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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하는 슬기 Jan 22. 2024

30대 싱글 프리랜서의 삶은 정말 자유로울까

사람들이 나보고 '자유롭게 산다'라고 말하는 이유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그것은 바로, '자유'라는 묵직하고도 가벼운 두 글자이다.


"슬기님처럼 자유롭게 여행해보고 싶어요."

"슬기님은 어딘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것 같아요."

"작가님은 하는 일도, 사는 방식도 자유로워 보여요."


이렇게 '자유'라는 단어가 나와 가깝게 된 이유는 아마도 2년 가까이 떠났던 세계여행이 가장 컸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모습 또한 한몫할 것이다. 먼저 나는 사는 곳도 자주 옮기는 편이고, 또 당장 책임져야 할 가족도 없고, 가정을 함께 이끌어가야 할 배우자도 없다. 난 지금 30대 중반 싱글에, 직업도 이름하야 '프리랜서 작가'이다. 이러니 나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자유'가 생각나나 보다. 


그렇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자유와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 같다. 한 번 생각해 봤다. 

'어쩌다가 나는 30대 중반에도 자유로워 보이는 삶을 살고 있는걸까?'


돌이켜보면 20대 때는 30대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20대에는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우리의 30대, 우리가 꿈꾸는 미래에 대해 종종 이야기하곤 했다. 친구들은 그때마다 구체적인 핑크빛 30대를 그렸다. "30대 초반에는 꼭 결혼을 할 거야. 1~2년 정도 신혼 생활을 즐기다가 아기를 낳고 싶어. 그때는 아기 키우기 좋은 00 도시로 이사를 가야 하니까 그전에 돈을 빡세게 모아야겠지. 그리고 아이들이 초등학교 갈 나이가 되면 난 30대 후반이니까 그때부터는 내 일도 다시 시작하고 싶어. 그러고 나서는..."


친구마다 꿈꾸는 30대는 각자 달랐지만 모두 그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표정에 설렘 같은 것이 묻어났다. 

나를 제외하고는.


그때 나의 답변은 가장 짧았다.

"음.. 30대에 나는 내가 좋아하는 여행을 하면서도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 있었으면 좋겠어. 내가 하는 일로 유명해지고 돈도 많이 벌면 좋겠지만, 그냥 좋아하는 일로 먹고사는 걱정 안 하고 싶어."


어쩌면 이런 나의 미래에 대한 계획, 소망이 지금의 '자유로워 보이는 나'를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내 나이 스물셋,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줄곧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로 먹고사는 것'이 꿈이자 목표였다. 그때부터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정말 치열하게 고민했었다. 



해보고 나서야 알겠더라. '좋아하는 일로 먹고산다는 것'은 어렵고, 어렵고, 어렵다. 그럼에도 아직도 나는 그 길을 걷고 있다. 앞으로도 걸을 예정이다.



그렇게 헤매다가 처음 찾은 것이 '여행'이었다. 그래서 여행을 업(業)으로 삼고 싶었다. 언제든 긴 여행을 할 수 있고, 여행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삶. 거기에 내가 잘하는 것 중에 하나인 '글쓰기'를 결합하니 그럴듯한 직업이 완성됐다. 그 직업은 여행작가였다.


물론 여행작가, 혹은 여행을 업으로 삼고 싶은 꿈이 있다고 해도 누구나 회사를 관두고 떠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자유롭다'는 이유 하나로 떠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내 생각엔 난 그때 절실했다.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직업을 찾고 싶었고, 그 일로 먹고살고 싶었다. 나는 단지 여행이 너무 좋다는 단 한 가지 이유로 세계여행을 떠난 자유로운 영혼은 아니었다. 나는 '업(業)'을 찾고, 그 업에 도전하고 싶어서 떠났던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에 더욱 가까웠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글쓰기가 미친 듯이 좋아서 내 삶에 '글'을 1순위로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전에 꿈이 '여행 작가'였다면 지금은 '작가'가 내 꿈이자 삶이다. 대학교 졸업 이후 늘 찾고 갈망하던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기'라는 내 꿈은 유효하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돈을 버는 내 미래를 쫓다 보니 지금은 프리랜서 작가로 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 나는 전~혀 프리할 수 없는 프리랜서로 살고 있다. 아직 수입 구조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매일매일 뭔가에 쫓기듯이,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느끼고 있다. 한마디로 '퇴근'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는 뜻. 언제 어디서나 일을 할 수 있다는 프리랜서의 장점은 곧 단점이 되기도 한다. 분명 '오늘은 여기서 끝내자', '내일은 아무 생각하지 말자'해도 결국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분명 어딘가는 프리한 것 같은데, 또 절대 프리하지 않은 프리랜서의 삶. 내 사무실에서 진짜 '퇴근'이라는 것을 하는 그날을 꿈꾼다.



이렇게 쭉 돌아보니 나를 '자유롭게 보이게 해 줬던 선택'들은 결국 '나를 자유롭지 못하게 만든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누군가 내게 지금 삶이 자유롭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대답할 것이다.

"내가 자유로운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삶은 자유롭다고."



사람마다 생각하는 자유라는 개념이 다르듯 내가 생각하는 자유라는 개념도 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르다. 지금 나에게 있어 자유란 '내가 한 선택, 그리고 책임'이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한 선택이라는 점, 그 다음은 '책임'이다. 


'30대 중반, '글'로 먹고사는 프리랜서의 삶.

앞으로도 글과 이야기로 먹고살고 싶은 사람.'

이것이 내가 선택한 삶과 사람이다.


맞다. 생각했던 것만큼, 아니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내가 한 선택에 따르는 책임은 혹독했다. 너무 힘들고 지칠 때면 책임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적도, 선택을 지워버리고 싶은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책임이라는 비바람 속을 꿋꿋이 걸어가고 있다. 이렇게 걷다 보면 어느 날은 해가 뜨고,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온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앞으로도 나는 내가 한 선택을 믿고, 책임을 지고 만끽하며 걸어가려고 한다. 


'나의 자유와 나의 낭만'을 지키기 위해. 





오늘은 드디어 '내 마음대로 되는 게 도대체 뭐죠' 브런치 북의 글을 발행했습니다!

솔직하고 맛깔스러운 30대 중반의 일과 사랑, 사람이야기 들려드릴 테니 많은 응원부탁드립니다.

제 이야기를 찾아주시고, 끝까지 들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구독자분들 덕분에 지금까지 제 선택에 책임을 다 하며 살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본 브런치 북은 매주 월요일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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