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뭐 있나요
가끔 공허하다가
또 가끔 들떠있다가
별 것도 아닌 거로 걱정하다가
진짜 별 것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쫄아도 보았다가
그것마저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생각하다가
숱한 사람들을 만나고
숱한 감정들을 느끼고
술 못하면 탄산이라도 마시고
스르륵 눈 감겨서
운 좋으면 다음날이고
아니면 오줌 마려워서 깨고
왜 나는 이 모양 이 꼴일까 한탄하다가도
나보다 모냥 빠지는 사람 보고
나 정도면 그래도 다행인가 싶다가도
쟤는 뭔데 저렇게 잘 나가냐 열등감 폭발하고
회사나 백날 다녀봐라 월급은 마약이야
라고 사업하던 친구가 쫄딱 망해서는
현생크라우드펀딩인지 무담보로 돈을 빌리러 다니고
나는 태생이 쫄보인지 사업을 잘해볼 생각보다는
나중에 내가 저렇게 돈 빌러 다닐 수 있을까
라는 상상에 고개를 휘이휘이 젓고
아니야 잘 다니는 회사 계속 잘 다니자고
다짐 비스름한 마음을 먹었다가도
왜 어른이 돼서는 여름 겨울 방학은 고사하고
일 년 중에 한 달도 못 쉬는 거냐고
커피 없이는 하루도 못 사는 거냐고
직장동료끼리 푸념만 늘어놓다가
퇴근만 하면 기분이 그렇게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