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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gel Oct 02. 2021

서울 토박이의 전원주택 구하기 - 8

점찍어둔 땅이 팔려버렸다.

안타까운 날이다. 아니,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던 과거의 내가 야속하고, 또 계약하기에 충분하지 못한 자산을 쥐고 있던 나에게 아쉬운 날이다.


눈여겨본 땅이 팔려버렸다.


사실, 강원도 지역을 여러 곳 갔었지만 바다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언덕 정도의 높이로 내려다볼 수 있는 땅은 한정적이었다. 바다를 거실에 품을 만큼 가까운 곳은 그만큼 가격이 비싸기도 했고, 강원도 도로 상황상 7번 국도에 인접해 파도 소리만큼, 차 소음도 크게 들리는 단점이 있다. 그렇기에 위치와 지형과 가격이 맞는 곳이 얼마 없다는 건데... 그곳이 다 팔려버렸다.


그곳은 속초에 인접한 곳으로 양양시에서 직접 조성한 정암지구였다. 한적한 시골 마을과는 거리가 있지만, 새로 택지가 개발된 만큼 텃세가 없고 계획된 곳인 만큼 전선 지하화, 상하수도가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인 곳이다. 또한 분양주체가 민간이 아닌 만큼 가격적으로도 한결 접근이 편한 곳이었다.


직접 보면, 바다가 생각보다 크고 가깝다. 해변까지 도보로 8분 정도였지만, 직선거리는 500m 정도



택지들은 평균 180~200평 규모인데, 바다와 설악산 조망 구도에 따라 평당 가격이 조금씩 다르다. 조망이 좋은 곳은 3억 정도, 상대적으로 조망 여건이 떨어지는 곳은 2억 정도. 나는 남향으로 창을 크게 낼 계획이었기에, 택지 조성 계획을 감안해 가장 남쪽 지역, 2억 정도의 택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이 소식을 알기 며칠 전만 해도, "땅이 다 팔릴 수도 있으니, 자산이 6억 정도만 되면 2억으로 일단 땅을 먼저 사자" 이런 말을 했었기에.. 역시 삶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맞다.


아래 획지계획도를 보면, 바다를 오른쪽으로 두고 조성된 모습인데, 나는 남향이 좋아 가장 아래쪽 라인을 생각하고 있었다. 기존 분양만 해도 아래쪽 라인은 좀 남아 있는 모습인데, 이번 4차 분양 때 한번에 다 계약이 되었다. 1차, 2차 때 워낙 계약이 안 이루어진 곳이기에, 주식으로 돈을 좀 불려서 계약을 하자는 생각이었는데...  


아직 비어있는 곳은 바다 조망이 안되는 곳으로 나에겐 고려대상이 아니다



이번 사태는 어떻게 보면, 안이하게 생각한 내가 자초한 일이지만 앞으로가 좀 걱정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바다를 멋지게 조망할 수 있었던 곳이 사라졌기에... 해변은 가깝지만, 평지라 바다가 조망이 안되는 곳에 층고를 높여 2층 집을 지어야 하나(만약 뒷집이 항의하면 어쩌지?)..  아니면 존버를 해서 돈을 마련한 다음 아래 사진처럼 시끄러워도 조망을 뜯어먹으면서 살 것인가...


해변과 직선으로 100미터? 정도의 초근접 영구조망 토지. 비싸지만 얼마전 계약이 됐다고 한다


지금 좀 낙담한 상황인데, 이왕 이렇게 된 거 기존에 고민했던 양평, 가평 이쪽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생각이다. 얼마 전 구해줘 홈즈 보니까, 남한강을 내려다보이는 집이 5~6억원 정도 하더만...  아니면 현실적인 상황을 받아들이고, 난개발이 한창인 용인시에 새로 조성되는 택지에 가서 서울 진입이 편한 곳으로 자리를 잡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왜 내 주식은 이렇게 더디게 움직여서 화창한 가을 주말에 우울함을 주는 것일까..너가 진작 올랐으면 내가 정암마을 주민이 됐겠지. 이거 다음주에 주식을 팔아서 코인을 좀 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해야 할 일을 자꾸 마음속에서 생각만 하고 실행에 옮기지 못하니 조바심도 나고, 이러다가 진짜 영영 이러기만 할 것 같아 겁도 나고..


방금 유튜브에서 윤승아, 김무열 부부가 새로 건축한 건물 영상을 보고 왔다. 낮은 건물을 올렸던데, 본인들의 거주공간과 함께 다른 층은 숙박시설로도 활용할 생각으로 보인다. 죽도 근처로 보이던데, 내가 생각했던 정암마을은 택지라 가격 상승이 제한적인데, 그 부부는 건물을 올렸으니 나중에는 시세차익도 볼 수 있겠구나.. 생각하니 나 역시 돈을 더 벌어 건물을 올릴 자리를 보는게 나은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돈이 30억 정도 있으면 큰 고민 안하겠지.. 역시 주식보단 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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