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투고 일지 ep.7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원고 투고를 시작하다.
내 인생 첫 번째 원고 투고는 2022년 6월 중순에 시작해서 8월 중순에 막을 내렸다. 2개월 동안 총 90여 개의 출판사에 메일을 보냈다. 그중 1곳의 출판사에서 기획 출판 제안을 받았고, 다른 1곳의 출판사에서 반기획 출판 제안을 받았다. 결론적으로 두 출판사 모두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2023년에는 원고 투고를 제대로 해보자고 결심했다. 물론 작년에 보냈던 출판기획서와 샘플 원고 반응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손을 다시 봐서 투고를 했어도 됐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정말 확실하게 계약을 성사시키고 싶었다.
새로운 출판 기획을 하기에 앞서 먼저 차근히 생각을 해봤다.
-'내가 쓰는 글'과 '출판사에서 좋아하는 글'의 교집합은 무엇일까?
-요즘 에세이 시장에서 어떤 주제의 책이 판매량이 높지? 그중 내가 잘 쓰는 글의 주제가 있을까?
-내가 써 왔던 글의 주제, 소재 중에 구독자들의 반응이 가장 좋았던 건 뭐였지?
이 질문들의 답은 한 가지를 가리키고 있었다.
바로, '사랑, 연애 에세이'
브런치 활동을 한창 열심히 하던 2019년~2021년에 내 글의 주된 키워드 중 하나는 '사랑, 연애'였다. 구독자분들이 참 좋아해 주시던 주제이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쓰는 사랑, 연애 이야기는 포털 사이트 다음(daum) 메인 글, 브런치 메인 글에 자주 올라갔었다.
2022년에 기획한 책은 '일상, 꿈, 인간관계'가 주된 키워드였다면, 이번에 새롭게 쓸 중심 키워드는 '사랑', 하나로 정했다. 여러 가지 애매한 소재가 붙어있는 것보다는 명확한 하나의 소재가 출판 시장에서 조금은 더 유리하지 않을까 판단했다. 거기에 '30대의 사랑 이야기'라고 연령대도 잡았다.
세상에 헛된 경험은 없다고. 작년에 앞머리 헝클이고 한숨 푹푹 쉬어가면서 처음 써본 출판 기획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작년에 만든 출판기획서 폼에 맞춰 한 글자, 한 글자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바로 '제목'이었다.
다양한 출판 관련 책, 영상을 볼 때마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었다.
"출판에 있어서 책 제목은 가장 중요해요!"
이건 누구나 알 것이다. 제목은 책뿐만 아니라 브런치에 올리는 글에도, 유튜브에 올리는 영상에도 제일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라는 것을. 브런치에 글을 올릴 때면 제목을 잘 지어서 메인 글에도 잘 실리고, 몇몇 구독자분들께서 '제목 장인'이라는 별명도 붙여주셨었다. 하지만 이번 책 제목은 도저히 하나로 정할 수 없었다.
일단 생각나는 대로 제목을 적어봤다. 쓰다보니 10개가 훌쩍 넘어버렸다. 그중에 하나씩 하나씩 지워내자 3개의 제목만이 남았다. 그때 만나는 사람들마다 책 제목 투표를 받았었다. 참 어려운 게 딱 하나의 제목으로 쏠리지 않고, 3개의 제목이 거의 균등하게 표를 받았다.
다른 분들 원고 투고 후기를 보니 제목 후보를 2~3개 추가로 적어서 보낸다고 하셨다. 나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 실제로 내가 알고 지내는 작가 친구도 자신이 정한 제목이 아닌, 후보로 적은 책 제목을 출판사에서 좋게 봐서 후보였던 제목이 실제 책 제목으로 출판되기도 했다.
이제 책 제목도 얼추 정해졌고, 출판 기획서에 들어갈 내용은 거의 다 썼다. 이전에 써둔 사랑, 연애에 대한 원고도 충분해서 그중에 브런치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던 글들을 추려내 샘플 원고에 넣었다. 어렵긴 했지만 작년에 비해서 출판 기획서와 샘플 원고 작업 과정은 수월해졌다.
2023년 5월 말부터 시작한 출판 기획서와 샘플 원고는 7월 초가 되어 최종 완성이 됐다. 이제 남은 일은 출판사에 투고하는 일. 사실상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출판 기획서를 쓰고 원고를 쓰는 일이 제 아무리 힘들다 할지언정 원고 투고하며 거절당하는 일에 비할 수 있을까..
작년에 90번 넘게 거절을 당했으면서도 대체 왜 '거절'에는 무뎌지지 않는 건지. 새롭게 보낼 원고 투고의 길 위는 기대 30%, 두려움 70%이다. 사람의 뇌는 원래 기쁜 일보다 고통스러웠던 일을 더 오래 기억한다고 하지 않나. (생존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어쩌다 보니 작년과 비슷한 시기에 시작하게 된 두 번째 원고 투고. 앞으로 줄줄이 이어질 거절이 두렵지만, 단 하나의 'OK' 사인을 받기 위해 내가 할 일은 그 두려움을 버텨내는 일. 거절이 두려워서 내가 만들 책과 내 글을 출판사에 보내지 않는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거절의 아픔이 아무리 무서울지라도 '그래도 이번에는 뭔가는 다르겠지..?'하는 한 줄의 기대는 쉽사리 희미해지지 않는다. 2023년 7월 6일, 서서히 빨라지는 심장 박동 소리를 느끼며 내가 좋아하는 에세이가 가장 많이 나온 출판사를 첫 번째로 원고 투고를 시작했다.
'제발.. 이번에는... 뭔가는... 다르길..!'
'길었던 나의 원고 투고 일지' 다시 연재 시작합니다!
첫 출간 이후, 무척 바빠서 브런치북 연재가 미뤄졌었습니다,,ㅠㅠ
이제부터 매주 화요일에 연재 시작되니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아 그리고 이 글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이어진, 문자 그대로 '길었던 저의 원고 투고 일지'입니다.
간혹 현재 시점과 헷갈려하는 독자분들이 계셔서 말씀드립니다.
이번 7화는 2022년 첫 번째 원고 투고를 마친 후 1년 뒤, 2023년에 다시 시작했던 원고 투고 재수 이야기입니다.
오늘도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슬기 드림-
<길었던 나의 원고 투고 일지>는 시리즈물입니다.
첫 회부터, 혹은 이전 에피소드부터 보시면 더욱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 <길었던 나의 원고 투고 일지> 1회부터 정주행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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