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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카씽 Nov 03. 2023

엄마인 나도 취미활동, 할 수 있을까?



"우리도 취미로 배워 보는 거 어때요?"

취미? 순 취미라는 말이 너무 생소해서 머리가 하얘졌다. 취미 활동을 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 여가 시간이다. 그런데 내게 그게 가능한 일인가? 오로지 엄마만을 의지하는 갓 돌 지난 아이에게 모든 시간과 마음을 쏟는 일상에 내게 취미란건 불가능하고 사치일 뿐이었다. 당연히 언니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언니는 이후에도 한 번씩 취미활동 이야기를 했고 자연스레 내 마음에 호기심과 모험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취미가 모험으로 일컬어지다니. 아니, 나도 취미활동쯤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약간의 억울한 마음도 생겼다. 그런 와중에 일반 가정집에서 하는 모임인 데다가, 아이를 데려가도 된다니. 이 솔깃한 제안에 한 번 가봐도 되지 않을까, 이 정도의 취미는 나에게 허락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했다.


 사실 거절이 힘든 사람으로서 친한 언니의 제안을 밀어내느라 매번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 그래, 언니에게 미안하니까 한 번은 가보자. 딱 여기까지의 마음이었다. 일반 가정집에서 한다는 게 석연치 않기도 했지만 그만큼 언니를 믿었으니 가능했던 일이다.


 그렇게 첫 대면의 날. 요리 선생님, 언니와 나를 포함 6명이 한 가정집에서 모였다. 조금은 어색했지만, 각자 간단하게 자기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돌아온 요리 선생님 차례. 그분은 같은 딸을 두셨다며 운을 뗐다.


"저도 아카씽씨 같은 딸이 있어요~ 일찍이 일을 그만두고, 아이들도 다 키웠고.. 집에서 있지 말고 뭐라도 해보라는 딸의 권유로 우연히 나라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알게 됐어요. 저희 딸 말마따나 집에만 있으면 뭐해요? 이 수업은 저 같은 사람 나라에서 지원해 주고 저는 소소하게 재능 기부하는 거예요~ 수업비는 따로 없고 부담 없이 재료비만 각자 부담하면 됩니다~잘 부탁해요"

 

 엄마뻘 선생님의 진솔한 말에 괜히 마음이 뭉클해졌다. 모임이 의심 가기보다는 편안하고 왠지 정이갔다. 언니와 나를 제외하고 모두가 연배가 있는 데다가 아이들을 어느 정도 키우신 분들이라 그런지 여유로움과 편안함이 느껴졌다. 정신없이 발발거리는 나의 일상과 달리 괜찮아, 천천히 해~라는 다독임을 주는 여유로운 존재들 사이에 마음이 누그러지고 한결 편안해졌다. 나에게 이런 너그러운 시간이 필요했는데 너무 선물 같은 시간이다! 이런 좋은 사람들과 취미활동을 하게 되다니! 참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모든 게 착각이었다.

나중에 안 소름 끼치는 사실은,

그 자리에 내 아이와 나 빼고는

모두가 나를 속이기 위한 한 통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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