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는 60초 길게는 5분
나는 누군가의 인증번호 즈음이었다.
더 나은 더 괜찮은 것으로 가기 위한
그저 거쳐가는 그런 사람이었다.
쓸모를 다하여 누가 놓고 간
일회용 우산처럼 비는 거쳐갔지만
의지와는 달리 아직도 덩그러니 놓여있다.
그는 잘 거쳐갔을까
너머 그곳은 안온하고 풍요로울까
적어도 나는 그리 바란다.
그리 바라면서도
정말 만약에
정말 만약에
다시 만나게 된다면
스치더라고 좋으니
나를 봐주고 나를 써주고
더 바란다면 실수를 해서
또다시 한번 더 봐주고 써주었으면
그러다 금세 사라지는 인증번호처럼
나를 외우지 말고
안온하고 풍요로운 그곳에 무사히 지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