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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투고-출판사 미팅까지, 출판 계약이 코 앞이다.

원고 투고 일지 ep.5 출판 계약의 길은 멀고도, 멀다.

by 기록하는 슬기

※'길었던 나의 원고 투고 일지' 브런치북은 이전 에피소드와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이어서 읽으시면 더욱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ep. 5 / 출판 계약의 길은 멀고도, 멀다.]



워낙 신중하고 꼼꼼하시기도 하고, 업무상 계약서를 많이 쓰셨던 아빠였다. 그래서 이번 출판 계약과 출판사에 대해서도 믿고 계약을 할 수 있는 곳인지 자세히 찾아보셨다.



A 출판사는 미팅했을 때 대표님이 직접 말해주시기를 거의 혼자 일을 하신다고 하셨다. 원고 채택부터 편집까지 다 대표님이 맡아서 하시고, 디자인은 외주를 쓰신다고 하셨었다. 결국 1인 출판사였다. 출판 쪽 업계는 몇몇 대형 출판사, 중견 출판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규모가 작다고 알고 있었기에 특이한 일은 아니었다.



여기서 문제는 미팅 당시 대표님이 주신 '명함에 적힌 성함'과 '출판사 대표자로 등록된 이름'이 달랐다. 분명 자신을 '대표'라고 소개했고, 명함에도 '대표 000'이라고 적혀있었다. 어떤 피치 못할 사연이 있을 수도 있고, 대표님이 말하지 않았던 공동 대표가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 나한테는 혼자 일을 하신다고 했었는데.. 뭔가 찝찝했다.



이 계약이 내 저작권과 관련된 계약이 아니고, 5년 단위의 장기 계약이 아니라면 A 출판사와 계약을 해도 큰 문제가 없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작가에게는 가장 중요한 저작권이 걸린 출판 계약인데 신중하게 생각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여러 원고 투고 후기 글을 읽으면서 계약 관련 문제나 출판사가 도중에 망하게 되면서 겪는 작가님들의 고충을 알게 되었다. 굳이 급하게 출간해야 하는 게 아니라면 시간을 가지고 잘 알아보고 하라는 선배 작가님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P20220610_171453780_91FFD9CC-2CF5-463C-9007-8C4286F945CD.JPG 작가는 글만 잘 쓰면 되는 줄 알았지.. 만, 원고 투고를 하면서 많은 것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나 계약은 계약 당사자 본인과 하는 게 기본 원칙이고, 만약 본인이 못하게 된다면 법적 효력이 있는 위임장을 동봉해야 계약이 유효하다. 적은 확률이지만 만약에 문제가 생기면 이 계약은 무효가 될 수 있고, 오히려 나한테 더 불리하게 적용될 수도 있다. 5년, 10년이라는 계약 기간에 일어날 수도 있는 여러 가지 변수를 생각해 보게 됐다.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건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A 출판사 대표님께 솔직하게 이 이야기를 전달하고 질문해 보는 것, 두 번째는 A 출판사와는 계약을 하지 않고 다른 출판사에 더 투고를 해보는 것이다. 어떤 방법이 좋은지 고민이 되었다.



아마 누군가는 '이게 별 일인가?' 싶을 수도 있고, '그냥 물어보면 될 일 아닌가?' 싶을 수도 있다. 나도 먼 지인 중에서 자신의 이름이 아닌 가족 이름으로 대표자를 신고하고 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듣긴 했었다. 이유는 자세히 모르지만 자신의 이름을 쓰지 않는 데에는 어떤 이유는 있을 테니 찝찝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무엇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계약' 그 자체가 아니었다. 계약은 위임장을 가져와서 하든 그 대표자로 등록된 분이 직접 와서 하든 어떤 방법으로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최소 5년 (길면 10년) 동안 내 책의 저작권이 이 출판사에 묶이고 인세를 받아야 하는데, 도중에 출판사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되면 작가는 이도저도 못하게 된다.



A 출판사 대표님에게 문자를 주기로 한 하루 전 날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나는 A 출판사와 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번이 내 인생 첫 출판 투고이고, 아직 50곳의 출판사에만 투고를 해놓은 상황이다. 바로 직전에 공동 기획 출간 제안이긴 하지만, 출간 제안이 답장이 오기도 했고. 차라리 다른 출판사랑 계약하는 게 날 거라고 판단했다.



P20220609_162735027_711BAA9A-ABF8-4125-BBED-E3F3A1C3252B.JPG 다시 내 원고를 선택해 주는 출판사를 찾아 나서야 한다. 다시 한번 원고 다듬는 중.



대표님께는 계약을 하지 못할 것 같다고 문자를 드렸다. 대표님은 이런 일이 익숙하다는 듯, 알겠다고 하시면서 다음에 또 좋은 작품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고 하셨다. 솔직히 마지막 문자를 보내는 순간까지도 '이게 맞나?' 싶었다. 그런데 또 이상하게 자신감이 있었다. '다른 출판사 한 곳에서는 그래도 연락이 오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말이다.



내 책이 곧 나온다는 생각에 기뻤던 것도 잠시. 이제 또다시 외롭고 처절한 원고 투고의 길을 걸어야 한다. 이전에 원고 투고를 했던 출판사가 약 50곳, 남은 출판사의 개수는 아직 모른다. 탈탈탈 털고, 쥐어짜서 출판사 리스트가 없어질 때까지 원고 투고를 하려고 한다. 물론 내가 바라는 건 그전에 한 통의 출간 제안 답장을 받는 것.





과연 과감하게 출판 계약을 거절한 내 선택은 잘 한 선택일까..?

내 근거 없는 자신감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을까?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을까..?

이번에도 출판사로부터 원고 투고 답장을 받을 수 있을까?







'길었던 나의 원고 투고 일지' ep.6은 다음 주에 연재됩니다.

오늘도 제 이야기를 찾아주시고,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길었던 나의 원고 투고 일지' 브런치북은 이전 에피소드와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이어서 읽으시면 더욱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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