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글쟁이가 되기로 결심하고 가장 먼저 한 일

원고 투고 일지 ep1. 카카오 브런치 구독자 1000명 만들기!

by 기록하는 슬기

예전부터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 출판 계약이 확정되면 원고 투고, 출판 과정에 대한 기록을 꼭 한 번 남기고 싶었다. 지난 달인 6월에 출판 계약을 마치고, 드디어 이렇게 출판에 대한 내 이야기를 시작한다. 물론 실시간으로 원고 투고 일지를 남기는 것도 좋지만 계약을 확정 짓고 지금까지의 출판 과정에 대해 총정리하는 글을 쓰고 싶었다. (사실 원고 투고 중에는 제정신이 아니기에 제대로 글을 쓸 여력이 없다..)


요즘 내 블로그 검색어 유입을 보면 '원고 투고', '원고 투고 후기', '에세이 원고 투고' 키워드를 통해 들어오시는 분들이 꽤 있다. 원고 투고에 대해 쓴 글은 에세이 출판 계약 잘 마쳤다는 글 하나인데도 꾸준히 검색해서 들어오는 거 보니 확실히 투고 관련된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분들 많은 것 같다.


몇 편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원고 투고 역사를 쭉~ 거슬러 올라가 처음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이 원고 투고 도전기는 나를 위해 쓰는 기록이면서도, 또 나와 같은 길을 걷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말씀드리자면, 제 글은 '이렇게 투고하세요!', '투고 성공 높이는 방법'과 같은 정보성 글이 아닙니다.

평범한 무명의 한 작가가 걸었던 '원고 투고 도전기, 출판 도전기'라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중간중간 제가 경험하고 배운 내용도 적을 예정입니다.








[ep.1 / 글쟁이가 되기로 결심하고 내가 가장 먼저 한 일]



2025년 7월 말. 인생에 '글'을 한가운데 놓고, 글을 업으로 삼고 살아온 지 어느덧 6년을 꽉 채웠다.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써온 지는 13년이 지났고, 카카오 브런치에 글을 써온 지는 6년이 되었다. 글쓰기로 돈을 번지는 4년이 되었다.



종종 블로그, 브런치 독자분들께서 메일이나 댓글을 통해 문의를 해주신다.

'슬기 작가님! 출간하신 책 읽고 싶어요! 어디서 살 수 있나요?'

또는 '브런치 북으로 연재한 작품을 실제 종이책 구매할 수 있나요?'라고 여쭈어 봐주시기도 한다.



맞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글을 써왔고, 꾸준히 글쓰기 활동을 해오고 있는데 왜 아직 책을 내지 않았는지 궁금하신 분들도 계실 것이다. 특히나 요즘에는 책을 낸다는 것은 어렵지 않은 시대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출판은 글을 잘 쓴다면 쉽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현재 출판하는 방법은 크게 이렇게 나뉜다.

1) 출판사에서 제작 비용을 100% 투자하는 '기획출판'
2) 출판사와 작가가 제작 비용을 나누어 부담하는 '반기획 / 반자비 출판'
3) 작가가 제작비용을 모두 다 내는 '자비 출판'
4) 작가가 제작비용을 부담하되 적은 비용으로 소량을 출판하는 '독립 출판'



어떤 방법으로 출판을 하든 책을 쓴다는 것, 책을 만든다는 것은 감히 형용할 수 없는 수고가 들어가는 일이고, 대단한 작업이다. 이왕 글을 업으로 삼은 이상 나는 '기획 출판'으로 책을 내고 싶었다. 작가로서 시장성을 인정을 받고 싶었다. 내가 쓴 글, 나란 사람은 이 시장에서 어떠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지 시험해 보고 싶었다. 만약 기획 출판으로 도전을 해보고 안 되면 그 후에 다른 방법으로 출판을 하자고 계획했다.



기획 출판은 작가가 직접 출판 기획서와 샘플 원고를 작성해서 출판사에 투고해서 계약이 성사되기도 하고, 출판사에서 먼저 눈 여겨보고 있던 작가나 인플루언서들에게 출판 제안을 하기도 한다. 나는 내가 먼저 출판사에 문을 두드리기보다, 내가 몸집을 키운 후에 출판사에서 출판 제안을 받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2019년 한여름,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내가 쓴 글을 '카카오 브런치'에 열심히 올렸다. 지금도 글쓰기와 읽기를 좋아하는 분들이 모이는 곳은 브런치이다. 요즘에도 브런치에서 글을 연재하고 구독자들을 모으면서 출판하시는 경우가 많지만, 내가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던 6~7년 전만 해도 브런치의 파급력은 더 강했다.


P20250729_170058000_7DD43F2B-81AF-4BD6-8119-9F8F1587ED54.PNG 지금으로부터 딱 6년 전, 내가 인스타그램에 썼던 글. 브런치 구독자 26명이던 때. '글'에 미쳐 살았던 시기.


출판사 편집자들이 브런치에서 좋은 글, 좋은 작가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로 내가 구독하던 브런치 작가분들이 구독자가 300명, 500명, 1000명 정도 되자 출판사에서 먼저 출간 제안 메일을 받아 출판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렇다. 내 첫 번째 목표는 브런치 구독자 1,000명을 모으는 것이었다. 아마 내 활동을 오랜 시간 봤던 분들은 아시리라. 나 정말 꾸준히, 독하게 글을 썼다. 일주일 평균 2~3편의 에세이를 올렸다. 그러자 브런치 메인, 다음 포털 사이트 메인에 내 글이 자주 올라갔고, 난생처음 보는 조회수도 기록할 수 있었다.




P20191024_101121000_001D3FB1-7134-42E1-8250-B253C9BB8F97.PNG
P20200811_121655000_6974B5A9-1666-49FD-AC8C-E7AC6A37B5FF.PNG
왼) 처음으로 브런치 에디터 픽으로 내 글이 앱 시작 화면으로 뜬 날! / 오) 다음 포털 사이트에 내 글이 올라가면 신기해서 캡쳐하기 바빴다.



그중 가장 크게 빵 터진 글은 '내 마음을 데리고 살 사람은 나다'라는 글이다. 이 글 하나에 9만 조회 수가 넘는다. 이 글로 인해 2~3일 만에 구독자가 600명이나 늘어나는 경험도 했다. 유튜브 하시는 분들이 말하길 하루에 천명, 만 명씩 쭉쭉 늘어난다고 듣기만 했었는데, 나도 그와 비슷한 경험을 브런치에서 한 것이다.



P20200323_182616000_187401A0-607A-4F45-9438-DFB13360E53F.PNG 바로, 이 글이다. 당시 많은 분들께 공감을 드렸나 보다. 2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는데 내 글을 읽으면서 눈물을 함께 흘리셨다는 글도 적지 않았다.



P20200402_164948000_3B74EDE2-21CC-49D2-99A7-FB6E11117DDF.PNG 브런치 공식 카카오 채널에 내 글이 소개되면서 이 글은 무섭도록 널리 퍼졌다.




2020년 4월, 구독자 모으기 어렵다고 유명한 브런치에서 구독자 1,000명을 모았다. 그것도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지 1년도 되지 않아서 모았다. 그런데 난 다른 작가님들처럼 출판사에서 메일이 오지 않았다. 가끔 브런치를 통해 협업 제안 메일은 받았지만 출판 제안 메일은 단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일단은 썼다. 구독자 1,000명이라는 숫자는 상징적인 숫자일 뿐, 그게 내 최종적인 꿈은 아니니까. 브런치에 계속해서 글을 꾸준히 올렸고, 또 꾸준히 구독자도 늘고 내 글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의 뜨거운 응원도 받았다.



P20250725_002551000_00F4CAE8-37D1-4E2E-98C6-4AFE150B3DA4.PNG 꿈의 숫자, 구독자 1000명을 달성한 날. 적어도 2~3년은 걸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목표를 달성한 날이 빨리 찾아왔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그럴 것이다. 작더라도 어떠한 성과가 나와야 그 일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특히 내가 하는 글쓰기같이 눈에 보이는 성과가 바로바로 확인되지 않는 일은 지치기 쉽다. 계속해서 새 글을 쓰는데, 내가 이 일에 있어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간다는 것을 체감할 수 없었다.



이제는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내가 먼저 출판사의 문을 두드려보자고 마음먹었다. 때는 2021년, 제주살이를 하며 글쓰기로 먹고살자는 생계를 건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을 때였다. 내 주된 일은 마케팅 원고 작업이었는데, 일주일에 기본 2만~3만 글자를 썼다. 동시에 브런치, 블로그에 일주일 2번씩은 새 글을 연재했다. 글자에 파묻혀 살면서 출판을 준비하기란 녹록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출판을 준비한 건 2022년 봄. 1년 5개월간의 제주살이를 마치고 본가로 돌아오고 나서부터였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블로그, 브런치에 올라온 원고 투기 후기를 읽으며 감을 잡았다. 출판 기획서 양식을 여러 개 다운로드해 보고, 출판 선배님들이 적어주신 팁도 보면서 원고 투고 방법을 익혀나갔다.



P20220522_202957239_0F56083D-308B-471A-963F-B4D492BED8CC.JPG 첫 출판 기획서를 작성하던 때. 글을 쓰는 것과 출판을 기획하는 일은 완전히 다른 영역의 일이었다.



브런치에 오랜 기간 연재했고, 반응이 좋았던 에세이를 중심으로 출판 콘셉트를 잡았다. 당시 30대 초반인 내가 일상을 살면서, 꿈을 향해 도전을 하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상처받고 사랑을 주면서 배운 이야기들을 엮어 한 편의 에세이 책을 기획했다.



이때 여실히 느꼈다. 혼자 일하는 프리랜서가 정말 외롭고, 힘든 직업이라는 것을. '이게 맞나?' 싶을 때 물어볼 사람이 없다. 선배도 동료도 후배도 없다. 그저 먼저 이 길을 간 사람들의 흔적을 보며 고쳐보고, 다시 고쳐볼 뿐이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겨주신 기록으로 도움받았듯 나 또한 내 기록이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한 달 반 만에 출판 기획서와 샘플 원고 (A4용지 20장)를 모두 완성시켰다. 이제는 투고하는 일만 남았다. 먼저 교보문고, 알라딘 사이트에 들어가 내가 기획한 책과 비슷한 책을 출판하고 있는 에세이 출판사 리스트를 뽑았다.


*출판사 이름을 검색하면 홈페이지가 있는 곳도 있고, 홈페이지가 없는 곳도 있다. 일반적으로 홈페이지가 있는 곳은 '원고 투고'를 하는 게시판이 따로 있다거나 '투고 방법'을 기재해 놓는다. 홈페이지가 없으면 출판사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찾아 들어간다. 대부분 원고 투고 방법을 안내해 놓거나 아닌 경우에는 회사 메일이나 인스타그램 dm으로 문의를 남겨놓으면 답장을 해주셨다.



P20220608_191350024_78E63AD8-9704-471A-9545-2B474046F989.JPG 처음으로 완성한 출판 기획서. 처음 해보는 작업은 어렵지만,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일이기에 그 어려움도 나쁘지 않았다. 그저 잘하고 싶었다. 잘 되길 바랐다.



난 고등학교 때부터 에세이를 즐겨 읽었던 에세이 팬이라 유명한 에세이 출판사는 이미 알고 있었다. 먼저 내가 좋아하는 책을 냈던 출판사들 위주로 투고를 시작했다. 투고 꿀팁에 알려준 대로 출판사 이름은 보낼 때마다 다시 써서 보냈다. 작가는 투고할 때 당연히 여러 출판사에 투고하지만 그래도 각각의 출판사에 성의를 보여줘야 한다고 해서 출판사마다 진한 글씨로 바꿨다.



내 인생 첫 원고 투고는 2022년 6월에 시작했다. 처음 투고할 때 어찌나 떨리던지. 글자 하나, 하나 틀린 건 없는지 읽고 다시 읽고 떨리는 심장으로 메일을 보냈다. 글을 본격적으로 쓴 지 3년째. '글'이라는 꿈 자체만으로는 심장이 뛰지는 않았었다. 글은 내게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었다.



그런데 난 글이라는, 책이라는 한 글자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설레는데, 걱정도 되고, 무섭기도 하고, 기대도 되는. 온갖 감정이 버무려져 심장이 팔딱팔딱 뛰어올랐다. 그때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내 가슴을 뛰게 할 수 있는 건 여전히 '글'이구나.



P20220614_192721549_A29E33E7-1149-4E83-B602-361D31A16EB4.JPG 첫 원고 접수하고 찍은 사진. 심장이 한 방향으로만 뛰는 것 같지 않았다. 내가 아직은 '이 일을 무척 사랑하고 있구나. 원하는구나' 깨달았던 순간.




첫 투고는 어떤 과정과 결과가 있었을까?

어떤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긴 왔을까?

모두 다 반려였을까? 그래도 답장은 받았을까?



투고 도전기 ep.1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 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