왱알앵알
머지않아 아빠가 될 몸인지라 요즘 들어 임신·육아 카페를 뒤적이는 때가 잦아졌는데요. 이런 커뮤니티 게시글 댓글란에선 이따금 알 수 없는 글귀가 보이곤 합니다. 대개는 엄마가 자리를 비운 새 아기가 스마트폰을 만지다 우발적으로 입력된, 이른바 ‘사이버 옹알이’라 불리는 것인데요.
초보 엄마는 아이가 저지른 돌발 행동을 뒤늦게 보고서 당황하지만, 육아 경험이 풍부한 엄마들께선 금세 상황을 눈치채고서 웃어 넘겨주더군요. 화면 너머 낯선 아가한테 인사까지 해 주는 여유를 보이며 말이죠.
누구나 회사 생활에 첫걸음은 있고, 대부분은 그 시기에 몇 차례고 실수를 저지릅니다. 맡은 업무의 무게를 아직은 가늠하기 어려운 연차라, 본인이 저지른 잘못의 여파가 어느 정도일지를 짐작하지 못해 불안에 떠는 경우가 많은데요.
사실 어지간한 회사에선 일이 손에 제대로 붙지도 않은 초년병에게 중대하고 민감한 업무를 맡기진 않습니다. 물론 출근 첫날부터 복잡하고 예민한 사안을 제대로 된 가이딩도 없이 떠넘기는 업체가 아주 없다고까진 말 못하지만요. 아무튼 일반적으로는 다소 버벅이거나 실수하는 상황 정도는 충분히 감안하며 일을 주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렇기에 신입 입장에선 손끝이 저려올 정도로 아찔한 실수도, 윗선에서 보기엔 그저 뉘 집 아기가 태블릿을 두들기다 나온 사이버 옹알이 정도에 지나지 않는 애잔한 해프닝인 경우가 대다수고요. 물론 상사는 엄마가 아니니 그런 실수가 재차 나오지 않도록 질책하며 교정해주는 액션쯤은 뒤따르겠지만요.
저 역시 수습기자 시절에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취재 하나 매끄럽게 해내는 법 없고 기사 한 줄 똑바로 적어 내질 못하는 저 자신이 너무나도 답답하고 한심해, 당시 직속 상관이던 사회부 사건팀장님께 더는 회사에 폐를 끼칠 수 없으니 사표를 내겠다고 말하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그러나 팀장님께선 눈물 섞인 토로를 잠자코 듣더니, 모니터에서 눈도 떼지 않고서 딱 한 마디를 던졌습니다. “원래 5년 차까진 회사에 폐만 끼치는 거야, 빨리 네 나와바리(담당 구역)로 돌아가기나 해!”
아무튼 요점은, 새내기 시절 부득이하게 저지르는 실수 하나하나에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까진 없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거쳐온 과정인 것은 물론, 얼핏 보기엔 숨이 막혀올 정도로 무거운 실수조차도 전체 조직 차원에서는 하찮은 생활 기스 정도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니까요.
다만 실수가 용납되는 시기에 언제까지나 머무를 수는 없는 것은 아기건 신입이건 마찬가지니, 장차 한 사람 몫을 제대로 해낼 수 있도록 충실히 배우고 익히려는 마음과 태도만큼은 견지할 필요가 있지 않나 합니다.
*이 글은 플랜비디자인의 제안으로 출간된 '솔직히 당신 열정엔 관심 없어요' 서적의 일부입니다.
브런치북을 통해 이어지는 작가의 길은 여러분께도 열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