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카씽 Oct 11. 2023

'엄마'라는 무서운 동질감



 울에서 살았고 직장생활도 서울에서 했지만 결혼을 하며 모든 것들을 접고 남편의 직장이 있는 천안에 신혼집을 꾸렸다. 어찌 보면 너무 과감했던 선택이었지만, 그 모든 걸 접을 만큼 남편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컸고,  타지에서 내 삶을 새롭게 꾸려갈 자신도 있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바로 새로운 직장을 얻었고, 신혼생활도 내가 그린 이상처럼 행복함이 가득했다. 1년 후 우리는 아이를 계획했고 임신, 출산, 육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마치 영화에서 주인공의 행복한 순간을 파노라마처럼 순식간에 요약해 나가듯 그렇게 결혼 후 나의 삶은 무난하게 물 흐르듯 하면서도 또 빠르고 정신없이 변화했다.

 

 오로지 내 삶의 변화, 이 행복에 집중하느라 주변을 볼 겨를이 없었다. 천성이 외로움을 별로 안 타는 기질인 데다 자상한 남편, 사랑스러운 아이까지 딱히 타지에서 새롭게 친구를 사귀어야 할 명분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 육아를 하다 보니, 나처럼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다른 엄마들에 대한 호기심이 조금씩 싹트기 시작했다. 이 시기엔 아이에게 뭘 해주어야 하지? 뭘 사주어야 좋을까? 다른 엄마들은 어떻게 해줄까? 초보 엄마는 늘 물음표 투성이었다. 육아 친구 하나쯤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한 게 바로 그때였다.


 그 절묘한 타이밍에 행운처럼 만난 언니였다. 아이의 개월수까지 같았고 결혼, 출산, 육아에 이르는 끝도 없는 공감대에 속이 뻥 뚫리는 후련함이란. 정말 대단했다. 사실 친한 친구들 사이에 난 결혼을 제일 먼저 했고 혼자 아이까지 낳은 터라 제아무리 오랜 친구라도 공감대가 부족했다. 그런데 오래된 벗을 만난 것처럼 실타래 풀리듯 술술 통하는 즐거운 대화가 그저 신기했다. 엄마로서의 어마어마한 동질감에 하늘이 준 참 감사한 인연이구나 싶었다. 또한 유쾌하고 격이 없이 농담도 주고받으며 함께 웃을 수 있는 언니였지만, 말을 놓으라는 내 권유에도 끝까지 나에게 존대해 주는 배려심까지 갖춘 좋은 언니라고 생각했다.


"반찬 뭐 해 먹어요?

내가 아는 요리 모임이 있는데 같이 가볼래요?"


 나에게 건네는 제안이 다른 곳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속셈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눈치챌 수 있었을까? 그때의 내가 안타깝지만, 다시 이때로 돌아간다 해도 난 모를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문화센터라는 덫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