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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 동안 원고 투고 도전, 그 최종 결과는?

원고 투고 일지 ep. 6 원고 투고를 하며 내가 얻은 것

by 기록하는 슬기


이번에 원고 투고를 하면서 우리나라에 출판사가 이렇게 많은 줄 처음 알았다. 50개의 출판사에 이미 원고 투고를 해놓은 상황이라 이제 남은 출판사는 몇 개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에세이를 출간하는 출판사를 찾아야 했기 때문에 많아야 10곳~15곳 정도라고 예상했다.



A 출판사와 출간 계약을 철회했던 그날 이후로 한 달 가까이 출판사를 찾고, 메일을 보내기를 반복했다. 세어보니 40곳의 출판사에 추가로 더 원고 투고를 했다. 그러니까 이전 원고 투고를 했던 횟수를 합치면 총 90곳의 출판사에 내 원고와 출판 기획서를 보낸 것이다.



물론 이 중에는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 보이는 곳도 포함되어 있다. 내가 쓴 원고와는 색이 다른 책을 주로 출판사와 최근 들어 책을 출간하는 개수가 거의 없는 곳도 있었다. 그저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원고 투고를 한 것이다.



분명 A 출판사와 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을 때 나는 자신감이 있었다. 적어도 한 곳의 출판사에서는 긍정적인 답이 올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왜냐하면 이번에 첫 원고 투고인데 이전 A 출판사에서는 100% 기획 출판 제안을 해주셨고, B 출판사에서는 반기획 출판 제안을 해주셨기 때문이다.



하루, 이틀, 한 주.. 시간이 흐르면서 입이 바싹 말라왔다. A 출판사에 계약 거절을 하고 나서 답장을 기다리는 마음은 이전과 또 달랐다. 분명 거절 전에도 난 간절했다. 그러나 계약 거절 후에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라는 한 줄이 얹어졌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추가로 보낸 원고 투고 메일에 답장이 오지 않으면 이번 원고로는 기획 출판이 어렵기 때문이다.




P20220727_194137499_71AF050E-C23A-4611-A303-A0E59F7CC215.JPG 저 빨간불은 꼭 내 출판 과정에 뜬 신호등 불빛 같았다. <사진 : 2022. 7월 말. 원고 투고 답장을 기다리던 나날들>



세상은 원래 얄짤없다. 기다림 끝에 받은 답장은 모두 거절이었다. 힘이 빠졌다. 인생 첫 원고 투고였던 만큼 내게는 가장 큰 의미가 있던 프로젝트였다. 글에 전념한 지 3년. 하루의 시작과 끝을 글로 꽉 채우는, 글로 먹고 산 지 3년째였다. 글에 대한 내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도전했던 첫 원고 투고였다.



이렇게 내가 이 작업에 얼마나 많은 의미를 부여했는지 곱씹어 보니 더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후회되기도 했다. '괜히 내가 A 출판사를 거절했던 걸까. B 출판사 대표님 미팅이라도 해볼걸 그랬나,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나..' 이러한 문장들은 내 가슴에 흠집을 냈다. 쓰라리고 쓰라렸다.



돌이킬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모두 다 내가 선택한 일이고, 그 선택에는 스스로 신중히 생각한 이유가 있다. 그러면 된 것이다. 뒤를 돌아보기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느냐가 지금 이 시점에서는 가장 중요한 일이자, 선택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지금 원고로 '반기획 출판 / 자비 출판 / 독립 출판' 중에 하나의 방법을 선택해 출판하는 일. 두 번째는 새로운 출판 기획서와 원고를 만들어서 다시 한번 원고 투고 (기획 출판)를 도전하는 일.



당장 출판을 빨리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전자를 선택하는 게 맞다. 하지만 지금 난 출판 자체가 급한 건 아니다. 무엇보다 난 지금 아쉽다. 내가 유명한 인플루언서도 아닌데 그럼에도 첫 원고 투고에 2개의 출판사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받지 않았는가.



이번에 원고 투고를 하면서 배운 팁을 활용해서 다음에 다시 도전을 한다면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이왕 기획 출판으로 책을 내고 싶다고 마음을 정한 이상 이 방향으로 한 번 더 도전을 하고 싶었다. 그렇다. 난 원고 투고 '재수'를 선택했다.


그리하여 2022년 6월 중순부터 시작했던 나의 첫 원고 투고는 8월 중순에 그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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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길 수 없는 축 쳐진 내 어깨를 보고, 아빠는 집에 가는 길에 노을을 보며 산책을 하자고 했다. 따뜻한 노을 빛과 그보다 더 따뜻한 아빠 마음에 위로를 잔뜩 받았던 날.




첫 원고 투고로 얻은 것



출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이번 원고 투고로 얻게 된 것도 있다.

-A 출판사로부터 기획 출판 제안을 받았고, 덕분에 난생처음 출판사 대표님과 출판 미팅도 해봤다.

-덕분에 출판 계약서에 대해서도 공부하게 됐다.

-B 출판사로부터 공동 기획 출판 (반기획) 제안을 받으며, 이런 방식으로도 출판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투고 하는 과정에서 일일이 에세이 출판사와 투고 방법을 찾으면서 현재 출판 시장의 흐름과 트렌드도 자연스레 공부하게 됐다.

-이번에 내가 쓴 출판 기획서와 원고의 부족한 점 또한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각이 생겼다.


원고 투고를 하기 전에는 '좋은 글을 쓰고 싶다.'라는 한 문장만 품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원고 투고를 하고 나서는 '내 글이 어떻게 하면 책이라는 상품에 입혀져 잘 팔릴 수 있을까'까지 고민하게 된 사람이 되었다.

한 마디로, 글과 책을 보는 눈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To. 예비 작가분들께 (원고 투고를 하고 있는 분들, 하고 싶은 분들)


만약, 이 글을 보는 예비 작가분들(원고 투고를 하고 있는 분들, 하고 싶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조심스럽게 말씀드려 본다.

원고 투고의 과정은 작가가 되기 위한 필수 과정은 아니다. (꼭 기획 출판이 답은 아니다.)

원고 투고의 과정은 진심으로.. 아주아주 힘든 일이다.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쏟아내야 한다.

이유 없는 거절을 숱하게 받으며 감정적으로 무척 지친다.


하지만 원고 투고를 1부터 10까지 스스로 하다 보면 내 글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이 하나 더 생긴다.

더불어 이 과정에서 배운 것들, 느낀 것들은 글 쓰는 사람에게는 이야깃거리가 되고, 또 감정과 통찰력의 깊이를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

지금만 보더라도 내가 이 실패담을 글로 쓰고 있으니, 이것보다 더 좋은 글감이 어디 있을까.

한 번의 도전이 바로 결과로 이어지는 이야기도 좋지만, 여러 번 실패 끝에 결과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더 매력 있지 않나. (난 그렇다.)

그러니 지금 투고를 하시는 분들, 혹은 앞으로 하실 분들.

나 같은 사람 (n 수 해서 원고 투고 성공한 사람..)도 있으니 힘내서 원고 투고하시고, 또 글 쓰는 일을 멈추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글이라는 외로운 길을 자발적으로 걷는 분들.

진심으로,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합니다.







다음 화에는 '원고 투고 재수 (두 번째 원고 투고 도전기)'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감사합니다.



★ 본 브런치 북은 에피소드 이야기가 이어지는 시리즈물입니다. 에피소드를 이어서 읽으시면 더욱 재밌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길었던 나의 원고 투고 일지' 1화부터 정주행 하기!

https://brunch.co.kr/@sul538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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