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의외로 훌륭하지 않다
모 대학교 언론고시반 주말클래스에 출강하며 기자 지망생들을 상대로 글쓰기 수업과 커리어 코칭을 하던 시절, 어느 날 언제나처럼 강의를 마무리하며 질문을 받던 중 슬며시 손을 들다 말고 머뭇거리는 학생이 문득 눈에 띄었습니다. 평범히 거수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그런 모습이 오히려 도드라졌던 통에 결국 그분을 지목해 사연을 묻게 됐는데요.
“실은 제가 이번에 조선일보 필기를 통과해 면접까지 봤어요.”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제가 면접을 잘 본 것인지 감이 잡히질 않아서요.”
“어려운 질문이 있었나요?”
“존경하거나 멘토로 따르고 싶은 기자가 있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ㅇㅇㅇ 기자님을 존경한다고 답했어요.”
“어… 왜요?”
저도 모르게 되묻는 순간, 그 학생은 어정쩡한 대답 행간 어드메에 숨은 뜻을 곧장 눈치챈 듯 안색이 확 변했습니다.
“평소 쓰시는 기사를 보니 글솜씨가 뛰어나고 카리스마도 상당한 분 같아서요… 잘못 말한 걸까요?”
어느 직장이건 대외 이미지와 사내 평가가 극명하게 다른 분들이 적어도 한둘씩은 존재하는 듯합니다. 공인으로서의 모습과 사생활을 별개로 두는 차원이 아니라, 오로지 공적인 면만을 놓고 보더라도 말이죠.
안타깝게도 그 학생분께서 언급했던 기자는 마침 그런 유형의 인물이었습니다. 독자들 사이에선 미려한 필체로 준엄한 글을 쓰는 저널리스트로 알려졌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업계에선 시원찮은 취재 역량과 수준 이하의 필력을 만연체로 애써 가린다는 평을 듣던 양반이었거든요. 게다가 티가 덜 나거나 귀찮은 일은 모조리 피하고 눈에 띄는 건수만 잡으려는 모습을 보여, 인성 면으로도 그닥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고요.
그 학생의 최종 합불 여부까지 밝히기는 좀 뭐하지만요. 아무튼 총점은 제쳐 두고 존경하는 기자에 대한 질답만 놓고 보자면, 적어도 그 부분에선 좋은 점수를 따내긴 어려웠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물론 고작해야 취업을 준비 중이던 학생이 업계인의 진면목을 모른다고 불이익까지 당하는 것은 꽤 억울한 일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면접관 입장에선 일단 듣기로 하필 ‘그런 인간’을 존경한다는 점에 뜨악했을 가능성이 상당하니까요. 더군다나 그 이유를 ‘뛰어난 글솜씨’와 ‘카리스마’로 댔다면 한층 더욱이나 말이죠.
존경하는 인물이 있는가. 기본 중의 기본으로 꼽히는 면접 질문이지만, 막상 매끈하게 대응하기엔 의외로 까다로운 면이 적잖은 난제죠. 너무 뻔한 사람을 고르면 깊은 인상을 주기 어렵고, 아주 특이한 인물을 언급하는 것은 아무래도 도박수로 흐르기 쉬우니까요.
다만 답변을 어느 쪽으로 하건, 이래저래 동종업계나 주변 인물에게서 받는 평을 모르는 분을 짚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생각합니다. 사람은 의외로 단면이 많은 존재인지라, 널리 알려진 모습과 업무 현장에서의 평가가 천양지차인 사람도 그리 드물지 않거든요. 특히 어두운 구석을 지우거나 분칠하는 경향이 있는 언론 기사나 창작물 등에만 의존해 공경할 인물을 골랐다간 상당한 낭패를 보기 쉽죠.
그렇기에 존경하는 인물을 면밀히 고르려면, 그분과 함께한 경험이 있는 이를 찾아 물으며 세간에 알려진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는 정도의 레퍼런스 체크는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물론 내밀한 정보를 모으는 과정이 상당히 지난하고 수고롭긴 하겠습니다만. 그래도 면접관을 당황케 하는 허튼소리를 뱉을 리스크를 지는 것보다야 훨씬 낫지 않겠습니까.
*이 글은 플랜비디자인의 제안으로 출간된 '솔직히 당신 열정엔 관심 없어요' 서적의 일부입니다.
브런치북을 통해 이어지는 작가의 길은 여러분께도 열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