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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카씽 Sep 26. 2023

문화센터라는 덫

 




 나는 안식을 주는 나의 집에서 조용히 하고 싶은 것들을 해 나가는 평안한 시간을 즐긴다. 한마디로 집순이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다 보니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아이가 아주 어릴 때는 나와의 눈 맞춤 스킨십만으로 모든 게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개월수를 거듭할수록 집에서만이 답이 아니다 싶었다. 많은 육아서나 육아 지침에서도 아이의 신체 및 정서 발달을 위해 오감을 자극해야 하고 많은 경험을 주어야 한다는데 집에서는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호기심과 신체 발달이 남달랐던 찰랑이는 9개월부터 걷기 시작해 이곳저곳을 난장판으로 만들기 일쑤. 집 밖으로 나가야 했다.


 지독한 집순이 엄마를 밖으로 끌어내기에 충분했던 문화센터. 문화센터는 아이 키우는 엄마라면 필수코스다. 집에서 하기 힘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한껏 넘치는 아이의 에너지를 쏟기에도 좋다. 새로운 것을 거부감 없이 즐겁게 받아들이는 우리 찰랑이에게 정말 최적화된 시간이었다. 사실 문화센터는 육아하는 엄마들 간의 사귐이나 친목의 장으로도 유명하지만, 아이에게 쏟는 내 에너지만으로도 모자랄 판이었으니 누구를 사귈 여력은 크게 없었다. 조용한 내 시간을 즐기는 나에게 새로운 사귐은 어려웠고 버겁기도 했다. 그저 나의 가족들 가끔 연락할 오랜 친구 정도면 내 삶은 충분했고 또 감사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내게 다가온 한 언니. 말을 참 재밌게도 하고 호탕하고 즐거운 기운을 수없이 뿜어내는 사람이었다. 나와는 달리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시원시원한 그 성격. 잔잔한 호수 같던 내 삶에 우당탕! 첨벙! 물수제비 치듯 다가온 그 언니가 왠지 싫지 않았다.


"다음 주에 우리 수업 끝나고 커피 한잔 해요!"


 그렇게,

모든 일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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