈(지지기반)로서 콘텐츠와 커뮤니티를 바라보는 기업이라면, 인력과 자원 투입에도 조금은 더 진심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더욱 많은 이야기가, '오늘도 출근중'에서 독자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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