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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다현 Oct 09. 2023

깜짝 손님 (2)

2023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단편동화 부문 선정작


   주말은 시간이 더 느리게 흘러갔어. 달이는 혼자 동네를 어슬렁거렸어. 좁은 골목 양쪽으로 현관문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어. 뒤로는 높은 산이, 앞으로는 더 높은 아파트들이 우뚝 서 있었지. 

   분리수거대를 지나던 달이가 걸음을 멈췄어. 두 눈을 빛내며 보물을 찾기 시작했어. 달이는 집으로 가져온 보물들을 깨끗이 씻고 정성껏 고쳤어.

   못마땅한 듯 달이를 지켜보던 할머니가 말했어.

   “고물들 집에 들이면 부정 탄다니까.”

   “고물 아니고 보물이야.”

   “심심하면 유미네나 가든지. 요즘 통 안 가는 것 같더라. 싸웠니?”

   “싸운 건 아니고···.”

   “싸웠구먼. 언니가 되어 가지고 동생들하고 싸움질이나 하고. 잘한다!”

   “알지도 못하면서! 언니는 뭐 무조건 참기만 해?” 

   화가 난 달이는 그대로 집을 나섰어. 씩씩거리며 걷다 보니 유미네 집 앞이었지. 마침 문을 열고 나오던 유미 엄마와 눈이 마주쳤어. 

   달이가 주뼛거리며 인사를 했어.

   “안녕하세요.”

   “여긴 왜 왔니? 나는 네가 우리 유미랑 안 놀았으면 좋겠는데.”

   꼴깍.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어. 달이는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물었어.

   “왜요?”

   “몰라서 물어? 유미 저금통에 손댔잖아.”

   “네? 그건···.”

   “하여튼 앞으론 다른 데서 놀아!”

   쾅! 유미 엄마가 문을 닫았어. 달이는 멍하니 서 있다가 집으로 돌아왔어.

   그날 밤 달이는 밤늦도록 뒤척였어. 이리 돌아누우며 흥, 저리 돌아누우며 흥. 그러다 벌떡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았어. 일기장을 펴고 한참을 끄적인 뒤에야 잠이 들었어. 

   잠든 달이를 바라보던 나는 코가 닳아 없어진 곰인형에게 물었어. 

   “유미가 돈을 빼자고 했고 달이는 도와준 것뿐인데, 왜 달이만 혼나는 거야?”

   “그러게. 인간들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곰인형이 씁쓸한 표정으로 대답했어. 

   나는 달이를 처음 만났던 날을 떠올렸어. 

   “앗! 딸기 인형이잖아?”

   길섶에 반쯤 묻혀 있던 나를 발견했을 때, 달이는 먹구름 사이로 뜬 무지개를 본 것처럼 반가워했어. 내 몸에 묻은 흙을 털어주던 부드러운 손길···. 달이가 제일 좋아하는 머리띠에 나를 묶어 준 덕분에 세상 구경도 실컷 할 수 있었지.

   “우리가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

   “그런 소리 하지 마! 인간 세상에는 인간의 규칙이 있고, 우리에게는 장난감 세상의 규칙이 있어. 인간에게 우리를 드러내는 순간···. 알지?”

   곰인형이 펄쩍 뛰며 말했어. 어둠의 감옥과 영원히 사라지는 형벌을 떠올리자 플라스틱 꼭지가 주뼛거렸어. 더이상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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