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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하는 슬기 Jan 29. 2024

30대 중반에도 찾지 못한 연애의 목적

'결혼? 출산? 비혼?' 내겐 너무 어려운 이야기인걸요.

어느덧 내 나이 30대 중반.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88년생 남자 미혼율이 60%, 여자 미혼인율이 40%라고 한다. 이제 대한민국은 결혼도, 연애도 하지 않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기사에서는 말하던데, 왜 내 주변은 그와 반대인 것 같은지. 이 통계대로라면 (남녀 합해서) 주변 친구들의 약 50% 정도는 미혼이어야 한다. 그런데 내 주변에 남은 미혼은 나를 포함하여 20%가 될까 말까 한다. (다음 달에도 결혼식을 가야 한다.)


사실 나도 '결혼'에 대해 나름대로 진지하게 생각한 건 20대 후반부터였던 것 같다. 상징성과 의미가 마구 부여되는 나이인 '서른'을 앞두고 연애도 결혼도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 솔직히 '결혼이 하고 싶어!'의 마음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나도 대한민국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온 평범한 서른 즈음의 1인이었기에 사회적 알람 소리는 무시할 수 없었다.


앞자리 숫자가 '3'으로 바뀌던 해, 나는 연애와 결혼에 대해 고민할 새가 없었다. 지금까지 인생의 최대 고비였던 그때, 몸도 마음도 무척 아팠던 내 삶에는 그저 '글' 밖에 없었다. 이때 20대 후반부터 이어오던 자발적 솔로기간은 3년이 꽉 차도록 끝나지 않았었다. 


30대 초반이 되어서야 짧지 않은 솔로 생활을 청산한 후, 몇 번의 연애를 했다. 그때마다 나는 내 연애가 너무 어려웠다. 20대에 혹독하게 배운 연애 덕분에 30대의 연애는 덜 서툴고, 덜 아플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오히려 나이에 비례해 늘어난 뇌주름과 거기에 반해 늙지 않은 감정 때문에 연애는 몇 배로 힘들기만 했다. 늘어난 뇌주름에 끼어있는 단어에는 '나이, 결혼, 정착'과 같은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롤러코스터를 타는 연애 감정은 20대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웃긴 건 그때도 난 '결혼이나 정착'이 진지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사회적, 신체적 나이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 더욱 내 연애가 힘들 수밖에. 연애를 위한 연애도 아니고, 결혼을 위한 연애도 아니었다. 애매모호했던 나의 30대 초반 연애는 그렇게 모두 같은 결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연애의 목적을 찾고 싶었던 이유는 뭘까. 목적이 또렷하면 내 마음도 그 목적을 닮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건 아닐까.


세월은 성실히 노를 저어 나를 30대 중반이라는 어색한 수식어 앞에 데려다 놓았다. 서른 즈음에도 비슷한 글을 썼지만 나는 여전하다. '사랑의 끝, 연애의 목적'이랄까. 그게 뭔지 아직도 모르겠다. 정말 이상적으로만 생각하면 사랑의 끝, 연애의 목적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사랑의 시작도 과정도 모두 본능이니까. 우리는 그저 사랑해서 사랑하는 거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현실적인 생각은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를 살아가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만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현재와 미래를 위해 결혼을 하고 가족을 만든다. 


요즘 내 주변에 몇 남지 않은 미혼 30대 중반 친구들과 30대 초반 동생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새삼 깨닫는다. 이제는 우리가 현실만을 생각하는 나이보다 현실과 미래를 동시에 떠올리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나보다는 선명한 그들의 생각에 놀랄 때가 많다.


"나는 아이는 꼭 낳고 싶어. 나는 결혼이 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는 아이 때문이야."

"나는 아이 낳고 싶어 하는 사람이랑은 애초에 사귀지 않아. 배우자랑 둘이서만 살고 싶어."

"나는 결혼은 꼭 할 거야. 아이는 모르겠고, 결혼해서 정착해서 살고 싶어."

"나는 결혼은 하고 싶지 않아. 평생 연애만 하고 살래."


각자 결혼관, 연애관은 다 다르지만, 그들의 또렷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친구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나서 내게 물었다.

"슬기 너는? 어떻게 생각해?"


돌아보면 나는 O도, X도 아닌 △ 세모 같은 대답을 늘어놓았다. 어쩔 수 없다. 정말 모르겠으니까. 어떤 날에는 결혼도 하고 싶고, 어떤 날에는 아이도 낳고 싶고, 어떤 날에는 아이 없이 둘이만 살아도 좋을 것 같고, 어떤 날에는 결혼이 필요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내 마음속은 55% : 45%로 늘 왔다 갔다 한다.



어차피 시들어버릴 꽃을 선물하는 이유는 '이 꽃에게 가장 예쁜 순간인 지금처럼 우리가 함께하는 이 순간을 축하하고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내가 사랑을 하는 이유와도 같다.


나에게 사랑의 끝, 연애의 목적이란.. 어떠한 한 단어로, 한 줄로 간결하게 말할 수 없다. 이렇게 보니 정말 나는 '사랑을 위한 사랑, 연애를 위한 연애'를 나도 모르게 고집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원래 '사랑', '연애'라는 건 아주 복잡한 거니까. 오만가지 감정과 말도 안 되는 이유들로 시작되고 이어지는 거니까. 그러다가도 어느 날엔 내 사랑이 선명해 보였다가 희미해 보였다가 사라져 보였다가 결국엔 내 옆에 있는 거니까. 이렇게 말도 안 되지만 이해가 되는 게 사랑이라면 사랑이니까. 이런 사랑을 함께 하는 것이 연애이고. 


5년 전, 서른 즈음의 나는 사랑의 끝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30대 중반이 된 나는 또 여전히 사랑의 끝에 대한 답도, 연애의 목적에 대한 답도 말하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나란 사람은 사랑, 연애의 '목적'을 영영 찾지 못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현실적이려고 하지만 결국은 이상적일 수밖에 없는, 영원히 철들고 싶지 않은 한 사람 같기도 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까지 찾고 싶었던 답은 연애의 목적이 아니라, 사랑 그 자체였던 것은 아니었을까.

세모 같이 나의 목적 불분명한 사랑을 사랑이라고 여겨줄, 안아줄 그런 사랑을 찾아 헤매었던 건 아니었을까.








'내 마음대로 되는 게 도대체 뭐죠' 브런치 북은 30대 중반의 일, 사랑, 사람에 대한 날 것 그대로의 일기장입니다. 앞으로도 공감 가득한 이야기 재밌게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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