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거절이 참 힘든 사람이다. 대부분의 관계에서 상대에게 늘 져주고 맞춰주는 편이다. 그냥 나 하나 희생하면 편했고 그게 나와 상대를 위한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그건 나 스스로를 갉아먹는 아주 교묘한 회피일 뿐이란 걸 어느 순간 깨닫게 됐다. 그래서거절하는 용기를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또 차츰 나아지는 중이다.
처음 상담을 권유받았을 때 내 딴에는 강한 거부 의사를 내비쳤다. 육아가 안 힘든 사람이 어디 있겠나. 힘들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괜찮다, 잘하고 있다다독이면 그만이었다. 굳이 상담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이런 기회가 흔치 않지"
"그러지 말고 한번 해봐요.
자, 여기 가족 물고기 한번 그려볼래요?"
하지만거절에도 굴하지 않는 그들에게 더 이상의 거절은힘들었다.어느 정도 개선되었다 생각한 나의거절불능 미숙함은 불쑥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당황스러웠다.결국 다짜고짜 상담은 그렇게 시작이 되었다.
"오늘 그린 걸 활용해서 다음 주에 첫 상담 진행할게요~"
상담사는 언니와 내 그림을 챙기며 다음 상담을 기약했다.
얼떨결에 시작하게 된 상담이 어쩐지 부담스러운 마음에 언니에게 털어놓았지만, 한 통속인 사람이 내 말에 동의할리 만무했다.
"내가 살아보니 상대가 베푼 호의를 감사히 여기고 받아들일 줄도알아야 하는 거 같아요"
평소와는 달리 조금은 차가웠던 언니의 말에 순간 마음이경직됐다. 상대의 선의를 감히 거절하는 배은망덕한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될 것만 같았다.
그래, 좋은 기회인데 한 번 해보지 뭐~
그렇게 아마도그들의 계획대로(다 계획했겠지) 우리 집에서, 주 1회씩상담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첫 상담 날. 상담사는 지난주 내가 그렸던 물고기 가족 그림을 꺼내 놓으며 조심스레 말했다.
"아카씽씨~ 지난번에 이 그림 그릴 때 지켜봤는데 그리면서 주저하는 모습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혹시 가족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아카씽씨에게 어떤 심리적인 문제가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