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단편동화 부문 선정작
어떤 기억은 조각처럼 마음에 새겨지나 봐. 그 기억 속에서 나는 내 친구 달이와 함께 살고 있어.
동네에 동갑내기가 없던 달이는 한 살 어린 유미, 수현이와 매일 붙어 다녔어. 식당 일로 바쁜 유미네 부모님이 집을 비우면, 유미네 집은 세 친구의 놀이터가 되곤 했지.
달이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말했어.
“아, 시원한 거 먹고 싶다!”
“물밖에 없을걸.”
유미가 한숨을 내쉬자, 수현이가 나섰어.
“우리 아이스크림 사 먹을래? 지금 돈 있는 사람!”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어. 시무룩하게 앉아 있던 유미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어. 텔레비전 쪽으로 걸어가더니 붉은색 돼지 저금통을 들고 오며 말했어.
“딱 쭈쭈바 세 개 살 돈만 꺼내자.”
“엄마한테 혼나는 거 아니야?”
달이가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유미는 돼지 저금통을 뒤집어 흔들었어. 짤랑대는 소리가 요란했지. 젓가락으로 등에 뚫린 작은 구멍을 열심히 쑤셔보았지만 허탕이었어. 잔뜩 약이 오른 유미가 저금통을 집어 던졌어. 퍽! 벽을 맞고 튕겨 나온 저금통이 바닥을 나뒹굴었어.
“그렇게 성질부린다고 돈이 나오냐?”
이번엔 수현이가 나섰어. 한쪽 엉덩이가 찌그러진 돼지 저금통을 들고 누워 이쑤시개로 구멍을 후벼팠어.
“아우, 왜 이렇게 안 나와!”
수현이가 짜증을 부리자, 유미는 수현이에게서 저금통을 빼앗아 달이에게 건넸어.
“언니가 좀 꺼내주라.”
“혼나도 난 몰라.”
달이는 한숨을 쉬며 저금통을 받아들었어. 이쑤시개로 구멍 속에 있는 동전을 살살 굴렸지. 계속 도망만 다니던 동전이 드디어 구멍에 걸린 것 같았어. 이제 조금만 더 하면···.
“너희들 뭐 하는 거야!”
방안에 벼락이 떨어진 줄 알았어. 하필이면 그때 유미네 엄마가 들어올 게 뭐람. 달이와 수현이는 도망치듯 유미네 집을 빠져나왔어.
다음 날 달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이었어. 공원에 앉아 있는 유미와 수현이가 보였어. 달이는 곧장 아이들에게 달려갔어.
“유미야, 어제 많이 혼났어?”
유미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고개를 돌렸어.
달이가 수현이에게 물었어.
“수현아, 유미 많이 혼났대?”
“언니··· 우리 이제 언니랑 못 놀아. 우리 엄마가 언니랑 놀지 말래. 유미네 엄마도 그랬대.”
“뭐? 왜···?”
유미와 수현이는 입을 꾹 다물고 흙장난만 쳤어.
달이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어. 까만 뒤통수들을 째려보던 달이가 꽥 소리를 질렀어.
“나도 너희랑 안 놀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