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뭐 있나요

by B시인

인생이 뭐 있나요

가끔 공허하다가

또 가끔 들떠있다가

별 것도 아닌 거로 걱정하다가

진짜 별 것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쫄아도 보았다가

그것마저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생각하다가


숱한 사람들을 만나고

숱한 감정들을 느끼고

술 못하면 탄산이라도 마시고

스르륵 눈 감겨서

운 좋으면 다음날이고

아니면 오줌 마려워서 깨고


왜 나는 이 모양 이 꼴일까 한탄하다가도

나보다 모냥 빠지는 사람 보고

나 정도면 그래도 다행인가 싶다가도

쟤는 뭔데 저렇게 잘 나가냐 열등감 폭발하고


회사나 백날 다녀봐라 월급은 마약이야

라고 사업하던 친구가 쫄딱 망해서는

현생크라우드펀딩인지 무담보로 돈을 빌리러 다니고

나는 태생이 쫄보인지 사업을 잘해볼 생각보다는

나중에 내가 저렇게 돈 빌러 다닐 수 있을까

라는 상상에 고개를 휘이휘이 젓고


아니야 잘 다니는 회사 계속 잘 다니자고

다짐 비스름한 마음을 먹었다가도

왜 어른이 돼서는 여름 겨울 방학은 고사하고

일 년 중에 한 달도 못 쉬는 거냐고

커피 없이는 하루도 못 사는 거냐고

직장동료끼리 푸념만 늘어놓다가


퇴근만 하면 기분이 그렇게 좋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