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카씽 Nov 20. 2023

따뜻한 사람들, 그 착각


 

 일주일에 한 번씩 요리모임을 했다. 평소 해보지 못했던 요리를 배우는 게 재밌기도 했고 그날 만든 음식을 가져와 남편, 아이와 함께 맛보는 것도 즐거웠다. 이 모임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가정집이라는 안전한 공간에서 아이를 데리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같은 개월수언니의 딸도 함께 있어 더 마음이 놓였다. 정말 흠잡을 데 없는 최적의 취미활동이었다. 무엇보다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레 묻어나는 배려, 따뜻함이 참 좋았다. 지극히 소소한 일상의 대화지만 편안하게 흘러가는 시간이 그저 즐겁고 감사했다.



 모임 사람들 중에 심리 상담사가 있었다. 주로 학생들이나 학부모를 상담한다고 했는데 늘 다정했고 또 친절했다. 나와 같은 크리스천인 데다가 당시 초등학교 고학년 아들을 둔 상담사는 육아의 고충이 많았다고 했다. 자연스레 육아의 힘든 이야기들을 꺼내 놓으며 공감대가 쌓여갔고 나와 언니에게 언제든 필요할 때 육아상담 해줄 것을 약속했다.


 사실 난 육아도 육아지만 내 개인의 삶에 고민이 많을 때였다. 만삭까지 놓지 않았던 일을 그만두고 육아만 하고 있자니 늘 초조했다. 아이는 너무 예쁘지만 이대로 내가 사라지는 건 아닐까 불안감이 수시로 엄습했다. 그렇게 고민했던 때 아동미술 치료사에 관심이 생겼고 공부를 해볼까 고민했던 차였다. 그런데 때마침 만난 심리 상담사. 하나님이 준 기회인가 싶었다. 갈팡질팡 희미했던 미래를 선명히 밝혀줄  사람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좀 더 선생님과 친분을 쌓고 조언을 얻어봐야지. 마음이 밝게 두근거렸다.






그러던 어느 날,

"있잖아요,  상담 선생님이 매주 상담 해주시기로 했어요!

선생님, 너~무 감사해요~",

상담을 받기로 했다며 들뜬 언니.


"아카씽도 같이 해줄게요~어때요?"

오늘도 친절하게 웃는 다정한 상담사.


"어머 육아고민 많을 텐데 너무 좋다!"

"이런 좋은 기회가 어딨어~ 나도 애만 어렸으면 받는데! 부럽다 진짜"

부러운 듯 부추기는 사람들.


 불쑥 내민 친절함에 머리가 이상하게 울렸다. 분명 내게 베푸는 호의인데 왜 마음이 달갑지 않은 거지? 이상하다. 이상해. 이성적인 생각과 무언가를 감지해 낸 내 마음이 작은 분란을 일으켰다. 아주 짧은 순간 마음 혼란했지만, 따뜻한 이 사람들을 거절하면 안 될 것만 같은 묘하고도 무거운 마음이 나를 짓눌렀다.


그렇게 따뜻한 사람들이라는 착각으로 인해,

상황을 똑바로 볼 판단력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인 나도 취미활동, 할 수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